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표연탄

삼표연탄 아니고 '삶표연탄'

by 이유 임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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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법원읍 삼표연탄은 그냥 오래된 빈집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응축된 장소다. 삼표연탄을 '삶표연탄'이라 이름 붙인 이유다. 연탄으로 누군가의 삶에 온기를 더해주었던 분들이 살았던 장소를 재조명하려고 한다.


법원읍에서 처음 하얗게 타버린 연탄을 봤을 때, 마치 다 타버린 내 모습이 투영된 듯 자꾸 마음이 쓰였다. 초록색 대문 앞, 덩그러니 놓인 연탄이 눈에 밟혔다. 카메라에 담아 두고두고 들여다봤다. 누군가에겐 온 가족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뜨끈한 밥 한 끼를 만들어주던 연탄이었다. 하지만 다 타고 버려진 모습에서 내 안의 상실과 아픔이 겹쳐졌다.


부천을 떠나 파주로 온 이후, 나는 이곳 법원읍에서 삶터를 지켜온 마을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삼표연탄도 그런 곳이었다. 부모님 세대부터 마을에 온기를 전해왔고, 지금은 아들이 그 자리를 지키며 힘겹게 운영하고 있었다. 연탄 판매가 줄어드는 바람에 다른 일거리를 찾아다녀야 하지만, 여전히 연탄을 떼는 어르신들이 많아 그만둘 수도 없다고 했다. 그 마음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연탄집은 결국 매물로 나왔다. 길게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연탄도, 이 오래된 집도, 삼표연탄 간판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치 이 공간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혼이 나간 듯 부동산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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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표연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공간은 마을의 역사를 담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 단순한 사무공간이나 작업실이 아니다. 지역 연구자, 활동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왜 이 기록이 중요한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고민하고 공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과 지역의 역사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그 기록이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이유가 되는 곳.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크다. 이 프로젝트가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운영할지가 중요한 과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본래의 목적을 지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주말에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 공간으로 활용하고, 평일에는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면 어떨까. 운영비를 충당하면서도 본래의 목적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집이 크지 않아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미팅이 내겐 아주 중요하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다.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이 장소가 품고 있는 고유한 기억과 흔적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다양한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길 원한다. 함께 이야기 나누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삶표연탄'이 지역을 위한 따뜻한 기억 저장소이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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