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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건조 Sep 07. 2021

<앙케이트 2> 좋아하는 극장과돈 주고 본 첫 영화?

『어쩌다 영화』멤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쩌다


   주성철 영화기자

   부산 범내골 보림극장. 과거 나훈아와 조용필이 공연을 하기도 했던 일종의 복합 문화공간 보림극장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동시상영관이 되어 내 유년기, 청년기 영화 관람의 거진 8할이 되어주었다. 영화 관람 기억 중에서도 목에 물건 매대를 걸고 오징어와 쥐포를 파는 판매원이 있던 그 풍경이 가끔 그립다. 

   당연히 이곳에서 내 생애 첫 유료 관람을 했다. 제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소림사 영화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벌거벗은 민머리의 사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청나라 군사와 싸우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이화정 영화기자

   종로의 코아아트홀. 서울 시내 ‘코어’ 중의 코어에 영화가 단단하게 자리하던 시절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곳에는 객석 한가운데에 건물을 지지하는 기둥이 떡하니 있었다. 운이 좋지 않은 날은 당연히 기둥 뒤 자리를 배정받았고, 그 가림막이 떡하니 스크린의 일부분을 잠식해 버렸다. 고개를 쏙 빼고 놓칠세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나 <퐁네프의 연인들> 같은 영화를 봤다. 피가 끓는 영화들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놓칠세라 보는 내 마음도, 내 고개도 무척 애절했었다. 지금은 사라진 그 공간에 가두어 둔 그 시절의 열기란! 

   어른들이 내 준 돈이 아니고 내 돈으로 영화를 본 건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다. 수업 시간 내내 철제 필통에 모아둔 지폐와 동전을 내차 확인하면서, 얼른 수업이 끝나 극장에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렇게 막 개봉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났다. 아이들이 책상 위로 올라가서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칠 때, 대낮에 이 걸작을 보고 있는 관객이 이 공간 안에 나말고 몇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마구 일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어머어마한 ‘흥분’에 지불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그후로 내 용돈의 상당 부분을 영화 보기에 할애하게 만든, 지출의 서막이었다.




   김미연 PD

   신사동 브로드웨이 극장고딩 때 추억이 남아 있는 극장이다. 어른 흉내 내면서 앞머리에 무쓰(?) 바르고 극장 앞에서 친구랑 만나 영화를 보던 추억.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풍기는 특유의 팝콘향은 없지만 나름 팝콘도 팔고, 극장 앞에서는 거대 왕문어발이랑 쥐포 등등도 팔았다. 신사동 브로드웨이에서 <쉬리>를 혼자 본 이후로 영화를 혼자 보러다니기 시작했다. 진정한 독립!

   그리고 ‘내돈내관’ 한 첫 영화는 <천장지구>. 유덕화 광광팬이었기 때문에 개봉하자마자 줄서서 표를 사고 두 손 꼭 잡고 (내 손 두 손) 관람했다. (유덕화 영화는 남자랑 보러 가면 곤란하다. 나올 때 너무 비교되기 때문에...)




   김도훈 영화기자

   사실 좋은 극장이라는 것의 의미는 점점 시라져가고 있다. 예전의 대한극장이나 단성사처럼 극장별로 개성이 있던 시절도 이젠 엑스세대 끝물이나 이해하는 역시가 됐다. 이 답변에 정직하게 대답하지면 용산 CGV 아이맥스관이 되어야 마땅힐 것이다. 혹은 집에 있는 75인치 텔레비전 앞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위치든 화질이든 음질이든 나에게는 최적의 상영 조건을 갖춘 극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아트시네마에 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숨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직된 태도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뿜어내는 어떤 신앙 간증의 분위기를 좀처럼 참아내지 못하는 편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주고 본 영화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블랙 후라이데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13일의 금요일 4>가 아니었나 싶다. 내 영화적 삶은 슬래셔와 고어로 시작됐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피카디리. 지금은 사라진 이곳에서 정말 많은 영화를 봤다.

   처음 돈 주고 본 영화는 아마도 <구니스>일 것이다. 대한극장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계속>


 영화』멤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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