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춤이라도 추고 싶은 요즘...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다.
얼마 전 은행에 가서 있던 일이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한 어린 소녀... 대략 일곱,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 옆에서 춤을 춘다.
제법 동작을 맞춰가며 흥겹게 춤을 춘다.
그러다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나는 소녀의 눈을 보며 빙긋이 웃어 주었다.
곧 그 아이는 겸연쩍어 하면서 춤을 멈추고 엄마의 손을 잡지 않을까.... 하고 상상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내 눈을 또렷이 쳐다보며 더 열씨미~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내가 눈을 피하고 말았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시구절은 옛날 사람들의 시선이다.
생각해보면 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 부르는 것이 맞는 말인 거 같다.
그것이 옳다.
어제 좋아하는 도반(길 위의 친구)이 추천한 책을 사러 광화문에 갔다.
지하에 위치한 서점에서 책을 사서 나오니 바로 그 장소였다.
지하철을 타고 갔으니 책을 사고서야 지상으로 나온 것이다.
광화문 광장을 걷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몇 개월간 이곳은 늘 촛불을 들고 나오는 곳이었다.
그런 이곳이 너무 한가로웠다.
평화로웠다.
담배를 물고 서 있는 직장인들.
날이 좋아 그런지 점심시간을 맞아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 모든 사람이 바라보는 광화문 광장에서 춤을 추고 싶었다.
바라보니 더더욱 신나게.
마음속으로 나마 한바탕 춤을 춘 나는
내친김에 헌법재판소까지 한들한들 걸어갔다.
누구 하나 막는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
참 자유로웠다.
나는 줄곧 마음속으로 한바탕 춤을 추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 눈을 바라보며 춤을 췄던 그 소녀가 이리 부러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