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첫 마디가 팀 전체의 두뇌를 연결한다.
"누가 그래요?"
"상식적이지 않은데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가 들려온 상사의 첫 마디. 그렇다고 딱히 뭐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얘기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는 그 첫 마디가 우리의 마음을 굳게 걸어 잠근 경험, 있으신가요?
"팀장님이 하라는 대로만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오고, 생각은 그대로 멈춰 버리게 되죠.
우리는 지금 답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더 그러하겠지요. 패턴화된 일들은 AI가 대체해주고, 이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답이 없는 문제에 집단지성을 발휘해 함께 답을 찾아 나가는 일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연결해 새로운 생각을 만들고 협업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 아닐까요?
'대화'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dialogue는 고대 그리스어 διάλογος (dialogos)에서 유래했습니다.
διά (dia)는 '통하여', '사이로'라는 뜻이고, λόγος (logos)는 '말', '이성', '이야기', '이유' 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dialogue는 '말이 서로를 통과하여 흐른다', 즉 '서로 의견이나 생각이 오가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다시 말해, '대화'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차이점을 에너지로 활용해 집단 지혜를 향상시키는 법을 배웁니다. 반면 토론(Discussion)은 어원적으로 "부수다"라는 의미로, 사람들이 자신의 차이점을 고수하며 방어하는 대화입니다.
물론, '토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리더는 토론이 필요할 때와 대화가 필요할 때를 구분하고, 이에 맞는 소통스킬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지요.
축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는 '티키타카'입니다. 선수들이 짧고 정확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방도 예측하지 못한 골을 만들어내는 그 순간 말입니다.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다른 사람이 살을 붙이고, 또 다른 시각이 얹어지면서, 결국 누구 혼자서는 떠올릴 수 없었던 해결책이 탄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입니다. 그리고 집단 지성을 위해서는 '부수는 토론'이 아니라, '연결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정보의 다양성이 건설적인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과제 해결에 효과적입니다.
맥킨지의 2020년 연구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양성이 높은 팀일수록 의사결정의 질은 올라가고, 리스크는 줄어들며, 혁신 성과도 더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젠더 다양성은 의사결정 품질을 23% 높이고, 연령 다양성은 리스크 관리를 31% 개선하며, 지역적 다양성은 혁신 성과를 42%나 증가시킵니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갈등이 수반되죠. 우리는 누구나 '내가 옳다'는 걸 인정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나도 옳고', '당신도 옳다. 그러하니 이것을 연결해서 더 좋은 생각을 만들어보자'는 신호를 주기 위한 '연결어', 즉 커넥팅 언어가 필요합니다.
커넥팅 언어는 단순히 예의 바른 말투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각과 생각 사이에 다리를 놓는 도구입니다.
MIT의 윌리엄 아이작스(William Isaacs)가 제시한 다이얼로그 이론에 따르면, 진정한 대화는 '공유된 사고 공간(Shared Thinking Space)'을 만들어내며, 이는 집단지성을 발현하는 '공유된 의미의 장'을 창조합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관점에 갇혀 있지 않고, 함께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집단지성을 발현합니다. 상대가 내 말을 긍정하고 이어주면, 안전한 심리공간이 확장되며 더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시도하게 됩니다.
존중의 신호: "네 의견도 소중하다"는 심리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생각 확장의 다리: 기존 의견 위에 내 생각을 부드럽게 더할 수 있게 합니다.
다양성의 공간: 다름을 배척하지 않고 공존하게 만듭니다.
집단지성의 촉진제: 아이디어들이 서로 자극받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합니다.
같은 상황, 다른 표현을 비교해보겠습니다. 대화의 흐름을 단절에서 연결로 바꿔줄 커넥팅 언어를 바로 실천해보세요.
단절하는 표현: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연결하는 표현: "그렇군요. 그런 관점이 있네요. 그걸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볼 수도 있겠어요."
Yes, and로 반응, 우선 수긍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나가기
단절하는 표현: "그걸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연결하는 표현: "지금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 스스로 생각하게 함
단절하는 표현: "다른 사람 말도 좀 들어봅시다."
연결하는 표현: "○○님은 이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용한 사람을 대화에 참여시키기)
단절하는 표현: "둘 다 틀렸어요."
연결하는 표현: "○○님은 품질이 중요하고, ○○님은 속도가 중요하시군요. 다른 분들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히 요약해서 전체 뷰를 볼 수 있게 하기
작은 차이 같지만, 상대의 관점을 인정하는 '연결어'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대화의 흐름을 바꿉니다. 이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관점의 티키타카를 이어갑니다. 각자가 가진 악기가 다르지만, 연결어로 생겨난 공간 속에서 어떻게 공동의 목적인 'Goal을 만들어 낼지'에 집중할 수 있지요.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걸으면서 대화할 때 창의성이 60% 증가한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움직임 자체가 생각의 자유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커넥팅 언어는 정신적인 '움직임'을 만듭니다. 고정된 입장에서 벗어나 서로의 생각을 탐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리더의 커넥팅 언어 한마디가, 팀 전체의 두뇌를 연결하는 스위치가 됩니다. 저 역시, 혼자 말 잘하던 팀장이었습니다. 침묵하는 팀원들의 무관심을 탓했지요. 하지만 그건 무관심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AI가 패턴을 처리하는 시대, 리더의 역할은 예측 불가능한 연결을 만드는 것이며, 언어는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임을 기억해주세요.
다음 글에서는 말보다 더 미묘한 비언어적 신호와 리듬이 어떻게 소통의 깊이를 바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때로는 침묵이, 때로는 호흡이 가장 강력한 연결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