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트와일라잇 시티] 10화

Chapter 10. 두 개의 불꽃

by 이진성

트와일라잇 시티 10화


큐브 앞에서 두 명의 이든이 동시에 손을 뻗자, 공기가 울리며 공간이 요동쳤다. 정사각형 조각들이 허공에 쏟아져 나와 각자의 의지에 따라 방향을 틀며 움직였다. 한 이든이 그 조각들을 다른 이든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상대방은 수십 개의 큐브 조각을 끌어모아 벽처럼 방어 구조물을 세워 막아냈다. 공격을 막아낸 그는 곧 바로 벽 구조물들을 가볍게 분해하듯 해체하더니, 부서진 조각들을 그대로 상대를 향해 되돌려 보냈다. 다른 이든 역시 허공에 큐브 조각들을 모아 방어벽을 만들어 날아오는 파편들을 막아내었다.


곧이어 수많은 조각을 만들어내어 상대를 향해 날렸다. 상대방도 똑같이 대응했고 허공에서 큐브 조각들이 서로 부딪히며 더 작은 정사각형 조각들로 부숴졌다. 둘은 공간 자체를 무기로 삼아 서로를 압박했다. 또 다시 한 이든이 공중에 거대한 큐브조각을 수 없이 만들어낸 후 솟구치듯 상대를 향해 떨어뜨렸다. 하지만 다른 이든은 비웃듯 손짓 하나로 떨어지는 거대한 큐브 조각을 산산조각 내었고 그 파편들을 그대로 되돌려 보냈다. 파도처럼 덮쳐오는 조각들 사이에서 한쪽이 간신히 몸을 피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다시 큐브 조각들이 날아들자, 그는 바닥에서 수많은 벽을 연속으로 생성했다. 상대가 던진 조각들은 벽을 차례로 부수었지만 부서지는 속도만큼 계속해서 새로운 벽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싸우다 보니 수 많은 벽들에 가려져 상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른 이든이 자신의 주변에 펼쳐진 여러 벽들을 주시하던 그때, 한 쪽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는 큐브 조각을 그 방향으로 날렸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그의 뒤편에 있던 또 다른 벽이 갈라지며 누군가 뛰쳐나왔다. 그가 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보는 순간, 상대의 주먹이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 충격으로 이든이 뒤로 넘어지며 잠시 균형을 잃었고 이어서 바로 그의 몸을 수십 개의 큐브 블록으로 둘러싸 움직이지 못하게 봉쇄했다.


이든 카터는 가쁜 숨을 몰아가며 그에게 물었다.

“하나만 묻겠어. 이런 힘이라면 도시를 지킬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무너뜨리려는 거지?”

맥스웰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너도 알잖아. 샤이닝 시티는 더 이상 꿈의 도시가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점점 깊어졌다.

“원래 이터널 플레임 프로젝트의 목적은 모든 인류가 영생을 얻는 것이었다.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고 누구나 똑같이 기회를 누리는 것이었지.”


카터는 숨을 고르며 그 말을 들었다.

“하지만 정부와 군은 프로젝트가 영생의 DNA를 완성하자 곧바로 개입해서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꿔버렸어.”

맥스웰은 차갑게 말을 이었다.

“대신 로그인 시스템을 만들어 통제의 도구로 사용했지. 명령에 복종하는 자에게는 로그인 기회를 주고, 반항하는 자는 영원히 금지했지. 그 단순한 원리로 그들은 무려 수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을 지배해 온 거다.”


그의 시선이 큐브를 꿰뚫었다.

“나도 너처럼 섀도우 시티 출신이었지. 만약 그 기술이 그대로 완성되어 상용화되었다면 섀도우 시티에 살던 내 아내와 내 딸도.. 그들 모두가 지금도 살아있었겠지. 너도 시간이 지나면 곧 알게 될 거다. 사랑했던 가족들과 소중한 친구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 남겨진다는 게 어떤 건지.”


