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통수 한 대만 때려줄래요?
씬. 건물 외부 계단
널브러진 동훈을 뒤로 하고 계단을 오르는 광일.
동훈 아직 말 안 했다. 빚이 얼만지....
광일 대답 없이 그냥 올라간다.
비록 떡이 되어 널브러진 건 동훈이지만,
이 싸움의 승자는 동훈입니다.
동훈의 피로 얼룩진 승전보가 울려퍼지며 10화가 시작합니다.
씬. 길
이어폰을 끼고 동훈을 기다리는 지안.
이어폰에서는 동훈이 상훈과 통화 중이다.
(상훈) 어디야?
(동훈) 집에 가는 중.
(상훈) 정희네 들려. 한 잔 하고 가.
(동훈) 오늘은 정말 때려 죽여도 못 먹어. 온 몸이 찢어질 거 같애.
(상훈) 동훈아, 늙는 것도 서러운데 맞고 살진 말자.
(동훈) 내가 더 때렸다니까, 걘 실려갔어.
(상훈) 그래, 걸어와줘서 고맙다.
(동훈) 내 앞에 아무도 안 섰으면 좋겠다. 이대로 앉아가게.
(상훈) 끊어, 얼른 눈 감고 자.
.......
(동훈) 아.. 저기 여기 앉으세요.
잠시 후,
동훈이 걸어온다.
동훈을 발견한 지안, 동훈에게 쇼핑백을 내민다.
동훈 뭐야 이거. (쇼핑백 받는)
지안 할머니 요양원 들어가시게 됐어요.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가는)
동훈 빚 얼마야? 그냥 알아. 빚 있는 거.
지안 다 갚았어요. 오늘.
동훈 진짜 다 갚았어?
지안 다 갚았어요. 물어보든가요, 그 놈한테.
자신의 몸이 찢어질 것 같아도 자리를 양보하는 동훈입니다.
그런 그에게 지안이 슬리퍼가 든 쇼핑백을 건네줍니다.
지안은 누군가에 선물이란 것을 해본적이 있을까 싶어요.
다음 장면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다드리는 동훈입니다.
씬. 요양원 앞 길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돌아서는 지안.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을 자꾸 돌아본다.
동훈 그 놈이 또 못 살게 굴면 그땐 바로 전화해. 그 동네 니 전화 한 방에 달려 올 인간
서른 명은 넘어. 백 명 오라고 그러면 백 명도 와. 아버지가 후계 초등학교 32회 형이 60회, 내가 64회, 친구 아버지가 초등학교 선배고 아버 지들 끼리는 동창이고. 그 동네가 그래. 한 다리 건널 필요도 없어. 그냥 다 아는 사이야. 우리 형수는 나랑 동창이고. 전화하면 달려갈 사람 많아. 아무 때고 불러. 맞고 살지는 말자. 성질난다. 이제 너도 좀 편하게 살아. 하고 싶 은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회사 사람들하고도 좀 같이 어울리고. 친해둬서 나쁠 거 없어.
지안 사람 죽인 거 알고도 친할 사람이 있을까? 뭣 모르고 친했던 사람들도 내가 어떤 앤 줄
알고 나면 갈등하는 눈빛이 보이던데. 어떻게 멀어져야 되나?
동훈 니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 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해.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니가 먼저야. 옛날일 아무것도 아니야. 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이름대로 살아. 좋은 이름 두고 왜? (앞 서 걷는)
지안 (따라가며) 아저씨 이름은 무슨 뜻이에요?
동훈 별 뜻 없어.
지안 무슨 잔데요?
동훈 훈은 돌림자고 동은 동녘 동.
지안 왜 이렇게 빨리 걸어요? 부끄러워서 그런가?
빨리 걷다 뛰는 동훈.
막 정차한 버스에 올라타는 동훈과 지안.
동훈이 지안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 하고,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다 드린 사실을 도준영이 알게 됩니다.
가만이 있을 도준영이 아니지요.
도준영은 지안을 찾아가 추궁합니다.
이제 지안은 동훈을 맘편히 만날 수 없게 됩니다.
아, 그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동훈이 지안에게 회사 동료하고도 친하게 지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래서 동훈의 카드를 갖고 지안과 송과장, 김대리, 형규가 회식자리를 했습니다.
그 다음 날의 일인데요,
동훈과 송과장이 하는 대화입니다.
이 대화를 지안이 듣습니다.
씬. 탕비실
송과장 (카드와 영수증을 내밀며) 잘 먹었습니다.
동훈 야, 꽉꽉 채워가지고 잘 먹었다. 삼차까지. (지안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좀 친해졌어?
송과장 지안씨 1차에서 갔어요. 일 있다고.
송과장 김대리 좋아하는 여자 있대요, 우리 회사에. 근데 짝사랑이래요. 여자가 애인 있대요.
동훈 애인 있는 여자 왜 좋아해?
송과장 결혼은 안 했잖아요. 아주 애가 타서 죽을라고 그러더라구요, 미치겠대요.
동훈 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까 미치겠는 거지. 그런 감정은 뒤통수 한 대 맞으면 바로 끝나.
아무것도 아냐.
송과장 (자리로 가며) 모른 척 하세요.
끄덕인 동훈, 지안 자리 앞으로 간다.
동훈 요즘도 밤에 알바해?
지안 네.
동훈 쉬엄쉬엄 해라.
마침 출근하는 김대리의 뒤통수를 툭 치는 동훈.
자, 이제 10화의 엔딩입니다.
동훈에게 항상 미행이 따라 붙는 걸 아는 지안.
동훈을 모른 척 지나갑니다.
씬. 밤길
미행자가 붙은 것을 안 지안.
앞서 가는 동훈을 지나쳐 간다.
동훈 왜 또 아는 척 안 하냐? 너.
지안 (뒤도는)
동훈 왜 삐졌는데?
지안 (동훈에게 걸어가는)
동훈 왜? 또 뭐?
지안 내 뒤통수 한 대만 때려줄래요? 보고 싶고 애타고 그런 거 뒤통수 한 대 맞 으면 끝날
감정이라면서요. 끝내고 싶은데 한 대만 때려주죠. 하. 그지 같애. 왜 내가 선물한 슬리퍼 안 신나 신경 쓰는 것도 그지 같고. 이렇게 밤늦게 배회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그지 같애.
동훈 집에 가. 왜 돌아다녀? 어. (빠른 걸음을 가는)
지안 (뒤쫓아가는) 그러니까 한 대만 때려달라고. 끝내게. 왜 내가 끝내지 않았으 면 좋겠어?
나 좋아하나?
동훈 너 넌...
지안 넌 뭐?
동훈 넌 미친년이야. (빠른 걸음으로 가는)
지안 (재차 쫓아가는) 어, 맞아. 미친 거야. 그러니까 한 대만 갈겨 달라고, 내 뒤통수.
정신 번쩍 나게. 어떻게 있단 인간을 좋아했나 머리 박고 죽고 싶게. 때려, 끝내게. 안 때리면 나 좋아하는 걸로 알거야. 동네방네 소문 낼 거야. 박동훈이 이지안 좋아한다고!
퍽. 지안 뒤통수치는 동훈.
쓰러진 지안, 벌떡 일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마를 감싸안으며 난감해 하는 동훈, 가던 길을 간다. 빨리 걸어간다.
동훈을 보호하기 위해 지안은 그에게서 멀어지기로 한 겁니다.
지안에게 동훈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그녀가 내뱉은 말이 한편으로는 진심이기에.
지금까지의 <나의 아저씨> 중에서 제일 맘이 아픈 엔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