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마을에 작은 미술관을 만들었다
작은미술관은 2018년 11월, 태백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나의 고향 태백에 대해 늘 어떤 결핍을 느껴왔다. 그것은 문화예술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데서 비롯된, 일종의 ‘한’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만약 그때 그런 경험들이 있었다면 나는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어리석은 후회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 결핍을 해소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미술관을 만들게 되었고, 그 경험은 삼척관광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이어져 도계 삭도마을에서 미술관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게 되었다. 도계 삭도마을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태백시 장성동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도계 역시 광산 지역이었고, 석탄공사는 작년에 문을 닫았다. 지리적으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근대 산업이 남긴 분위기와 마을이 품고 있는 정서, 풍경들이 사뭇 닮아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도계 삭도 작은미술관 앤드가 만들어졌다. 작년부터 전시 기획과 작가 발굴,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도계 삭도 작은미술관 앤드는 원래 트릭아트 미술관이었다. 몇 년 동안 그림들이 고정된 채 방치되어 있었고, 이미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처럼 보였다. 우리는 그 공간을 다시 발굴해 화이트 큐브 형태로 정비하고, 조금씩 손을 보며 아주 작은 미술관을 탄생시켰다.
미술관 주변에는 마을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작은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주민들은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이어간다. 주차장도 넓고, 미술관 앞마당 역시 여유 있는 공간이다.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궁금한 마음에 미술관 안을 들여다보곤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미술관과 마을은 함께 시간을 쌓아간다.
우리가 태백에서 문화예술을 우려냈듯, 이곳 도계에서도 앞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들이 하나둘씩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작은 문화예술 공간들이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 또한 기대된다.
* 해당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5 작은미술관> 사업 일환으로 삼척관광문화재단과 함께 협업하여 기획/운영한 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