카터는 목이 메인 듯 대답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수많은 섀도우 시티 출신들이 여기서 일하고 있고. 그들을 모두 죽게 놔둔다는 게 옳다고 생각해?”


맥스웰은 잠시 침묵하다가 냉정하게 말했다.

“너도 이제 잘 알고 있잖아? 그런 희생 없이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 샤이닝 시티는 절대 모든 인류가 영생을 누리게 두지 않을 거다.”

카터는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그럼 네가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 해도, 너도 똑같아질 뿐이야. 또 다른 지배자가 될 뿐이지. 너도 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맥스웰의 미소가 일그러졌다.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너는 아직도 무엇이 옳은지 방황하고 있어. 네가 누구인지조차 아직도 모른 채. 좋아, 내가 정해주지.”


그가 손끝을 움직인 순간, 그를 둘러싸고 있던 조각들이 거세게 움직이며 역으로 이든 카터의 몸을 감쌌다. 순식간에 큐브모양 조각들이 그를 포박하듯 밀어붙였고 그대로 큐브 쪽으로 강제로 끌려갔다. 큐브 조각 하나하나가 쇠사슬처럼 몸을 조여 오며 저항할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든 맥스웰이 큐브에 손을 뻗으며 외쳤다.

“함께 큐브를 해체하자, 카터! 이제 곧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카터는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너무 단단히 조여온 조각들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몸은 허공에 뜬 채 큐브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해체가 아니라..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 이 광경을 지켜보던 스나이퍼가 무전기로 상황을 전했다. 짧고 건조한 교신음이 울린 뒤, 무전기 너머로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표물 확인. 타깃 조준 완료.”


무너진 잔해 위, 스나이퍼들이 총열을 고정한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중장이 곧장 사령관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외쳤다.

“ 장님! 늦기 전에 어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사령관은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주 신중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그를 죽여서라도 막아야 할지를. 그러나 그 순간, 큐브의 빛이 심장 박동처럼 일렁이며 파동을 퍼뜨린 후 심장이 멎은 듯 방 안을 정적이 뒤덮었다. 빛은 여전히 큐브 속에서 살아 있었으나, 그 힘은 흘러나가지 못한 채 봉인된 상태로 고정되었다.


이든 맥스웰의 눈빛이 일그러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낮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에 그런 생각을 할 줄이야.. 덕분에 큐브의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군.”

그는 분노와 절망을 뒤섞은 채 다가와 카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다시 큐브를 해체해라 카터! 직접 봉인한 자만이 이 큐브를 해체할 수 있다. 이 큐브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그때 이든 카터는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주먹을 힘껏 날렸다. 이든 맥스웰은 바닥에 쓰러지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카터는 쓰러진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붙잡았다.

“잘 들어, 이든 맥스웰. 너가 하는 건 희망이 아니라 파괴일 뿐이야. 여기서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소중한 동료들을 얻었어.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어. 그게 바로 희망이야.”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그 안엔 분명한 희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너한테도 아리아나가 있었잖아. 그게 네가 지켜야 할 진짜 이유 아니었어?”

맥스웰의 얼굴이 굳었다. 잠시 후, 그는 차갑게 웃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아리아나...? 그녀는 그저 내가 의심받지 않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었다. 이 도시에서 내가 지킬 사람은 애초에 없었어!”


그 말에 나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아리아나마저... 넌 결국 자신을 위해 이용했을 뿐인 거야?”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


이터널 사령관이 총구를 들이대고 있었다. 방 안이 정적에 잠겼다. 한 이든은 숨을 고르며 멈춰 섰고 다른 이든도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사령관의 눈빛은 두 이든을 번갈아 가며 훑었다.

“누가 이든 카터고, 누가 이든 맥스웰이지?”


숨 막히는 침묵 속, 우리 둘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내가 이든 카터야!”

순간, 서로의 말에 놀란 듯 눈을 마주쳤다. 한 이든이 다시 외쳤다.

“내가 진짜 이든 카터야!”

