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메이커] 20대 남자 K (A)

질문으로 시작하는 만남

by 무브노드

지역에 오래 살다 보면 비슷한 경험들을 여러 번 하게 된다. 특히 20대 초반의 친구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내가 지역에서 이런저런, 다소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 작업들을 계속해 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경험이 많지 않기에 이미 주어진 답과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친구의 부모나 스승이 나와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라며 연결해 주는 경험도 수차례 있었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작업들을 4~5년 정도 이어오다 보니, 이제는 내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건네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은 접할 수 있는 경험의 수가 많지 않고, 그만큼 선택의 폭도 좁다. 그래서 스스로 경험을 만들어가야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근에 찾아왔던 한 친구인 K도 오랜 시간 운동을 해오다 그만두게 된 경우였다. 대학교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나는 시각디자이너로 시작해 기획자의 역할로 오래 살아오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사람에게 어떤 선택지들이 가능한지를 함께 고민하고 기획해주는 일을 해왔다. 그래서 이런 만남이 있을 때면 만나기 전에 몇 가지 질문을 먼저 건넨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K를 만나기 전 보낸 질문들

○ 사람들에게 종종, 혹은 자주 듣는 말은 무엇인가?

○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보통 어떤 역할을 맡는 편인가?

○ 요즘 내가 가장 자주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

○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일이나 즐거운 것은 무엇인가?

○ ○○○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을 했을 때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삶을 잠시 돌아보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을 보낸다. 질문에 답하며 스스로를 정리한 뒤 우리는 비로소 마주 앉는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방향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건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해당 글은 개인적으로 만나는 20대 K를 관찰하며, 선택과 방향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