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다가 비 오다가 비가 우박이 됐다가 해가 나온
예전 어느 날에 누군가 나에게 너의 조국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나의 조국은 ‘중고나라’ 라로 말했을 것이다.
그렇게 내 조국 ‘중고나라’를 맘껏 휘젓고 다녔다.
가게 오픈할 때도 ‘중고나라’가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던 중 노트북을 사려고 했다. 싸게 노트북을 내 논 고마운 분이 전주 어디에 산다고 하여 계좌이체를 했다. 인터넷뱅킹을 하지 못 하는 나로서는 여친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돈을 보낸 후 나와 여친은 마포경찰서를 가게 된다.
계좌이체를 한 사람은 여친임으로 피해자인 여친이 신고를 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사라진 그 돈은 내 돈이다.
몇 개월이 지나고 마포경찰서에서 잡았다는 아주 간단한 문자가 왔다.
그렇다고 돈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돈에 대한 피해도 피해지만 이제는 ‘중고나라’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
물론 이 또한 내 문제이다.
나는 곧 '중고나라'에서 망명을 한다.
내 조국을 등진 것이다.
한동안 무국적 시민으로 살던 나는 허허벌판에서 마켓 하나를 발견한다.
그곳은 조국이란 거창한 의미부여 없이 만들어진 동네에 있는 작은 마켓.
당근마켓이었던 것이다.
요즘 나는 습관적으로 당근마켓에 들려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구매이사를 밝힌다.
그리고 약속을 잡고 주인을 만나 물건을 받아 든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어떤 주인과 만나게 될지 하는 궁금증까지.
요즘은 마스크가 필수여서 얼굴 반밖에 볼 수 없지만.
이 모든 과정이 흥미롭다.
거기에 싸고 쓸만한 물건을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일요일 막 정오를 넘긴 지금,
난 이미 당근마켓에서 거래를 하나 끝냈다.
당근마켓에서 득템 한 ‘노트북 거치대’에 노트북을 올리고 투닥투닥 이 글을 쓰고 있다.
당근마켓이란 어플 안에 이웃이 갖고 있고 정이 있다.
싸고 질 좋은 물건은 덤이다.
무엇보다 가까이 사는 사람이 주는 믿음이 있다.
‘이웃’이라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
요즘은 이 말을 당근마켓이 대처해준다.
그래서
당근마켓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