곧장 다른 이든의 맞받아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니야, 내가 진짜 이든 카터야!”


그들의 옷차림은 똑같았다. 피와 먼지에 뒤범벅된 모습까지도 서로 거울처럼 닮아, 누구도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중장이 당황한 듯 사령관을 향해 물었다.

“누가 누군지 구별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령관은 두 이든의 눈빛을 매섭게 바라보며 말했다.

“누가 이든 맥스웰이지?”

그 말이 끝나자 한쪽 이든이 차갑게 내뱉었다.

“저 자가 이든 맥스웰이야. 그가 나인 척하는 거라고!.”

그러자 다른 한 명의 이든이 잠시 눈을 피하며 흔들렸다. 그리고 늦게서야 낮게 말했다.

“아니! 난 이든 맥스웰이...”


그가 말하기를 주저하는 순간, 사령관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탄은 정확히 한 명의 이든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살아남은 나는 충격에 휩싸인 채 외쳤다.


“어떻게... 내가 진짜 이든 카터라는 걸 알아낸 거지?”


사령관은 쓰러진 이든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 자신이 이든 맥스웰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주저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지. 너는 이든 맥스웰의 몸에 갇혔고 그 이름은 네 진짜 자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었지. 하지만 네 기억은 아직, 이든 카터였을 때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어. 만약 맥스웰이라는 이름을 부정하면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게 되고, 인정하면 원래의 이든 카터 네 자신이 사라진다. 하지만 넌 그 두 정체성 사이에서 멈춰 있었지. 누구도 되지 못한 채로.”


그는 총을 다시 집어넣으며 말했다.

“어차피 봉인된 큐브를 풀 수 있는 건 오직 이든 카터뿐이다. 물론 양자컴퓨터로 언제가는 풀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지. 그리고 이든 맥스웰은 살려둔다면 언제든 변수가 될 뿐이니 차라리 지금 여기서 없애는 게 낫다.”


그가 천천히 나가면서 말을 이었다.

“아까 내가 제안했던 거래는 여전히 유효하다. 네가 맥스웰을 막아낸 이상, 넌 이제 샤이닝 시티의 공식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다만 큐브 시스템의 기술은 도시 전체의 이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러니 공유는 필연적이다. 곧 관련된 회의가 열리겠지.”


사령관은 냉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마지막을 덧붙였다.

“그전까지는 몸을 추스르고 복귀를 준비해라, 이든 카터.”


이제 끝났다... 모든 게. 그러나 내 안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아니면 이든 맥스웰의 행동이 옳은 걸까? 나는 쓰러진 이든 맥스웰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차갑게 떠 있는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묻고 있었다. 정말 네가 한 행동이 옳았는지를.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무너진 천장 너머에서 지켜보던 자가 한명 더 있었다. 긴 머리를 가진 실루엣은 곧 어둠 속으로 사려졌다.


며칠의 휴식 시간을 가진 나는 일부 장교들과 군인들을 동행한 채, 다시 큐브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손끝이 큐브에 닿자 묵직한 진동이 온몸을 타고 퍼져나갔다. 잠시 후, 봉인된 결속이 풀리며 큐브의 힘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보안 요원들도 큐브 시스템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보안본부와 연구시설은 무너진 벽돌처럼 흩어져 있었지만 보안본부 직원들과 함께 우리는 하나씩 복구를 시작했다. 조금씩,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티 마스터가 모든 고위 인사들을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공식적으로 보안본부 본부장의 직위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회의의 핵심 주제는 단 하나, 큐브 시스템을 누구에게까지 사용권한을 부여할지였다. 물론 일반 보안요원들처럼 특수 장치를 통한 제한된 방법이었지만 큐브의 힘은 아무리 작은 힘이라도 잘못 쓰이면 도시 전체를 뒤흔들 수 있었다.


