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다시, 디자인티

by 무브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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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끓여먹는 디자인. 디자인티>라는 블로그를 처음 열었다. 그때의 나는 디자인을 만들고, 배우고, 기록하던 사람이었다. 이미지와 생각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때의 블로그는 나에게 작은 작업 노트이자 다이어리였다. 그렇게 매일을 기록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은 어쩌면 내가 선택한 동굴에서 나를 갈고 닦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2018년에는 <놀며 일하는 공간. 무브노드>라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태백에서 열었다.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활동들이 만들어졌다. 태백을 거점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공간은 확장되었고,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탄탄마을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무거운 일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분명, 의미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잊기 시작했고 사소한 관찰 속에서 발견하던 재미있는 사건들, 삶 가까이에 있던 이야기들에서 서서히 멀어져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동굴을 나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부딪히고, 연결되고, 책임지는 시간 또한 좋았다.


그러나 동굴을 나온지 10년 훌쩍 지난 지금 한번쯤 잠깐 멈출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는 다음 시즌을 만들고 싶다. 묵직했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조금 더 가벼운 형태로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그래서 여기에 돌아와 하나씩, 차곡차곡 기록을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끓여먹는디자인. 디자인티는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시각 이미지로 꺼내는 과정의 기록 공간이다. 놀며일하는우리. 무브노드는 협업하며 겪어가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가 담긴 관계의 공간이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이 글은 그 공간에 남기는 첫 기록이다. 그간 해왔던 일들의 관점과 앞으로 해나갈 일들의 과정들을 조금 느린 속도로 기록하며, 이 공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나는 나대로 괜찮은 자리에 서 있음을 스스로에게 확인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