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안아 봐도 되요?
씬. 길
집으로 가는 길.
걷는 지안과 동훈
지안 처음이네. 왠일로 이렇게 천천히 걸어요?
동훈 안 춥잖아.
지안 그동안 내가 불편해서 빨리 걸었던 건 아니구요?
다시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동훈.
씬. 지안 집 앞
지안 집 앞에 온 지안과 동훈.
동훈 들어가. (돌아서 가는)
지안 한 번 안아 봐도 되요? 힘내라고요, 한 번 안아주고 싶어서요.
동훈 힘나. 고마워.
바로 돌아서 가는 동훈입니다.
이 장면에서 조금 텀을 줬으면 이상했을 뻔 했는데 아주 현명한 연출, 혹은 동훈의 연기였어요.
그래서 지안의 "한 번 안아봐도 되요?" 가 더 큰 울림을 줍니다.
하지만 이 번 화는 초반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돌아갑니다.
일단 딴 생각을 품고 찾아온 도준영을 지안이 바로 진압한 것까지는 깔끔합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씬. 지안 집 앞 골목
지안을 불러낸
도준영 집까지 데려다 주고 그러는 사이냐?
지안 궁금해서 오셨나?
도준영 (지안의 싸대기 후려치는) 박동훈 짤라주겠다고 돈 받아가 놓고 날 짜르려고 들어?
내가 그 꼴랑 대표이사 월급 2년 더 받으려고 그 짓 했는 줄 알아? 너 이판 아주 우습게 봤어? 너 어른들 세계가 만만하지? 조용히 꺼져. 내가 이 와중에 회사에서 니들 연예질하는 것까지 봐야 돼? 내일부터 눈에 띄지 마라.
지안 나 나가면 박동훈한테 무슨 짓 할 줄 알고? 그만 둘 거예요.
그쪽이 박동훈한테 짤리는 거까지 보고.
정말 쩝니다.
그렇게 세게 싸대기를 후려쳐맞고도 오히려 기가 살아있는 지안입니다.
곧 도준영의 찌질한 장면까지 이어집니다.
도준영 너 니가 박동훈 도와준 것 같지? 박상무 짜른 것도 너고, 그 자리에 박동훈 박은 것도 너야.
이거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되겠니? 둘이 짜고 한 건지 너 혼자 한 건지 어떻게 아냐고? 니가 박동훈 좋아하는 거 사람들 다 알잖아. 내가 이 얘기 다 하면 박동훈 어떻게 나올까? 까딱하다간 지가 다 덤탱이 쓰게 됐는데. 나도 피해자야. 너한테 불륜 걸려서 협박당하고 박상무 짤라주겠다고 하고 돈 내놔라 한 것도 너야. 조용히 그만둬라.
지안 까는 김에 다 까죠.
지안, 핸드폰을 꺼내 녹음 파일 플레이시키는.
"박동훈은 안 그래. 밥 먹고 술 먹으면 좋아하는 거야. 그리고 절대 발뺌 못 해. 거기까지만 가봐. 어려운 거 아니잖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
도준영 너 내꺼도 녹음 했니?
지안 안 했을까봐? 박동훈이 신사적으로 내보내준다고 할 때 그냥 조용히 나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까발리기 전에. (돌아서 가는)
도준영 (뒤돌아 가는 지안의 등에다 대고) 죽자고 작정을 했구나.
와! 뒤돌아 가는 지안에게 하는 도준영 대사. 하나 무섭지도 않고, 너무 찌질해 보입니다.
실제 지안을 죽이려 한다면 더 더더 찌질할 겁니다. (다행히도 거기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도준영의 위협적인 대사를 하는데도 묵묵히 걸어가는 지안의 뒷모습.
가로등 때문에 도드라져 보이는 지안의 뒷모습.
얼핏 호빗족 처럼 작고 귀엽지만 참 커보이는 뒷모습입니다.
이후,
박준영 상무가 기범의 꼬리를 잡고,
기훈과 상훈이 윤희의 외도를 알게 됩니다.
