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구미호)는 왜 그다지도 인간이 되려고 했을까?

그녀(구미호)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by 이게바라

기원전 쓰여진 책에 그녀에 대한 언급이 있다.

<<산해경>>이란 책인데,

일종의 박물지, 혹은 지리서인 이 책에 인간이 상상해낼 수 있는 온갖 것들이 다 있다.

(이미 기원전에 말이다!)

무수히 많은 상상의 동물 중 유독 스타덤에 오른 동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구미호이다.


왜 구미호가 그리도 인간이 되고 싶어했는가 하는 질문에 앞서

기원전 상상의 동물이 이렇게 긴 시간 스타덤에 올라있는 이유.

아니, 그 전에 나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

너는 왜 그리도 구미호에게 매려되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구미호는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으로 인간을 한방에 홀릴 수 있는.

그리하여 그녀를 탐하면 고스란히 간을 내줘야 하는.

남자라는 인간은 간을 내주고라도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만 싶은 것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구미호의 바로 그 치명적인 매력에 홀린 것이리라.

그리하여 대륙의 이야기꾼들은

'주지육림'의 고사성어 주인공인 '달기'가 구미호의 화신이라 묘사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이전에 구미호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했다.

왕조를 명망시키는 요부로 혹은 어진 도력가로.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인간이 되고 싶어했던 구미호이다.


비로소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자 하면서 이야기로써 만족스런(?) 완결성을 갖는다.

이같이 인간이 되려고 한 구미호 이야기는 어딘지 석연친가 않다.

그래, 그녀는 그녀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력의 산물이기에,

그랬기에 구미호는 인간이 되길 원했다......... 고만 생각하기엔 미심쩍다.


자신의 미모에 그리 허물어져 간까지 내주는 인간이 뭐가 그리 좋길래,

신의 도력에 다다를 수 있는 천년 고행의 끝을 인간으로 정했을까?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결국 외모와 능력으로 만들어진와 그녀의 매력은,

그녀의 욕망이 갉아먹는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 하다.


퍼뜩

그녀의 잘 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무수히 많은 캐릭터로 이야기 속에 등장하던 구미호가

고작 인간이 되고자 하는 캐릭터로 전락하고만 이유는 그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그녀의 그러한 캐릭터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한 이유까지도.


그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의 열쇠는 바로 '가부장제'가 아닐까?

조선시대는 가부장제 시스템이 공고히 되던 시기다. (지금까지도)

성리학이라는 지침하에.

그 시스템이 구미호라는 요물도 가부장제 시스템에 귀속시킨다.


구미호는 인간이 도고 싶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인간이 도서 사회의 혁명가나 정의사회 구현하는 의긴이 아니라

그저 한 여인의 아내가 되고 싶어했다.

더 나아가 엄마가 되고 싶어했다.

수많은 남자를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그녀가 결국 선택한 것은,

한 가족(가부장 시스템)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었다.


천년의 수련으로 꼬리가 아홉개나 된 구미호까지 먹어 삼켜버린 것이 바로

가부장제라는 시스템 괴물이었다.


이제는 그녀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가부장제가 어 이상 굳건한 시스템이 아니라서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구미호를 마주할 기회가 되면 그녀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미호씨 더 이상 인간이 되려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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