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의 이중 잣대 넘기

따뜻함과 유능함 사이에서 나만의 자신감을 찾는법

제 의견 대로 밀고 나가면 '기가 세다'고 하고, 배려하면 '리더십이 약하다'고 하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제가 여성리더 대상 워크숍과 코칭을 하면 제일 많이 듣는 레퍼토리 중 하나입니다.


"남자 동기는 똑같이 해도 '추진력 있다', '배려심 있다'는 칭찬을 받는데... 저는 뭘 해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도 이런 적 있으신가요? 같은 행동인데, 성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는 경험 말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더블 바인드(Double Bind)' 다시 말해 '이중 구속'이라고 합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며 여성들의 자신감을 뚝뚝 떨어트리는 주범이죠.


1. 따뜻함과 유능함 사이 - 여성 리더의 딜레마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수잔 피스크(Susan Fiske)는 수십 년간 사람들이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을 연구해 '고정관념 내용 모델(Stereotype Content Model)'을 제시했습니다.


사람들은 타인을 이 두가지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평가합니다.

따뜻함 (Warmth): 이 사람이 나에게 호의적인가?

유능함 (Competence): 이 사람이 능력이 있는가?


헌데, 흥미롭게도 성별에 따라 적용되는 잣대가 다릅니다.

남성 리더에 대한 기대(유능함만 있으면 OK):

유능함 먼저 (당연히 능력 있겠지)

따뜻함은 보너스 (있으면 좋고)


여성 리더에 대한 기대(두 개의 잣대가 모두 적용):

따뜻함 먼저 (여성이니까 부드럽겠지)

유능함은 증명해야 함 (정말 능력 있어?)


더 큰 문제는 여성이 유능함을 보이면, 따뜻함이 감소한다고 평가받고,

여성이 따뜻함을 보이면 → 유능함이 의심받는다는 사실입니다.


image.png

지난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유능하지만 호감가지 않는다'는 평가도

여성리더에 대한 이중잣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죠.

image.png

공정하지 않죠? 하지만 이게 우리의 무의식에 숨겨져 있는 고정관념이라면, 현실을 잘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겠죠.


2. Connect then Lead - 순서가 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Amy Cuddy)와 동료들의 연구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리더에게는 따뜻함과 유능함, 모두 중요한 가치이지만,

따뜻함을 먼저 보여주고 그다음 유능함을 제시할 때 신뢰가 훨씬 증가한다는 연구입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신뢰가 먼저 형성되어야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신뢰 없이 지시를 받으면 뇌는 '위협'으로 인식하지만, 신뢰 속에서 방향을 받으면 '협력'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여성리더들이 부서원이나 타부서 리더들과 대화할 때,

먼저, 경청과 공감을 표현해서 관계를 맺은 후에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며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이죠.


image.png
image.png
image.png

� 에이미 커디의 HBR 기고문 "Connect, Then Lead" https://hbr.org/2013/07/connect-then-lead



3. 나 < 우리로 목적의 프레임을 바꾸기

페이스북(메타) COO였던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가 발견한 통찰이 있습니다.

여성 리더가 강함을 발휘할 때, '나를 위해'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로 프레이밍하면 비판이 줄어든다는 거죠.


프레임 1: 개인 야망 (비판받음) "제 목표는 이 팀을 최고로 만드는 겁니다" → 반응: "야심가네", "자기 커리어만 생각해"

프레임 2: 집단 목적 (수용됨) "우리 팀원들이 성장하고, 우리 고객이 만족하기 위해 이 목표가 필요합니다" → 반응: "헌신적이네", "팀을 생각하네"


4. 여성 리더 네트워크 - 혼자가 아니다

이중잣대를 극복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는 것입니다.


제가 여성리더 대상 워크숍을 하면, 마지막 회고 때 '나만 이런가?'라는 고민이 사라졌다'는 말을 참 많이 듣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3가지 효과가 있는데요:

① 정상화 (Normalization):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건 구조적 문제구나." 자기 탓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② 전략 공유: 선배 여성 리더들의 실전 경험과 해법을 배웁니다. 책에 없는, 현장에서 통하는 전략들이죠.

③ 심리적 지지: "당신은 잘하고 있어",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멘토가 있는 여성 리더는 승진 확률이 50% 높았고, 여성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은 번아웃이 40% 낮았습니다.


5. 변화는 느리지만 온다

왜 여성리더들은 이런 고민을 추가로 해야 할까, 생각하면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무언가를 시도해 왔던 선배 여성들 덕분에 느리지만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포춘 500 기업의 여성 CEO 비율:
2000년: 0.4%
2010년: 3.0%
2020년: 7.4%
2024년: 10.6%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500인 이상 기업 여성 관리자 비율: 2015년 15.3% → 2023년 20.1%
여성 임원 비율: 2015년 2.4% → 2023년 5.8%

여전히 낮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더 많은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올라, "왜 그 많던 여자 선배들이 보이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게 됐을 때

우리는 고정관념으로 인한 이러한 고민을 멈출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만드는 건 오늘 이 딜레마를 헤쳐나가는 여성 리더, 바로 당신입니다.


6. 오늘부터 실천하기

첫째, Connect then Lead 순서 의식하기

다음 회의에서 실험해보세요. 먼저 5-10분 경청, 그다음 결정 제시. 순서만 바꿔도 반응이 달라집니다.

구체적으로:

회의 시작: "오늘 결정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먼저 여러분 의견을 듣고 싶어요"

10분 경청 후: "말씀 주신 내용을 정리하면..."

그다음 결정: "이런 이유로 우리는 A안으로 가겠습니다"


둘째, 프레임을 '우리'로 전환하기

이번 주, 본인이 하는 말을 관찰해보세요. "내가 원하는 건..."을 "우리 팀에게 필요한 건..."으로 바꿔보세요. 같은 내용이지만 수용도가 달라집니다.

Before: "제 목표는..."

After: "우리 팀의 성장을 위해서는..."


셋째, 여성 후배 1명에게 먼저 커피 타임 제안하기

커피 한 잔 하며 고민을 나눠보세요. "나만 그런가?"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입니다.

회사 내부가 부담스럽다면, 외부 네트워크를 찾아보세요. 여성 리더 모임, 업종별 여성 네트워크, 온라인 커뮤니티 등.




제가 처음 워크숍과 코칭을 시작하게 된 것도, 여성리더 모임에서 만난 분들과의 대화 때문이었습니다.

함께 여성으로서 '자신감'을 갖기 힘든 조직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전략을 공유하던 것이 그 시작이었죠.


그 때 만난 대 부분의 멤버분들은 지금 2-3세 계단 씩 성장해 있으세요.

정답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게 필요한 해답을 끊임없이 찾는 분들은

자기 자신의 자신감 뿐 아니라 주변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조직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더라구요.


얼마전 오랫만에 연락이 닿은 한 여성리더 분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중 잣대가 사라진 건 아니에요. 여전히 남자 동료들보다 더 많이 증명해야 하죠. 하지만 이제는 그게 내 한계가 아니라, 내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이라는 걸 알아요. 그리고 헤쳐나가는 방법도 알고요. 언젠가 후배 여성 리더들은 이런 고민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우리가 길을 만드는 거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이 오늘 헤쳐나가는 길이, 다음 세대 여성 리더들의 길이 될 겁니다.

일하는 여성의 자신감을 응원합니다!



� 여성리더 대상의 '커넥트' 방법에 대한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제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why-connect/224037188481


매거진의 이전글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리더의 자신감 - 비언어 스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