기범의 꼬리가 밟히면서 지안은 회사를 떠나야할 입장이 되고,
상훈과 기훈이 윤희가 바람 핀 걸 알게 되면서 동훈은 또 다시 이 사실로 괴로워 합니다.
윤희의 외도가 동훈에게 세 차례 고난을 가져오는데, 사실 저는 이 부분이 좀 지루했어요.
(하지만 송새벽, 박호산 이 분들이 그 지루한 부분을 채워줍니다)
그나마 동훈의 괴로움을 지안이 위로해줘서 다행입니다.
씬. 술집
세 형제 술집에 모였다.
동훈 아버지가 맨날 하던 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을 나한테 해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씬. 지안 방
동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지안.
씬. 택시 안
택시를 타고 가는 세 형제.
동훈에게 문자가 온다. 지안이다.
<내일 인터뷰 잘 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문자를 본
동훈 고맙다.
기훈 그럼 들리냐? 문자해. 고맙다고. 왜 내외해?
씬. 지안 방
동훈의 음성을 듣는 지안.
씬. 새벽 길
걷는 세 형제.
동훈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 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하... 숨이 쉬어져. 이런 말을 누구한테 해. 어떻게 볼지 뻔히 아는네.
기훈 뭐 그렇다고 고맙다는 말도 못해. 죽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해.
해 해도 돼. 그 정도는.
동훈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씬. 지안 방
동훈의 음성을 듣고 지안이 운다.
씬. 지안 집 앞
큰 가방을 멘 지안이 집을 나선다.
기범이 걸렸기에,
지안은 떠나는 겁니다.
이날은 박동훈 인터뷰 하는 날입니다.
인터뷰를 하러 들어가는 순간까지 출근하지 않은 지안을 걱정하는 동훈입니다.
씬. 회의실
윤상무 자, 그럼 원칙대로 하는 사람이 이런 애는 왜 뽑았을까? 이력서가 깨끗해. 여기 보여요, 여기.
달리기. 나 이력서에 달리기 쓰는 애 처음 봐. 아무것도 없는 애란 얘기야. 이런 애를 왜 뽑았을까? 스펙 좋은 애 다 제껴두고.
동훈 예 그동안 파견직을 보면 스펙 좋은 친구들은 이직율이 높아서 경영정도의 필요한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이 오랫동안 저희 팀을 지원해 주는 게 맞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지안씨를 뽑았고, 이지안 씨는 사교성은 없지만 영민하고 무슨 일을 해도 생색내지 않고 좋은 사람입니다.
윤상무 내가요, 이런 짓까진 안 할라고 했는데 얘 이력서가 하도 이상해서 뒷조사 좀 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들. 얘 살인전과 있는 앱니다. 사람을 죽였다고요.
웅성웅성.
윤상무 이건 몰랐지? 그래서 웬만하면 깔끔한 이력서 살아온 날이 얼추 보이는 이 력서 뽑는 거야.
이렇게 아무것도 없고 느낌 쎄한 이력서 뽑는 게 아니고.
동훈 살인 아닙니다. 정당방위로 무죄판결 났습니다.
윤상무 알고 있었다는 말이네. 알면서 계속 이런 애를 회사에 다니게 둔 거야. 사람 죽인 애를.
동훈 누구라도 죽일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무님이라도 죽였고, 저라도 죽였습니 다.
그래서 법이 그 아이에겐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왜 이 자리에 서 이지안씨가 판결을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전과 조회도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법이 그 아이를 보호해주려고 하는데 왜 그 보완까지 뚫어가면서 한 인간의 과거를 그렇게 붙들고 늘어지십니까? 내 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윤상무 여긴 회사야!
동훈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씬. 길
인터뷰 상황을 듣으며 걷는 지안, 눈물을 훔치고 걸음을 옮긴다.
씬. 사무실.
인터뷰를 하고 나온 동훈, 서랍을 여는데.....
네, 지안이 넣고 간 슬리퍼가 있습니다.
슬리퍼만 놓고 지안은 사라진 겁니다.
하지만 아직 3회가 남아있으니 둘은 다시 만나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