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는 맑아진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봤다.
제주도 펜션 친구가 소개한 대사 ‘영화 안 하고 살 수 있어요?’는 영화 속 장국영이 찬실에게 한 대사였다.
여기서 장국이영이라 하면 진짜 장국영을 말한다. ‘아비정전’의 그 유명한 맘보 춤추는 장면의 복장을 한 장국영이다. 복장이라 봐야 런닝에 사각팬티가 전부이기는 하지만 그 장면이 주는 임팩트는 우주복 이상일 것임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가성비 갑인 의상이다.
그 장면에 정확한 대사는 이러하다. 장국영이 묻고 찬실이 답하는 장면.
“그만둬도 괜찮겠어요? 영화 안 하고도 살 수 있을 거 같냐구요?”
“제가 다시 영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그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죠.”
어제 제주도 친구가 보낸 마지막 톡을 소개 안 했는데,
마지막 톡은 이러하였다.
[ 영화 보고 자신에 대해 깊이깊이 생각해 보셔요. ㅎ ㅎ 무슨 말인지 영화 보면 압니다. ]
영화 말미에 이런 장면들이 나온다.
에밀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을 좋아하는 찬실이 아코디언을 연주 후 한 대사.
"장국영씨.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저는 늘 목말랐던 거 같아요. 사랑은 몰라서 못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 꽉 채워줄 거라고 믿었어요. 근데 잘못 생각했어요. 채워도 채워도 그런 걸로는 갈증이 가셔지지가 않더라구요.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저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이제 영화 마지막 장면,
찬실에게 찾아온 영화 하는 후배들. 그들과 어딘가를 걸어간다. - 영화상에서는 무언가를 사러 가는 것인데 - 그곳이 어딘지, 왜 가는지 관객은 모른다. 아마 그들도 모를 것이다.
밤길을 가는데 배우인 동생이 찬실에게 말한다.
"언니 오늘은 정말 달에게 맹세하고픈 깊고 깊은 겨울밤이야."
어떤 후배가 찬실에게 말한다.
"피디님 우리 꼭 같이 영화 만들어요."
찬실을 가던 길을 멈춘다. 영화하는 후배들 가는 길에 플래시를 비춰주며 말한다. 기도하는 듯 말한다. 그녀의 마지막 대사다.
"우리가 믿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돌연 기차가 터널을 달린다. 기차가 터널에서 나오면 새하얀 눈밭이다.
그런데 그 장면은 스크린에 투영된 장면이었고, 극장 안에는 홀로 장국영이 그 장면을 보고 있다. 장국영이 일어나 박수 친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찬실의 삶은 이제 시작인 거다.
제주도에서 펜션을 하는 친구는 스릴러 영화를 참 좋아하는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