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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Sep 24. 2018

나의 아저씨   제 12 회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


​박동훈 마음이 그러해도 일상은 계속 됩니다.
상무 최종 결정 인터뷰 준비에 조기축구리그전까지 말입니다.
거기에 야근까지 겹친 날,  ​



씬. 지하철
 
지하철 막차를 가까스로 탄 지안과 동훈.
 
동훈         달리기 좀 하네. (앉는) 왠일로 야근을 다 했냐?
지안         (앉지 않고 서 있는) 말 잘 들으라면서요. 보고 싶어서 기다렸어요.


​"보고 싶어서 기다렸어요"  지안의 대사는 지하철 유리에 비친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그러고 보니 이 드라마는 참 지하철 씬이 많이 나옵니다.
지안과 동훈의 관계가 출퇴근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나니 그러하네요.
많은 지하철 대화 장면 중에 이 장면에서의 지안의 대사가 가장 짜릿합니다.
지안의 속내를 다 들어내는 이 대사.
차마 그대로 보여줄 수 없어서 지하철 유리에 비춰 들려줍니다.


동훈           (보는)
지안         뭐지 그 눈빛은? 왜 또 이러나? 알아듣게 얘기한줄 알았는데. 뭐 그런 건 가?
​알아듣게 얘기 안 했어요. 더 좋아하게 만들었지. 사람들한테 물어봐요. 그게 찬 건가. 온갖 멋진 말들로 더 좋아하게 만든 거지. 걱정 마요. 어디 가서 티 안 내요. 나가지고 뭐라고 떠드는지 다 아는데. 어색해지셨나?
동훈         너 나 왜 좋아하는 줄 알아? 내가 불쌍해서 그래.
​니가 불쌍하니까 너처럼 불쌍한 날 끌어안고 운 거야.
지안         아저씬 나한테 왜 잘 해줬는데요? 똑같은 거 아닌가? 우린 둘 다 자기가 불쌍해요.
(옆 칸에 움직이는 사내를 보고) 따돌린 줄 알았는데.... 따라붙으면 서 사진 찍는 사람 있었는데 눈치 못 챘죠? (옆 칸으로 움직이는)



한참 분위기 무르익는데, 저 스토커 새끼가 판을 깨네요.
하지만 이 분위기는 지하철에서 나와 정희네를 지나가는 길목으로 이어집니다. ​



씬. 정희네
지안과 정희네를 지나치다 정희를 비롯한 상훈, 동네 형들과 마주치는 동훈.
모두들 지안을 집에 데려다 주는데.
 
정희          우리도 아가씨 같은 이십대가 있었어요. 이렇게 나이 들 생각하니까 끔직하 죠?
지안          저는 빨리 그 나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덜 힘들 거잖아요.
    
다들 걸음을 멈추고 지안을 본다.



이 장면에서 어디선가 싸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다들 주목 하라는 세심한 연출 같아요.   
인생 다 힘들다는 무언의 시선. ​나이 들수록, 아는 게 많아질수록  인생은 힘들어진다고 말이에요.


​집앞까지 데려다 준 동훈을 비롯한 어들에게 지안이 인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안이 누군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본 적이 있을까요?
​지안을 데려다 주고 가는 길에 정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어려서도 인생이 안 힘들진 않았어."

​자, 이제부터 다시 지안이 활약합니다.
지안은 윤희까지 앞세워 도준영의 행동을 저지합니다.
여기는 윤희와 도준영이 있는 옥상입니다.


씬. 옥상
​윤희와 도준영이 있는 곳으로 지안이 걸어온다.  

​윤희         확실해 두려고 불렀어. 너 이 사람이 시킨 짓 그만해. 동훈씨 근처도 가지마.
그리고 회사 그만둬.
지안         지금 그만두면 박동훈이 불리할 텐데. ​내 문제 안고 가서 정면승부 보시겠다던데.
윤희         무슨 문제.
지안         벌써 좀 했거든요.
윤희         뭘 해? 똑바로 말 안 해?
지안         왜요? 잤을까봐요? 치, 웃기려고 그러네. 자긴 별 짓 다 해놓고. 회사에 소문 다 났어요.
나랑 박동훈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사진도 찍혔고.
윤희         무슨 사진?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런 소문이 돌아? 왜?
               (준영에게) 너 얘랑 동훈씨 그렇게 몰아가는 순간 나 다 말할 거야. 너랑 바람 핀 거,
얘 니 사주 받고 일부러 동훈씨한테 접근한 거. 박상무 잘라낸 거 다 말할 거야. 다 말하기 전에 당장 그만둬. (지안 보며) 너도 그만둬.
지안         어떡할까요? 다 써버려서 돌려줄 돈도 없고.
도준영      어떡하고 싶은데? 내가 그만두라면 그만 둘건가?
지안         그만두죠. 대외적으로.
윤희         무슨 소리야?

