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사라졌지만, 무브노드는 계속된다
이곳에서 정말 다양한 일들을 정신없이 벌이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추려보는 시간이 도래했다. 그게 한 6년 차쯤 되었을 때였을까. 예술가들과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조금 더 전문적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와 작업실이 필요해졌다. 그 시절, 무브노드는 적절한 타이밍에 그 역할을 잘 해내 주었고, 작가들에게는 하나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아마 이 시점부터였을 것이다. 무브노드가 디지털 노마드에서 예술가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점차 성격이 바뀌어가기 시작한 것이. 신기하게도, 내가 바라보던 방향으로 무브노드는 잘 따라와 주었고, 그래서 그들과 함게 일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함께 작업했던 기비안 작가는 무브노드를 참 잘 사용해 준 작가다. 배치되어 있는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며 자신에게 맞게 공간을 커스터마이징 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때 처음으로 "사용자에 따라 무브노드는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이후 무브노드의 가구 배치는 사용자들에게 더 편리한 형태로 수도 없이 바뀌었고, 그 변화를 통해 나는 사용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곧, 무브노드에 더 오랜 시간 머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비단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무브노드를 오가는 과정을 통해 나는 사람을 배웠다. 무브노드는 단순히 코워킹 스페이스가 아니라 사람을 배우고, 삶을 배우는 공간 그 이상의 가치들을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2018년 4월 18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던 무브노드는 2025년 9월 30일 기점으로 문을 닫았다. 건물주가 건물을 사용하게 되면서 공간을 정리하게 되었고, 약 8년 동안 내 삶을 지켜주었던 공간을 비우며 이곳이 더 이상 단순한 물리적 공간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나의 성장이 무브노드의 성장이었고, 무브노드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었다.
공간으로서의 무브노드는 사라졌지만, 이제는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자들의 팀을 무브노드라 부르며 작업을 이어가려 한다. 우리가 일하는 곳이 곧 무브노드이고, 우리가 함께 만드는 과정이 무브노드가 되기 바란다. 이름을 지었을 때의 그 뜻처럼, 움직이며 만나는 지점. 움직이는 생각들이 만나는 곳. 그곳이 무브노드이다.
We play. We work. We move. movenode
* 이글은 2018년~2025년까지 약 8년간 기획-조성-운영한 코워킹스페이스 <놀며일하는공간 무브노드>에 대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