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워도 정면 응시해야 지나올 수 있다
영원이라 믿었던 관계의 끝을 보고 바닥이라 여겼던 관계의 바닥을 거듭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으로 '함께'를 꿈꿨기에 의심할 여지없었던 관계가 전혀 예상치 못한 형태로 변해가는 걸 견디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오랜 시간 낯선 곳에서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통곡 속에 하루를 보냈다.
기다림과 체념 원망과 포기 그리고 인내를 반복하며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걸 목도하면서도 그렇게 또 한참을 견디던 나는 마침내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비로소 인정하고 수용하기 시작했다.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고 내가 영원이라 믿었던 관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말이다.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끝에 다다른 관계를 직시하고 인정하며 수용하는 과정은 힘겨웠다. 누군가 고통으로 지나온 길, 괜찮았느냐 물었던 적 있다. 괜찮았을 리가. 피를 흘리면서도 끝내 외면하지 않았기에 지나올 수 있었다 답했다. 그랬다. 돌아보면 그 모든 것이 평범한 일상에선 드러나지 않던 '나'와 '관계의 한계'를 동시에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고 성한 곳 없는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의미 없는 것은 없었다.
본질에 대한 외면은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에 다름없다. 때문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괜찮은 척해서 괜찮아질 일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쓰라려 피하고 싶어도 정면 응시해야 한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 마침내 바닥과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지나올 수 있다. 임시로 세운 처마로는 비를 막을 수 없다. 아무것도 지켜낼 수 없다. 아프지만 이 사실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냈다. 나는. 덕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