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게바라 Sep 24. 2018

나의 아저씨   제 13 회

한 번 안아 봐도 되요?

씬. 길
집으로 가는 길.
걷는 지안과 동훈
 
지안         처음이네. 왠일로 이렇게 천천히 걸어요?
동훈         안 춥잖아.
지안         그동안 내가 불편해서 빨리 걸었던 건 아니구요?
 
다시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동훈.

​씬. 지안 집 앞
지안 집 앞에 온 지안과 동훈.
 
동훈          들어가. (돌아서 가는)
지안          한 번 안아 봐도 되요? 힘내라고요, 한 번 안아주고 싶어서요.
동훈          힘나. 고마워.


바로 돌아서 가는 동훈입니다.
이 장면에서 조금 텀을 줬으면 이상했을 뻔 했는데 아주 현명한 연출, 혹은 동훈의 연기였어요.
그래서 지안의 "한 번 안아봐도 되요?" 가 더 큰 울림을 줍니다.
하지만 이 번 화는 초반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돌아갑니다.
​일단 딴 생각을 품고 찾아온 도준영을 지안이 바로 진압한 것까지는 깔끔합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 ​
 
  
씬. 지안 집 앞 골목
지안을 불러낸
 
도준영      집까지 데려다 주고 그러는 사이냐?
지안         궁금해서 오셨나?
도준영      (지안의 싸대기 후려치는) 박동훈 짤라주겠다고 돈 받아가 놓고 날 짜르려고 들어?
​내가 그 꼴랑 대표이사 월급 2년 더 받으려고 그 짓 했는 줄 알아? 너 이판 아주 우습게 봤어? 너 어른들 세계가 만만하지? 조용히 꺼져. 내가 이 와중에 회사에서 니들 연예질하는 것까지 봐야 돼? 내일부터 눈에 띄지 마라.
지안         나 나가면 박동훈한테 무슨 짓 할 줄 알고? 그만 둘 거예요.
​그쪽이 박동훈한테 짤리는 거까지 보고.


정말 쩝니다.
그렇게 세게 싸대기를 후려쳐맞고도 오히려 기가 살아있는 지안입니다.
곧 도준영의 찌질한 장면까지 이어집니다. ​


도준영      너 니가 박동훈 도와준 것 같지? 박상무 짜른 것도 너고, 그 자리에 박동훈 박은 것도 너야.
​이거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되겠니? 둘이 짜고 한 건지 너 혼자 한 건지 어떻게 아냐고? 니가 박동훈 좋아하는 거 사람들 다 알잖아. 내가 이 얘기 다 하면 박동훈 어떻게 나올까? 까딱하다간 지가 다 덤탱이 쓰게 됐는데. 나도 피해자야. 너한테 불륜 걸려서 협박당하고 박상무 짤라주겠다고 하고 돈 내놔라 한 것도 너야. 조용히 그만둬라.
지안         까는 김에 다 까죠.

지안, 핸드폰을 꺼내 녹음 파일 플레이시키는.  

"박동훈은 안 그래. 밥 먹고 술 먹으면 좋아하는 거야. 그리고 절대 발뺌 못 해. 거기까지만 가봐. 어려운 거 아니잖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

도준영      너 내꺼도 녹음 했니?
지안         안 했을까봐? 박동훈이 신사적으로 내보내준다고 할 때 그냥 조용히 나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까발리기 전에. (돌아서 가는)
도준영      (뒤돌아 가는 지안의 등에다 대고) 죽자고 작정을 했구나.
  
와! 뒤돌아 가는 지안에게 하는 도준영 대사. 하나 무섭지도 않고, 너무 찌질해 보입니다.  
실제 지안을 죽이려 한다면 더 더더 찌질할 겁니다. (다행히도 거기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도준영의 위협적인 대사를 하는데도 묵묵히 걸어가는 지안의 뒷모습.
가로등 때문에 도드라져 보이는 지안의 뒷모습.
얼핏 호빗족 처럼 작고 귀엽지만 참 커보이는 뒷모습입니다.    
    
