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게바라 Sep 25. 2018

나의 아저씨   제 14 회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건가?

씬. 정희네
동훈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정희          날 밝을 때쯤이면 사람들 발소리가 들려. 이불 속에서 들리는 그 소리가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다. 나만 굴러가고 있지 않는 느낌. 그래서 가끔 새벽에 문앞에 나가서 앉아있어. 나도 같이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싶어서. 오늘 새벽에 걔 봤다. 니네 회사 그 여직원. 애 괜찮더라. 안 가고 옆에 있어주더라. 십분 있어주다 갔어. 걔 회사 그만 뒀다며, 이사간다고 새직장 근처로. 이 동네가 참 좋았대. 근데 그 말이 니가 좋았다는 말로 들리더라.

씬. 밤 거리
동훈에게 오는 전화. 모르는 번호다.
받지 않는데, 또 온다.

동훈         (전화 받는) 네
지안         핸드폰 고장 나서요. 전화 했었을까 봐요. 이지안이에요.
동훈         알아. 일찍도 전화한다. 너 어디야? 어디야?
지안         강남이요. 새로 일하는데.
동훈         그만두면 그만둔다고 얘길 해야 될 것 아냐?
지안         그만둔다고 하면 뭐, 사람 죽인 애 송별회라도 해줄 건가? 무서워서라도 하루 빨리 조용히
사라져주길 바랄 텐데. 상관없어요. 어차피. 오래 못 다닐 거 알았으니까. 한두 번도 있는 일도 아니고.
동훈         센 줄 알았는데, 그런 거에 끄떡없을 줄 알았는데.
지안         지겨워서요. 나 보면서 신나할 인간들.
동훈         미안하다.
지안         아저씨가 왜요? 처음이었는데. 네 번 이상 잘 해준 사람. 나 같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 이제 다시 태어나도 상관없어요. 또 태어날 수 있어. 괜찮아요.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건가?
동훈         응... 할머니 돌아가시면 전화해. 전화해. 꼭.
지안         끊을게요.
 

전화를 끊고 거칠어지는 동훈의 숨소리와
숨소리를 듣는 지안의 볼에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립니다.


녹음파일이 없어진 것을 안 지안은 대담하게 도준영 오피스텔로 찾아갑니다.
실은 녹음파일은 광일이 가져갔는데 말이에요.



씬. 준영의 오피스텔
준영의 집에 찾아온 지안.

도준영         난 죄없어. 괜히 너한테 불륜 걸려서 협박당하고 니가 맘대로 박상무 작업해놓고 나한테 와서 돈달라고 한 거고, 난 거절했고, 박동훈 도청도 니 맘대로 한 거잖아요. 여기 내 죄가 어딨니? 불륜은 죄가 아니야. 녹음파일로 협박할 생각마. 그거 갖고 와서 돈달라고 할 생각도 말고. 너한테 복사본 없겠어? 지금도 녹음하니?


준영의 얘기를 듣고 있던 지안은 준영에게 파일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참으로 영특한 지안, 조금 여유가 생깁니다.


지안          나도 잡힐 생각 없어. 죽어라 도망다닐 거야. 그쪽이 박동훈 손에 무사히 짤릴 때까지.
짤리고 나면 나 잡으려고 하지도 않을 텐데 뭐. 이미 짤려나간 인간 뭐하러 잡으려고 하겠어? 다 그쪽 잡으려고 한 짓인데. 그래도 만에 하나 잡히면 어디까지 불어야 되나 서로 입은 맞춰야 할 것 같아서.
도준영      난 너한테 그냥 협박당한 거야.
지안         박준형 와이프하고 불륜은 모르는 걸로 하려고. 그냥 대표신임에 걸리적거리는 인간들 치우는
작업이었던 걸로.
도준영      왜? 박동훈 인생에 흠집 날까봐? 공개적으로 개망신 당할까봐?
우아, 니들 열렬히 사랑하는 구나. 됐다. 그냥 선배 와이프랑 놀아난 드럽고 치사한 놈 되고 말지, 박동훈한테 흠집 하나 안 나는 건 아니꼬와 못 보겠다. 흥참. 너 그냥 열심히 도망다녀야겠다.   
지안         희한한 게 위기상황일 땐 가장 숨기고 싶은 내 치부가 가장 센 무기가 돼.
 사람 죽인 년이란 거. 누가 알까 무서워서 사람들이랑 말도 안섞고 지냈는데 위기에 몰리면 그 말을 내가 먼저 꺼내. 한 번 죽인 년이 두 번은 못 죽일 까? 박동훈 건들이는 새끼들은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
 

우앙~ 걸크러쉬 지안 짱, 킹왕짱입니다.
이쯤 되면 도준영은 지안의 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무 승진 발표가 납니다.
이 사실을 지안에게 문자를 보내지만 답문이 없습니다.
동훈, 전화를 해보지만 없는 번호랍니다.
상무실에서 지안의 자리를 보는 동훈.
상무실 떡하니 앉은 동훈, 그제야 지안이 선물한 슬리퍼를 신습니다.  

한편, 기범이 잡히면서 동훈의 핸드폰에 도청장치가 되어있는 것이 밝혀집니다.
사실을 안 동훈은 극장에 가서 <박하사탕>을 봅니다.
핸드폰을 극장에 놓고 동훈은 도준영을 만납니다.



씬. 극장 주차장

동훈         어딨어? 이지안. 어딨어?
도준영      내가 알아? 절대 안 잡히겠대, 죽어라 도망다니겠대. 잡히면 시작점을 불어야 되는데
선배인생 공개적으로 개망신 당하는 건데 선배가 제일 무서워 하는 게 그건 거 걔가 아는데, 걔가 그걸 불어? 나한테 와서 그러더라 만에 하나 불륜은 빼고 얘기하겠다고. 그렇게 입맞추자고. 그러니까 가만 있으면 된다고. 선배 상무됐잖아. 좀 있으면 나 짜를 수 있잖아. 나 짜르면 다 끝이잖아. 이씨... 여기서 누가 제일 피해자냐? 어? 나한테 돈 뜯어가놓고 배신 때리고. 너한테 붙어 먹고. 씨.
  
도준형에게 주먹 날리는

동훈         뭐?
도준형      나만 천박했지? 넌? 니들은?

동훈의 주먹이 도준형 멱상에 수차례 꽂힌다.

씬. 극장
도준형을 때려눕히고 자리에 앉은

동훈           (핸드폰을 입에 대고) 이지안. 이지안. 전화 줘.

씬. 고시원
알바를 하고 들어온 지안.
동훈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극장에 앉은 동훈이 핸드폰을 입에 대고 이지안을 부르는 장면은요,
정말 짜릿한 엔딩이었습니다.
내용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다음 화가 너무 기대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아저씨 제 13 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