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게바라 Sep 23. 2018

나의 아저씨   제 10 회

내 뒤통수 한 대만 때려줄래요?

씬. 건물 외부 계단
널브러진 동훈을 뒤로 하고 계단을 오르는 광일.
 
동훈         아직 말 안 했다. 빚이 얼만지....
 
광일 대답 없이 그냥 올라간다.
 
    

비록 떡이 되어 널브러진 건 동훈이지만,
이 싸움의 승자는 동훈입니다.
동훈의 피로 얼룩진 승전보가 울려퍼지며 10화가 시작합니다.  
 

 
씬. 길
​이어폰을 끼고 동훈을 기다리는 지안.
이어폰에서는 동훈이 상훈과 통화 중이다.

(상훈)        어디야?
(동훈)        집에 가는 중.
(상훈)        정희네 들려. 한 잔 하고 가.
(동훈)        오늘은 정말 때려 죽여도 못 먹어. 온 몸이 찢어질 거 같애.
(상훈)        동훈아, 늙는 것도 서러운데 맞고 살진 말자.
(동훈)        내가 더 때렸다니까, 걘 실려갔어.
(상훈)        그래, 걸어와줘서 고맙다.
(동훈)        내 앞에 아무도 안 섰으면 좋겠다. 이대로 앉아가게.
(상훈)        끊어, 얼른 눈 감고 자.
.......​
(동훈)        아.. 저기 여기 앉으세요. ​ ​

​잠시 후,
동훈이 걸어온다.
​동훈을 발견한 지안, 동훈에게 쇼핑백을 내민다.
 
동훈         뭐야 이거. (쇼핑백 받는)
지안         할머니 요양원 들어가시게 됐어요.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가는)
동훈         빚 얼마야? 그냥 알아. 빚 있는 거.
지안         다 갚았어요. 오늘.
동훈         진짜 다 갚았어?
지안         다 갚았어요. 물어보든가요, 그 놈한테.
 


자신의 몸이 찢어질 것 같아도 자리를 양보하는 동훈입니다.
그런 그에게 지안이 슬리퍼가 든 쇼핑백을 건네줍니다.  
지안은 누군가에 선물이란 것을 해본적이 있을까 싶어요. ​
​다음 장면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다드리는 동훈입니다.



씬. 요양원 앞 길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돌아서는 지안.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을 자꾸 돌아본다.
 

동훈          그 놈이 또 못 살게 굴면 그땐 바로 전화해. 그 동네 니 전화 한 방에 달려 올 인간
서른 명은 넘어. 백 명 오라고 그러면 백 명도 와. 아버지가 후계 초등학교 32회 형이 60회, 내가 64회, 친구 아버지가 초등학교 선배고 아버 지들 끼리는 동창이고. 그 동네가 그래. 한 다리 건널 필요도 없어. 그냥 다 아는 사이야. 우리 형수는 나랑 동창이고. 전화하면 달려갈 사람 많아. 아무 때고 불러. 맞고 살지는 말자. 성질난다. 이제 너도 좀 편하게 살아. 하고 싶 은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회사 사람들하고도 좀 같이 어울리고. 친해둬서 나쁠 거 없어.
지안         사람 죽인 거 알고도 친할 사람이 있을까? 뭣 모르고 친했던 사람들도 내가 어떤 앤 줄
알고 나면 갈등하는 눈빛이 보이던데. 어떻게 멀어져야 되나?
동훈         니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 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해.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니가 먼저야. 옛날일 아무것도 아니야. 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이름대로 살아. 좋은 이름 두고 왜? (앞 서 걷는)
지안         (따라가며) 아저씨 이름은 무슨 뜻이에요?
동훈        별 뜻 없어.
지안        무슨 잔데요?
동훈        훈은 돌림자고 동은 동녘 동.
지안        왜 이렇게 빨리 걸어요? 부끄러워서 그런가?
 
빨리 걷다 뛰는 동훈.
막 정차한 버스에 올라타는 동훈과 지안.
 