이후,
박준영 상무가 기범의 꼬리를 잡고,
기훈과 상훈이 윤희의 외도를 알게 됩니다.
기범의 꼬리가 밟히면서 지안은 회사를 떠나야할 입장이 되고,
상훈과 기훈이 윤희가 바람 핀 걸 알게 되면서 동훈은 또 다시 이 사실로 괴로워 합니다.
윤희의 외도가 동훈에게 세 차례 고난을 가져오는데, 사실 저는 이 부분이 좀 지루했어요.
(하지만 송새벽, 박호산 이 분들이 그 지루한 부분을 채워줍니다)
그나마 동훈의 괴로움을 지안이 위로해줘서 다행입니다.
 
 
 
씬. 술집
세 형제 술집에 모였다.
 
​동훈         아버지가 맨날 하던 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을 나한테 해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씬. 지안 방
동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지안.
 
씬. 택시 안
택시를 타고 가는 세 형제.
동훈에게 문자가 온다. 지안이다.

<내일 인터뷰 잘 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문자를 본
 
동훈         고맙다.
기훈         그럼 들리냐? 문자해. 고맙다고. 왜 내외해?
 
씬. 지안 방
동훈의 음성을 듣는 지안.
 
씬. 새벽 길
걷는 세 형제.
 
동훈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 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하... 숨이 쉬어져. 이런 말을 누구한테 해. 어떻게 볼지 뻔히 아는네.
​​기훈          뭐 그렇다고 고맙다는 말도 못해. 죽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해.
​해 해도 돼. ​그 정도는.
동훈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
 
씬. 지안 방
동훈의 음성을 듣고 지안이 운다.
 
씬. 지안 집 앞
큰 가방을 멘 지안이 집을 나선다.
 
 
기범이 걸렸기에,  
지안은 떠나는 겁니다.
이날은 박동훈 인터뷰 하는 날입니다.
인터뷰를 하러 들어가는 순간까지 출근하지 않은 지안을 걱정하는 동훈입니다.
 
 
 
씬. 회의실

​윤상무      자, 그럼 원칙대로 하는 사람이 이런 애는 왜 뽑았을까? 이력서가 깨끗해. 여기 보여요, 여기.
​달리기. 나 이력서에 달리기 쓰는 애 처음 봐. 아무것도 없는 애란 얘기야. 이런 애를 왜 뽑았을까? 스펙 좋은 애 다 제껴두고.
동훈         예 그동안 파견직을 보면 스펙 좋은 친구들은 이직율이 높아서 경영정도의 필요한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이 오랫동안 저희 팀을 지원해 주는 게 맞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지안씨를 뽑았고, 이지안 씨는 사교성은 없지만 영민하고 무슨 일을 해도 생색내지 않고 좋은 사람입니다.
윤상무      내가요, 이런 짓까진 안 할라고 했는데 얘 이력서가 하도 이상해서 뒷조사 좀 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들. 얘 살인전과 있는 앱니다. 사람을 죽였다고요.
 
웅성웅성.
 
윤상무       이건 몰랐지? 그래서 웬만하면 깔끔한 이력서 살아온 날이 얼추 보이는 이 력서 뽑는 거야. ​
​이렇게 아무것도 없고 느낌 쎄한 이력서 뽑는 게 아니고.
동훈         살인 아닙니다. 정당방위로 무죄판결 났습니다.
윤상무      알고 있었다는 말이네. 알면서 계속 이런 애를 회사에 다니게 둔 거야. 사람 죽인 애를.
동훈         누구라도 죽일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무님이라도 죽였고, 저라도 죽였습니 다.
​그래서 법이 그 아이에겐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왜 이 자리에 서 이지안씨가 판결을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전과 조회도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법이 그 아이를 보호해주려고 하는데 왜 그 보완까지 뚫어가면서 한 인간의 과거를 그렇게 붙들고 늘어지십니까? 내 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윤상무      여긴 회사야!
동훈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씬. 길
인터뷰 상황을 듣으며 걷는 지안, 눈물을 훔치고 걸음을 옮긴다.
 
씬. 사무실.
인터뷰를 하고 나온 동훈, 서랍을 여는데.....



네, 지안이 넣고 간 슬리퍼가 있습니다.  
슬리퍼만 놓고 지안은 사라진 겁니다.
하지만 아직 3회가 남아있으니 둘은 다시 만나게 되겠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아저씨 제 12 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