일년 동안 120방 탈출한 이야기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늘 독서라고 답해왔다. 책을 읽고 깊은 사유를 하는 능력은 없었지만, 오직 순수한 재미로 수많은 세계를 오가는 경험을 즐겼다. 책을 펼치는 순간 현실은 희미해졌고, 새로운 세계가 나를 삼켰다. 일 년에 최소 60권은 읽었으니, 다독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독서를 취미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그런 나에게, 2024년 새로운 취미가 찾아왔다.
고작 일 년 만에 독서량의 두 배인 120개의 방탈출을 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까지 사로잡았던 걸까?
방탈출과 책은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닮은 데가 있다. 책의 첫 장을 열면 새로운 세계가 나를 삼키듯, 방탈출에서도 첫 문을 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어떤 테마는 피식 웃게 만드는 코믹한 스토리로 유쾌함을 주었고, 어떤 테마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책 속에서는 문장 하나하나가 단서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듯, 방탈출에서는 눈앞의 사소한 물건 하나가 탈출을 향한 단서가 된다. 책 속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하듯, 방탈출에서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 눈앞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책을 읽을 때는 상상에 빠져들어 스스로 세상을 구현해 내야 하지만, 방탈출은 실제로 구현되어 있는 세계에 들어가 나의 감각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낡은 서재, 어두운 감옥, 혹은 미지의 연구소로 꾸며진 방 안에서 나는 긴장감을 느끼며 새로운 단서를 찾고, 퍼즐을 풀어낸다.
이처럼 독서가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방탈출은 그 여행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낯선 공간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하고, 문제를 풀고, 스토리를 몸소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수동적인 독자가 아닌,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주인공이 된다.
어느새 방탈출은 나에게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되었다. 책을 통해 얻었던 설렘과 여운을 방탈출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고, 그 덕에 일상 속에 잃었던 호기심과 모험심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이 시리즈에서는 방탈출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느낀 것들과 배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방탈출이 어떻게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세계에서 얻은 재미와 깨달음이 무엇인지. 장르별로 추천할 만한 인생테마와, 방탈출 중 겪은 예상치 못한 소소한 해프닝과 에피소드도 담을 예정이다. 방탈출을 이미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고, 방탈출을 잘 몰랐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