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들려주는 악당 이야기

드라마 좋아하는 길라임에게

by 이게바라

드라마 좋아하는 길라임에게

영화 속 악당 이야기를




영화의 발전은 카메라 장비나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인물 중에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늘 악당이었습니다.



이 악당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로 거짓말을 잘 합니다.

단 거짓말을 거짓말처럼 한다면 악당이 아닐 것입니다.

거짓말을 정말인 것처럼 진심을 다해 얘기할 때 악당은 빛이 납니다.


그 외 많은 특징이 있을 텐데 각설하고,

고도화된 악당에게서 나타나는 특징만을 말해보겠습니다.

여기서 ‘고도화’라는 의미는 발전적 악당의 형태를 말합니다.

일테면, “니가 가라 하와이~” 하면서 담배나 꼬나무는 식의 악당은 아닌 것입니다.


‘고도화’된 악당의 가장 큰 특징은,

악당의 성장배경부터 시작됩니다.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성장배경 속에서 악이 성장합니다.

성장배경만 놓고 보면 악이 아닌 히어로의 탄생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매력적인 악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특징이 도드라집니다.

악은 매력이 있어야 됩니다.

그 매력이란 것이 꼭 울긋불긋 근육일 필요는 없습니다.

도리어 ‘고도화’된 악은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하며 눈물도 흘릴 줄 알아야 합니다.

악인은 감정의 동요가 없음으로 눈을 부릅떠서라도 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

여기서 ‘고도화’된 악당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대상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대상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때 악당의 매력은 더해집니다.

무엇보다 ‘고도화’된 악당은 정당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의지가 있어야 진짜 악당입니다.

심지어 자신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어도 말이죠.

충동적으로 악을 행하는 악당은 가장 나약한 형태의 악당일 것입니다.


또한 ‘고도화’된 악당은 혼자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패거리가 있지요.

때론 그 패거리에 더한 악당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메두사의 머리통에 붙어있는 뱀 대가리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도화’된 악당의 끝판왕은 메시아처럼 등장합니다.

자신의 순수의 결정체로 포장을 하고, 그 포장은 곧 피부가 됩니다.

이 피부가 된 포장이 뜯겨나가는 순간 악당의 본질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영화의 마지막인데요,

기분 나쁘게도 속편을 예고하기도 하지요.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담화문을 발표하는 코드네임 길라임의 모습을 보고,

가장 ‘고도화’된 악당 캐릭터를 보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가장 꼴보기 싫은 악당은 죽는 순간에 말이 많은 악당입니다.

죽을 때 가장 극적으로 깔끔하게 죽어주는 악당이 품위있는 악당일 텐데요,

어제 길라임의 모습은 살려고 주저리주저리 설을 푸는 모습이었습니다.

등뒤로는 사악하게 총알을 장전 하면서 말이죠.

그것처럼 보기 싫은 게 없는데도 말입니다.



적어도 국민은 이 막장 드라마의 속편을 원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극적인 해피엔딩을 원합니다.

메시아 행세를 하던 악당이 모든 악의 무리를 끄잡고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장면을 말입니다.

그리하면 죽는 순간 진짜 메시아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는 진정한 반전이요,

멋진 엔딩이 될 것입니다.



길라임이 믿는 구국의 혁명, 반신반인 아버지, 아줌마 악당, 대머리 악당뿐 아니라,

‘우리가 남이가’의 명대사를 남긴 불사조 악당, 그 밖의 겉절이들.

그리고 길라임이 내려올 권력꼭대기 언저리를 노리는 짝눈 악당까지.



이 모든 악의 무리를 길라임의 이름으로 처단되는 엔딩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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