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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Jul 18. 2023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게 아니었어요.

여전히 긴 터널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 아이가 있고,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아이가 있지만 가정보육 중인 만 4세 어린이도 있다.


이 어린이를 언제까지 가정보육 하게 될지는 나조차 잘 모르겠다. 첫째처럼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종료될 수도 있고, 둘째처럼 갑작스레 만 5세에 유치원에 다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여 갑자기 일이 물밀듯이 많아져 바빠지고, 아이도 원하면 당장 몇 달 뒤 아이는 기관에 다니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교육기관인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유아기에 기관을 다니는 여부와 그 시기는 가정의 상황과 부모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네 가정은 9 to 6의 삶을 살고 있는 배우자를 대신해 육아를 오롯이 전담하는 나의 선택이다. 나의 가정보육은 책육아를 위해서도 건강상의 이유도 팬데믹 때문도 아니었다. 오로지 '건강한 독립' 하나만의 목적이었다. 그 목적을 위해 애착형성과 건강한 관계가 필요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그저  닥치는 일상을 보내다 요즘 낮에는 한 명의 아이와 있으니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곰곰이 떠올려보게 되었다. 만약 지금이 인생 4회 차이고, 전생과 전전생과 전전전생이 있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거라면 이 아이들이 전생에 내 엄마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터울이 얼마 나지 않아 막내가 태어났을 때도 첫째는 아기였는데 동생들이 갓난아기였을 때 본인은 18개월에 기저귀를 다 떼고선 동생 기저귀를 가져다주고, 휴지통에 버려주고, 힘들 때 같이 울어주고, 나한테 계속 말해주고, 같이 밥 먹어주었다.


둘째는 수유할 때마다 갑자기 누나의 화장실 신호가 오면 바닥에 눕혀둔 채 화장실로 뛰었는데 다녀와서도 곧잘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잠이 오면 잠을 자는 아기였다. 잠을 이겨내려는 아기를 키우다 이런 아기를 만나면 그저 빛이다.


첫째와 둘째가 부쩍 커서 혈압을 올리며 언쟁을 할 때 갓난쟁이 막내의 기저귀를 갈아주러 가보면 방긋 웃으며 누워있었고, 잠깐의 힐링이었다. 거실에서 씩씩대다가 방에 들어가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세 번의 출산동안 조리원 근처도 안 가본 나는 아이들이 내 조리원 동기고, 육아 동지고, 기쁘고 슬플 때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지나가는 초등학생은 나보고 아이 셋을 키우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어느새 나는 그저 보호자일 뿐 같이 성장하는 가족 구성원이라 건넬말이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내 손은 두 개뿐인데 아이는 세명이라 한 명은 잡아줄 손이 없어서 그저 눈으로만 아이를 붙잡고 있었다. 놀이터에는 아이 한 명에 엄마, 아빠는 물론 조부모님까지 나온 모습에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마음이 잠시 콩알만 해져 있기도 했다. 그래서 벤치에 잘 앉지도 못하고, 발바닥에 불나듯 뛰어다녔다.


육아에서 가정보육은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하고 여전히 그러하다. 맞벌이하는 가정에서 자녀를 기관에 보내는 것이 당연하듯 가정보육은 여러 선택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유를 묻고, 아이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면 가정 보육을 원인으로 여겼다.


어쩌면 정부에서 저출산을 해결하려 출산만 하면 정부(기관)가 키워주겠다는 식으로 가정과 기관에 지원하는 보육료부터 차등을 두어 자연스러워진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조금 외롭기도 했지만 항체가 생겨 웬만해서는 쓰러지지 않는 가정이 구축되었다. 진짜 저출산이 해결되고 행복한 아이를 원한다면 엄마가 행복한 육아가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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