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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Sep 25. 2018

나의 아저씨   제 15 회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씬. 극장
​핸드폰을 입에 댄

동훈         이지안. 이지안. 전화 줘. 다 들었어. 너 내 얘기 다 듣고 있는 거 알아. 괜찮아. 전화 줘. ​



​동훈은 지안에게 온 전화번호가 공중전화임을 압니다.

동훈은 무작정 공중전화 박스로 찾아갑니다.
그 사실을 안 지안은 그 곳, 그 동네를 떠납니다. ​


씬. 길
어딘가로 가는 지안의 귓가에 동훈이 김대리에게 했던 말이 들립니다.    

"동훈 다 들었어.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열 번만 해."
 
길을 가던 지안, 그대로 주저 앉는다.
 
지안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공중전화 박스를 서성이던 동훈은 집에 들어옵니다.
지안 생각을 하던 동훈은 윤희의 서재로 향합니다.
지안이 듣지 못하게 핸드폰은 방에 놓고 말이에요.
 
 
씬. 윤희 서재
 
윤희         괜찮아, 편하게 얘기해도 돼. 난 언제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거야.
동훈         이지안 알아?
윤희         어느 날 준영이한테서 이력서 한 장이 왔어. 알아봐달라고. 나중에 알았어. 걔가 무슨 일
하고 있는 지. 준영이가 어떤 인간인지 나한테 알려준 애가 걔야. 걔, 나 다시 당신한테 돌려보내려고 했어. 직감으로 알았어. 당신 좋아하고 있다는 거. 준영이랑 끝내고 걔 회사 그만두라고 했어. 내 치부 다 알면서 당신 옆에 있는 거 불안하고 싫어서. 준영이가 주기로 한 돈 내가 주겠다고. 걔 거절했어. 자기 나가면 준영이가 다른 사람 시켜서 당신 짜를 거라고. 걔 온 몸으로 당신 막고 있었어. 난 그게 더 죽고 싶게 괴로웠고. 그만 뒀다는 여직원 걔지? 준영이가 자른 거야?
동훈         도망다니고 있어. 박상무 일 때문에 경찰에 쫓기고 있어. 준영이 찾아갔었대 죽어도
안 잡히겠다고. 끝까지 도망다닐 거라고. 잡히면 이 일이 왜 시작됐는지, 당신하고 준영이 일 다 말해야 되니까. 걔가 알아. 내가 제일 힘들어 하는 게 뭔지, 알아.
윤희         말하자. 여보. 그냥 다 말하자. 계속 도망다니게 할 순 없잖아. 다 말하자, 여보.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



​동훈은 이제 지안을 찾으려고 사방팔방 찾아다닙니다.
쓰레기 아저씨는 물론이려니와 기범이까지 말입니다. ​



​씬. 구치소

기범         누구세요?
동훈         알잖아, 누군지. 박동훈. 나가면 이지안한테 전해. 괜찮다고. 나한테 전화하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진짜로. 진짜로. ​



​그 시각 지안은 쓰레기 아저씨에게 가 있습니다.
우리 지안이 아픕니다. 차에 치어서 말이에요.



씬. 엘리베이터 앞
​회사에서 도준영과 마주친 동훈.

도준영     걔 연락 안 오죠? 혹시나 연락와도 잘 숨어 있으라고 해요. 선배인생 개망신 시키지 말고.
동훈        넌 입 좀 닥쳐라. 난 개망신 당할 거고. 너도 당할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엘리베이터 타는)



이 장면은 도준영에 주먹을 날리는 동훈보다 훨씬 멋진 동훈입니다.
동훈은 개망신, 그거 당하기로 한 겁니다. 지안을 위해 말입니다. ​
박동훈. ​정말 이 캐멋짐 어떡하면 좋아요.


씬. 지안 집 앞
지안의 짐을 문철용 집에 맡긴
 
동훈           (핸드폰을 입에 대고) 너 짐도 안 챙기고 어디에서 어떻게 먹고 자냐? 이제 안 듣냐?
​진짜 안 듣냐? 왜 안 들어? 왜에?
 
 
 
그때 전화 오는데,
그건
지안이 아니라 쓰레기 할아버지입니다. ​
달려가는 동훈입니다.
 
 
 
씬. 고물상.
지안이 아프다. 동훈을 보고 놀라는
 
지안          사람만 죽인 줄 알았지? 별짓 다 했지,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러기에 누가 네 번 이상 잘 해주
​래? 바보같이 아무한테나 잘 해주고. 그러니까 당하고 살지.
동훈          고맙다, 고마워. 그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고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 살겠다. 너처럼 어린 애가 어떻게, 어떻게 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 살겠다. 내가 행 복하게 사는 거 보여주지 못 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 수근 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냐.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거야. 행복할 게.
지안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엉엉...
동훈         어.. 행복할 게.
 
씬. 병원
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지안.
지안 앞에 선 동훈
 
동훈          내가 먼저 회사 가서 대충 상황 정리하고 그리고 할머니 보러 가자. 할머니 보고 그리고 같이
​경찰서 가자. 걱정하지 마. 집사람이 도와줄 거야. 사실대 로 말하고 정리하면 돼. 그리고 도준영 얘기 다 해도 돼. 괜찮아. 나도 집사 람도 다 말하기로 했어. 안 들었어? 핸드폰에 대고 집사람이 다 얘기 했는 데.
지안         어떻게 들어요? 내가 몰래 듣고 있는 거 다 아는데, 진짜 내가 안 미운가?
동훈         (침대에 걸터앉는)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 을 해도 상관없어. ​
​내가 널 알아.
지안         아저씨 소리 다 좋았어요. 아저씨 말, 생각, 발소리.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것 같았어요.
 
 
 
아...... 다시 보고 또 보는 데도 눈물이 나네요.
아픈 지안이 동훈을 보고 일부러 못 되게 말하는 것도 넘 마음 아픈데,
거기에 동훈이 하는 얘기.
그리고 병원에 와서 지안의 온순해진 모습까지.
아.....  이 드라마가 왜 나를 미치게 하는지....
내가 왜 시간을 쳐들여 대사를 수차례 들으며 받아적고 있는지.....
........... 그것은
그러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 지금 술을 좀 마시고 있어 감정적이 되나보네요)
 
 
동훈은 지안을 정희에게 데려갑니다.
돌아서는 동훈에게 지안은 도청을 지우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가 멀어져가는 소리를 들으며 도청을 지워냅니다.  
 
지안은 정희네서 일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간 지안은 이렇게 말합니다.
 
 
씬. 정희 방
자려고 준비하는 지안, 정희.
 
지안          다음 생엔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싶어요.
정희          그래 우리 다음 생에 또 보자. 생각만 해도 좋다.
 
 
씬. 길
그 시각 집에 걸어가는 동훈, 혼자 말한다.  
 
동훈         행복하자.
 
 
 
지금 시각 새벽 3시 30분.
술을 마시면서 '나의 아저씨'를 보면 대책이 없습니다.
늘 그렇지만 '나의 아저씨'를 보고 있자면 술을 마시고 싶어집니다.
 
이제 나의 아저씨는 1화 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무척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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