​동훈이 지안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 하고,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다 드린 사실을 도준영이 알게 됩니다.
가만이 있을 도준영이 아니지요.
​도준영은 지안을 찾아가 추궁합니다.
이제 지안은 동훈을 맘편히 만날 수 없게 됩니다.
​아, 그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동훈이 지안에게 회사 동료하고도 친하게 지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래서 동훈의 카드를 갖고 지안과 송과장, 김대리, 형규가 회식자리를 했습니다.
그 다음 날의 일인데요, ​
동훈과 송과장이 하는 대화입니다.
이 대화를 지안이 듣습니다.



씬. 탕비실

​송과장       (카드와 영수증을 내밀며) 잘 먹었습니다.
동훈          야, 꽉꽉 채워가지고 잘 먹었다. 삼차까지. (지안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좀 친해졌어?
송과장       지안씨 1차에서 갔어요. 일 있다고. ​
송과장       김대리 좋아하는 여자 있대요, 우리 회사에. 근데 짝사랑이래요. 여자가 애인 있대요.
동훈             ​애인 있는 여자 왜 좋아해?
송과장       결혼은 안 했잖아요. 아주 애가 타서 죽을라고 그러더라구요, 미치겠대요.
​동훈          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까 미치겠는 거지. 그런 감정은 뒤통수 한 대 맞으면 바로 끝나.
​아무것도 아냐.
송과장       (자리로 가며) 모른 척 하세요.
 
끄덕인 동훈, 지안 자리 앞으로 간다.
 
동훈 요즘도 밤에 알바해?
지안 네.
동훈 쉬엄쉬엄 해라.
 
마침 출근하는 김대리의 뒤통수를 툭 치는 동훈.
 


자, 이제 10화의 엔딩입니다.
동훈에게 항상 미행이 따라 붙는 걸 아는 지안.
​동훈을 모른 척 지나갑니다.



씬. 밤길
미행자가 붙은 것을 안 지안.
앞서 가는 동훈을 지나쳐 간다.
 
동훈         왜 또 아는 척 안 하냐? 너.
지안         (뒤도는)
동훈         왜 삐졌는데?
지안         (동훈에게 걸어가는)
동훈         왜? 또 뭐?
지안         내 뒤통수 한 대만 때려줄래요? 보고 싶고 애타고 그런 거 뒤통수 한 대 맞 으면 끝날
감정이라면서요. 끝내고 싶은데 한 대만 때려주죠. 하. 그지 같애. 왜 내가 선물한 슬리퍼 안 신나 신경 쓰는 것도 그지 같고. 이렇게 밤늦게 배회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그지 같애.
동훈          집에 가. 왜 돌아다녀? 어. (빠른 걸음을 가는)
지안          (뒤쫓아가는) 그러니까 한 대만 때려달라고. 끝내게. 왜 내가 끝내지 않았으 면 좋겠어?
​나 좋아하나?
동훈         너 넌...
지안         넌 뭐?
동훈         넌 미친년이야. (빠른 걸음으로 가는)
지안         (재차 쫓아가는) 어, 맞아. 미친 거야. 그러니까 한 대만 갈겨 달라고, 내 뒤통수.
​정신 번쩍 나게. 어떻게 있단 인간을 좋아했나 머리 박고 죽고 싶게. 때려, 끝내게. 안 때리면 나 좋아하는 걸로 알거야. 동네방네 소문 낼 거야. 박동훈이 이지안 좋아한다고!
 
퍽. 지안 뒤통수치는 동훈.
쓰러진 지안, 벌떡 일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마를 감싸안으며 난감해 하는 동훈, 가던 길을 간다. 빨리 걸어간다.
 


​동훈을 보호하기 위해 지안은 그에게서 멀어지기로 한 겁니다.    
지안에게 동훈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그녀가 내뱉은 말이 한편으로는 진심이기에.
지금까지의 <나의 아저씨> 중에서 제일 맘이 아픈 엔딩이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아저씨 제 9 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