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메이커] 큐레이션 미 큐레이션 유

지역에서 큐레이터가 자라나는 방식

by 무브노드


아마도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감정 말이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막막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어깨너머로 배울 기회도, 전문적으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곳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서울에서 일하다 태백으로 내려왔을 때 비슷한 고민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주변의 어른들과 선배들이 좋은 자원과 경험을 나누어 주었고, 그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이며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받은 경험과 배움을 다시 나누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는 개념의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다. 페이스메이커란 마라톤에서 함께 달리며 속도를 맞춰 주는 사람을 말한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지점에서도, 누군가 곁에서 함께 달려 준다면 끝까지 목표를 완주할 수 있다. 지역에서의 활동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지역에서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 소규모 시장 안에서 작은 시도와 경험들을 꾸준히 만들어 내야 하고, 개인과 개인, 기업과 지역, 기획과 실행 사이를 연결해 주는 존재가 없다면 많은 가능성들은 시작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나는 그동안 해왔던 이러한 활동들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더 많은 페이스메이커들이 생겨나기를 바라면서.



최근에 마무리된 〈큐레이션 미, 큐레이션 유〉는 작은미술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지역의 예비 큐레이터를 발굴하고, 큐레이터가 직접 작가를 발굴해 전시를 기획·실행해 보는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총 3인의 지역 큐레이터와 3인의 작가가 협업하여 각자의 시선과 언어로 전시를 완성했다. 놀라웠던 점은 함께한 세 명의 큐레이터 모두가 보여준 능동성이었다. 이들 모두 실제로 큐레이션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우였다. 그만큼 과정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특히 작가를 인터뷰하고 작업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가장 즐거워했다. 질문을 준비하고, 작업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정리하며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체득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큐레이션 미, 큐레이션 유〉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큐레이션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이해

작가 매칭 및 작가 인터뷰, 작업 검토

전시 주제 설정과 전시 작품에 대한 논의

전시 서문 작성 및 전시 설치 일정 조율

전시 설치 보조와 현장 실습

전시 도슨트 진행



이 과정들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절차라기보다, 큐레이터로서 ‘직접 해보는 경험’ 자체에 초점을 둔 시간이었다. 동시에 작은 지역에서도 충분히 전시 기획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 결과, 참여한 큐레이터 3인과 작가 3인은 전시를 무사히 열었고, 작은 미술관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함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점진적으로 만들어 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페이스메이커는 ‘일’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역할이다. 성과를 앞당기기보다 사람의 속도를 존중하고, 결과보다 성장을 먼저 바라보는 것. 이 프로젝트는 그런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하나의 사례였다. 그리고 이 흐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년에도 <큐레이션 미 큐레이션 유>는 계속된다.



* 해당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5 작은미술관> 사업 일환으로 삼척관광문화재단과 함께 협업하여 기획/운영한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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