돌아서 가는 지안.

​도준영       니가 나 생각해줘서 동훈선배한테 쟤 존배 오픈 못 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데
쟤 존재까지 알고 있었다는 거 들통나면 선배한테 완전히 팽당할까봐 못 하는 거지. 니가 제일 비겁해.
윤희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 정도 쓰레기는 아냐? 어차피 우리 못 살아.
​동훈씨하고 나, 우리가 지금 어떤 지옥을 살고 있는 지 알아? 자기가 경멸하는 남자랑 놀아난 아내가 있는 집구석에 들어와야 되는 동훈씨도 지옥이고 그런 동훈씨 증오 참아내야 되는 나도 지옥이야. 다만 동훈씨가 그렇게 경멸하는 너때문에, 너때문에 자기 가정이 파괴된 것처럼은 안 보이게 욕하면 욕먹고 구박하면 구박 받고 그 사람 증오 다 받아내다가 너 때문에 헤어지는 게 아니고 나 때문에, 나에 대한 애정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헤어지는 걸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게 내가 동훈씨한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야. 이게 내가 한 때 바보같이 너를 좋아한 댓가고 동훈씨 배신한 댓가야.
도준영      (돌아서 가려다) 박동훈 주변 여자들은 왜 다 이 모양 이꼴이냐?
쟤가 작전으로 박동훈한테 접근한 거 같애? 나도 쟤한테 속았어. (돌아서 간다)

씬. 차안
윤희 위로 지안의 목소리.
(윤희에게 전화한 지안의 목소리)

"박동훈 위험할 거 같은데, 도준영 막아야 될 것 같은데." ​

​차 세우고 지안에게 전화거는

윤희         너... 진짜 동훈씨 좋아하니?

씬. 길
길 걷는

지안         네.
​(윤희)      그래 어쨌든 고맙다. 먼저 전화해줘서 고마워.  
 


​광일이 물었을 때도 주저없이 "어"라고 대답했던 지안이 동훈의 아내의 물음에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합니다. ​
" 네. "

​어쨌건 지안은 도준영의 음모도 막아냅니다.
그리고 인터뷰에도 불려나간 지안입니다. ​



씬. 회의실
인터뷰에 응하러 자리에 앉은
 
지안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 시키는 직장문화 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인간으로 살아왔습니다. 회식자리에 같이 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에 말을 박동훈 부장님 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윤상무      그래서 좋아했나?
지안         네. 좋아합니다. 존경하구요. 무시 천대에 익숙해져서 사람들에게 별로 기대 하지도 않았고
인정받으려 좋은 소리 들으려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이 젠 잘 하고 싶어졌습니다.
 
이때, 들어오는 장회장.
전체 기립.
장회장 앉자, 다시 자리에 착석.
 
지안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어쩌면 지탄에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오늘 짤린다고 해도 처음으로 사람대접 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 할 겁니다. 여기서 일했던 삼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지나가다 이 회사 건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평생 삼안이앤씨가 잘 되기 를 바랄 겁니다.
윤상무      그래서 둘이 어디까지 갔냐고?
지안         집까지요.

​다들 놀라 보는데.

​지안         한 동네 삽니다.
 


​이제 끝. 경기 종료입니다.
이제 박동훈은 부장이 아닙니다, 상무입니다.
지안이 그렇게 만든 거나 다름 없습니다. ​



씬. 술집
지안과 동훈이 앉아있다.
 
동훈         용감하다. 근데 나 그렇게 괜찮은 놈 아니야.
지안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
 
플래쉬백.
윤희 앞에서 울며 소리치는
 
동훈          너 그 새끼랑 바람 핀 순간 너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거야. 박동훈 넌 이런 대접 받아도 싼
인간이라고.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그냥 죽어버리라고.
 


이 훈훈한 엔딩에 동훈의 이 모습은 왜 보여준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동훈에게 정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

저는 8회부터 12회까지가 정말 좋아요.
둘의 관계의 변화도 그러하고,
지안과 동훈이 서로를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니까.

이제 <나의 아저씨>는 결말로 향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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