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일 _ 2021년

by 이게바라

화창한 봄날



학창 시절부터 선생들은 마치 짠 것처럼 입을 모아 나를 이렇게 평가했다.

문장마저 컨트롤 C, 컨트롤 V로 똑같았던,


‘주위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하며 매사에 끈기가 없다.‘ 고.


그들의 식견은 적중했다.

하지만 하나 틀린 것이 있다면 매사에 끈기가 부족한 것만은 아니었다.

영화 하나만큼은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고 있다.


아니지,

나를 지켜봤던 선생들의 식견을 따르자면,

어쩌면 내가 영화를 붙들고 늘어지는 게 아니라,

끈끈이에 붙은 파리처럼 마지못해 그만두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끈끈이에 붙은 파리라면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 않겠다.

아주 편하게 붙어있겠다.

그렇게 꼼짝달싹 못 하게 쩍 달라붙어 자유롭게 살다 죽었노라 자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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