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일 _ 2020년

by 이게바라

첫눈



첫눈이라고는 하지만 진눈깨비로 바뀌고, 스산하기만 한 일요일.

새로 산 자전거를 끌고 동네 주위를 돌며 3건의 당근마켓 거래를 했다. 새로 산 자전거는 친애하는 여자친구님이 사준 것이다. 가볍고, 빠르다.

당근거래 3건은 모두 무드등이다. 가게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말이다.

저렴한 가격대로 하루 세 번 당근마켓 쇼핑으로 FLEX 하던 나는 내가 참 가난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 가난이라 하면 순전히 물질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가게를 하려고 준비하던 때 일 하나가 떠올랐다. 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보던 중에 서울시에서 싼 이자로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대출을 받으러 갔더니 담당자가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감옥에서 나오셨어요?”

“네? 감옥요? 아니요? 왜요?”

그 담당자의 설명은 이러했다. 나에게 금융거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신용카드를 만들어본 적도, 직장도 다녀본 적 없었다. 신용카드도 없고 돈을 주기적으로 벌어본 적도 없는 나는 적어도 금융데이터 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던 것. 그 담당자가 보기엔 나란 인간은 감옥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탈북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신용카드도 두 개나 있고, 대출까지 받았으니 확실한 금융거래 내역도 생겼다.

그렇다. 이제 슬슬 나란 존재를 금융거래 내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금융거래로는 내 존재를 증명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로는 난 없는 존재다.


‘가게’ 계약 기간이 2년 남았다.

그 기간 안에 내가 나였으면 한다.


나는 참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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