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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스는 알지만 관점은 모르는 아이들

by 쥐방울

초등 5학년 국어시간. <관점>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지 선생님께서 질문하셨고, 두 명의 아이가 손을 들었다. 남자아이 한 명과 여자아이 한 명. 그 여자아이였던 딸은 <관점>을 '생각하는 기준'이라고 발표했다며 전해주었다. 수업시간에 대해 아이가 말해준 내용은 이것이 전부였다.


이후 쉬는 시간에 들었던 길고 긴 이야기들을 아이는 늘어놓았다. 1부터 100까지 한 번에 더하는 방법을 알고 있냐며 가우스를 모른다고 비아냥대는 A. 중학 과정에서 나오는 근의 공식을 아는 B. 지금 선행을 하지 않으면 중학교 때 큰일 난다는 C. 모두 <관점>이라는 어휘는 모르는 아이들이었다.


특히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아이들과 달리 아이의 옆자리에 앉아있다던 학급회장인 C 아이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사교육 원장님이나 할법한 멘트가 초등학생 입에서 나오다니 얼마나 그런 말을 많이 들어봤던 것인지 감히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려다 한참을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말들로 기가 죽었을 아이가 상상되니 어쩔 수 없이 말을 덧붙이게 되었다. "중학생활을 경험해 본 것도 아닌 초등학생이 그런 말을 하기엔 분명 어디서 들어본 말일 텐데... 아마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어른의 입에서 나온 것 아닐까?"


영어, 수학을 나라고 달리고 싶지 않은 어미는 결코 아니다. 나 역시 저 외딴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학부모이다. 하지만 현 교육과정을 100% 학습하지 못한 아이에게 1~2년 앞선 과정을 학습시켜 보았자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어느 순간에는 지금 아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한 번씩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한다. 어미는 선행학습을 했던 케이스도 아니었고, 아이처럼 책을 즐겨보던 학생도 아니었다. 심지어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선행학습을 좀 할걸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다. 게다가 교육전문가는 더욱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명확한 기준은 가지고 있다. 무언가 빠르게 앞서 치고 나갈 때에는 결국 그 외의 다른 것에 조금은 소홀하게 될 것이라는 결과가 예측된다는 점이다. 특히 진로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대부분의 초등학생에게는 더욱 균형을 갖추어 고루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미로서 내 아이도 가까운 1~2년 후가 될지 꽤 먼 훗날이 될지 아직 모르지만 어쩌면 선행학습을 하게 될 그날을 기꺼이 고대하며 응원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아이가 속한 공동체의 청소년들도 활자의 즐거움을 알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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