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뭐했니?ㅋ
내가 봤던 우산 중 가장 귀여웠던 빨간 우산에 대해 얘기해줄게.
지난 2월 5일, 일요일. 알바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어. 근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
'젠장!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
그래도 비 오는 창밖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더라구.
달리는 버스는 곧 정류장에 정차했어.
그 정류장은, 성균관대 기숙사 건물이 있는, 그러니까 그 정류장에는 유독 대학생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 그런 정류장이야. 그 정류장에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단 한 명의 승객이 기다리고 있었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남학생. 아직 여드름이 가시지 않은... 그런 남학생이 서 있더라구.
버스가 서자 그 남학생은 내가 탄 버스를 타는 거야.
탔지.
근데 몸만 탔어.
들고 있던 우산은, 그래 맞아 그 우산이 빨간 우산인데... 그 우산은 버스 밖에 핀 채 들고 있는 거야.
버스에 올라타 핀 우산은 문밖에 빼고 있으니 버스는 출발은 고사하고 출입문을 닫지도 못 했지.
웬일인지 그 남학생은 우산을 접을 줄 몰라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급기야는 이어폰도 뽑고,
심지어 짜증까지 내며 "아! 어떻게 하는 거야~?!!"라며 다급하게 혼잣말까지 하더라고.
.......................
그렇게 남학생이 우산을 접기까지 짧지만 긴 시간이 흘렀어.
곧 우산을 접은 남학생은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다시 꽂고 접은 빨간 우산을 탈탈 털어 가지런히 옆에 놓더라고.
나는 무심히 빨간 우산을 보다 빙그레 미소 지었어.
왜냐고?
지금 벌어진 모든 상황이 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지.
봐봐~
빨간 우산은 남학생 우산이 아니었던 거야.
당연하지. 자기 거라면 어떻게 접는지 몰랐던 것이 말이 돼?
남학생은 외박한 거야. 그러니까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인 거지.
근데 어제 나올 때는 비가 안 왔으니 우산을 안 들고 나왔을 테고.
하지만 지금은 비가 오니 우산을 들고 나온 것이고,
우산은 당연히 남학생이 외박을 한 장소에서 가지고 나왔을 거야.
그것도 우산 주인이 가져가라고 허락을 받고서 말이지.
허락한 우산 주인은 여자였겠지.
우산이 빨간 우산이잖아~ ㅋ
그래~!!
남학생은 여자친구네 집에서 자고 나오는 거야.
근데 나오려는데 비가 왔던 거지.
그래서 여자친구 우산을 들고 나온 거야.
한 번도 접어 본 적이 없는 우산을 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내 앞에서 이어폰을 끼고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는 남학생에게 나는 묻고 있었어.
"어젯밤에 어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