결국 보안본부는 전과 같이 최고 권한은 나에게 집중되었고 보안본부 소속 직원들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직급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큐브 사용이 허용되었다. 보안본부는 큐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핵심 부서로 남았지만, 각 대장과 장교들에게도 보안요원들과 동일한 방식의 제한된 기능이 공유되었다.


시티 마스터는 말했다.

“큐브는 도시의 심장이다. 모두의 생존과 평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 그리고 보안본부는 큐브 연구에 박차를 가하도록”


더 세부적인 사항들은 앞으로 차근차근 논의될 예정이었다. 나는 회의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경계와 기대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 힘이 다시는 혼란과 파멸의 도구로 쓰이지 않기를.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마치 큐브 시스템을 중심으로 새로운 군부대를 창설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큐브 시스템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도시를 세우고 무너뜨릴 수 있는,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이다. 그렇기에 그 사용 여부는 철저히 나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들의 욕망이 아무리 거세게 몰아쳐도, 마지막 선택은 결국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다.




다시 평화가 찾아온 샤이닝 시티의 어느 늦은 밤, 나는 칵테일 잔을 기울이며 창가에 섰다. 유리창 너머로 빛의 도시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빛, 내가 오래도록 꿈꿔온 세상이었다. 뒤에서 아리아나가 다가오더니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나를 껴안았다. 그녀의 품은 따스했고 마치 모든 불안과 흔들림을 덮어버리는 듯했다. 그 따스한 온기에 잠시 눈을 감았다. 영생, 부, 권력... 그리고 아름다운 그녀.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어둠과 불빛 사이로 유리에 나와 아리아나의 얼굴이 겹쳐졌다. 곧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사랑의 온기가 번져나갔고 입술이 천천히 멀어지자 유리 속 남자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온 이후로 그동안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흔들려왔다. 이든 카터일까. 아니면 이든 맥스웰일까. 혹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름조차 없는 또 다른 나일까. 나는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의 얼굴에는 원래의 이든 카터와 이든 맥스웰의 얼굴이 번갈아가며 비춰졌다.




어둠이 깔린 복도 끝, 두 명의 인부가 여러 개의 이동용 침대를 밀며 걸어가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숨은 붙어있지만 움직임이 없는 육체들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중 하나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바로 이든 맥스웰.

이곳은 소멸실이라 불리는 장소였다. 로그인 이후 남겨진 껍데기, 쓸모없는 육체를 불태워 사라지게 하는 곳. 그들은 무거운 침대를 화염로 앞에 세워둔 뒤, 껍데기를 하나씩 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잠시 후, 두 인부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가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벽에 기대어 담배를 꺼내 물며 말했다.

“야, 아까 그거, 이든 맥스웰 아냐?”

“맞는 것 같아. 근데 뭐, 로그인을 하고 남은 껍데기겠지.”

한 명이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보안본부에 군인들이 집결했다던데.. 무슨 큰 소란이라도 있었던 모양이지?”

“나도 정확히는 몰라. 무슨 폭발음 같은게 들려서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줄 알고 깜짝 놀랐어. 근데 무슨 훈련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편, 소멸실에는 곧 고요만이 남았다. 불길이 일렁이는 소각의 불빛이 옆 침대 위의 이든 맥스웰의 몸을 비추었다.

순간, 그의 가슴 부위가 미세하게 꿈틀거리더니 붉은 흔적 사이로 총알 한 발이 천천히 밀려 나왔다. 완전히 나온 총알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내자 정적이 더욱 무겁게 드리웠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번뜩!

이든 맥스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시선은 불길을 뚫고 다시 세상을 꿰뚫듯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인부 두 명은 남은 일을 끝내기 위해 소각로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든 맥스웰이 누워 있던 침대 위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남아 있던 육체들을 소각로에 던져 넣었다. 이내 이동용 침대를 끌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밖으로 빠져나갔다. 아무도 없는 소각로의 불꽃은 잠시 흔들리며 공기를 태웠고 곧 잿빛 연기로 흩어졌다. 그 불길 속에는 이름도, 기록도, 질문도 남지 않았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