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메이커] 청년기획학교

청년들의 실험에 발을 맞추며

by 무브노드


청년기획학교는 태백시와 함께 운영한 청년 경험 기반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창업을 목표로 한 교육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신의 삶과 일을 직접 기획해보는 경험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두지 않았다.대신 질문에서 출발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가? 이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무엇인가? 일, 놀기, 먹기, 관계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청년기획학교는 이 질문들을 실제로 해보는 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운영자나 지시자가 아니었다. 나는 이 과정을 페이스메이커의 역할로 함께했다. 각 팀이 멈추지 않도록 옆에서 호흡을 맞추는 사람,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느려질 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었다. 중요한 점은 팀을 직접 모집하고 사람을 모아 함께한 주체가 내가 아니라 청년리더들이었다는 것이다. 청년기획학교는 청년을 ‘참여자’로 두지 않고, 리더로 세워 스스로 팀을 구성하고 선택하게 하는 구조로 운영되었다. 나는 이들이 선택한 방향이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함께 점검하고, 필요할 때 질문을 던지며 속도를 조절하는 데 집중했다. 청년기획학교를 통해 함께한 이들 중, 세 명의 청년리더는 1년의 과정을 거치며 특히 분명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창업을 준비 중인 작가형 기획자 이은비는 이미 카페를 운영하며 도자기 공예 작업을 이어오던 청년이었다. 청년기획학교를 통해 그는 취미와 생업을 분리하지 않고, ‘도자기 작가가 운영하는 카페’라는 창업 모델을 구체화해 나갔다. 더 나아가 자신이 나고 자란 구문소라는 지역성을 이 모델에 녹이기 시작하며, 일반적인 카페 창업 방식이 아닌 ‘작가 이은비’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방향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며 자신의 언어를 정리해 나간 그는, 현재 예비창업자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실제 창업을 준비 중에 있다.

시스템적 사고에 강점을 가진 청년이다. 규칙의 밀도를 조율하고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제작한 보드게임은 파티게임 형태로, 사람들이 가볍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청년의 날 부스에 참여해 다수의 참여자와 게임을 테스트하는 경험을 쌓았다.

은경은 프로젝트 초반에는 팀의 구성원이었으나, 과정이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의견을 조율하고 책임을 맡는 청년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아이데이션부터 기획, 실행까지 팀원 간 소통이 원활했고, 모객부터 결과물 완성까지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낸 팀이었다. 멘토링 과정에서는 ‘여행 기획자’라는 브랜드를 제안했고, 김은경 역시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태백의 지역 여행 콘텐츠로 확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더불어 팀원이었던 민희영은 자신이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하며, 지도를 그리고 그림으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이후 전시를 열고 작품을 판매하는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청년리더들과 함께 올해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기획학교는 행정이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많이 기다려야 하고, 작은 움직임들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과정이 성과인지 아닌지를 단기간에 수치로 증명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태백시는 청년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존중하며 함께해 주었고, 그 결과 청년기획학교에 참여했던 이들이 올해 태 백에서 더 많은 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 이 모든 과정은 우리 모두가 진심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올해도 이 사업이 다시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라며, 이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 안에서 나는 앞으로도 밀거나 끌어당기기보다는 옆에서 호흡을 맞추며 각자의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리듬을 만들어주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들의 성장에 발을 맞추어 함께 나아가며 이를 바라보는 일은, 나의 역할이자 기쁨이다.




* 해당 프로젝트는 <청년기획학교> 사업은 태백시 청년정책팀과 함께 협업하여 기획/운영한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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