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화 _ 2020년 (brunch.co.kr)
지난 2월 3일 수요일,
가게 문을 열어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코로나로 9시까지 밖에는 영업을 할 수 없는 관계로 나는 아예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듯 연락이 와야 오픈해 손님을 받고는 했다.
이번에 가게 문을 열어달라 요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11월 17일 화 _ 2020년> 늦은 밤부터 비가 내렸던 그 날,
달빛동맹을 찾았던 도반들 중 한 명인 조명감독이었다.
그는 ‘좋은 일’이 있다며 운을 띄웠고, 나는 그가 데리고 온 감독지망생과 술자리를 함께했다.
그가 데리고 온 감독지망생은 예전 같은 영화사에서 각기 다른 영화 조감독을 한 적이 있어 안면은 있는 분이었다.
조명감독 친구는 성격대로 곧바로 자신이 운을 띄운 ‘좋은 일’의 실체를 실토하였다.
그가 말한 ‘좋은 일’은 바로,
영화를 관둔다는 얘기였다.
그는 3월부터는 그날 함께 왔던, 한때 스크립터였던 지금은 사업을 하는 친구 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를 관둔다는 얘기는 그리 놀라울 것이 없다.
비단 다른 사람 예를 들것도 없이 나조차도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니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조명감독이었던 친구가 영화 관둔다는 말을 이렇듯 선언하듯 말하는 이유는 이러했다.
한때 스크립터였던 친구는 조명감독 친구를 취직시켜주는 대신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고 했다.
그 조건은 ‘영화를 완전히 관두고 와라. 일 이년 다니다가 영화 일 한다고 그만둘 사람은 뽑을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유일한 조건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조명감독 친구는 주위 사람들에게 영화를 관둔다고 선포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돌아갈 다리를 끊어내는 의식인 거였다.
듣고 있자니 영화를 그만두겠다는 그의 선언이 참으로 비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판에서 끝끝내 되지 않는 나 같은 경우와는 달리
조명감독인 이 친구는 한때 영화 스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기억이 그를 더욱 비장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전에 친구들이랑 왔을 때는 비가 오더니 오늘은 눈이 쏟아졌다. 많이도 쏟아졌다.
9시면 가게에서 나가야 했던 조명감독 친구는 와인을 맥주처럼 마셔대더니 쏟아지는 눈을 뚫고 집으로 갔다.
며칠 후 나는 그와 단둘이서 제주도를 가게 된다.
나와 조명감독 친구가 함께 영화 한 제주도에서 펜션 하는 친구에게 가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