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목 _ 2021년

by 이게바라

어제보다는 낮은, 그렇지만 습한.



복싱도장에 찬희라는 초등 오학년생이 있다. 그러니까 난 찬희를 3학년 때부터 봐왔다. 역삼각형의 몸매에 볼이 통통한. 강호동의 어린 시절 모습 같은 모습으로 더없이 귀엽다.

찬희가 오늘 나에게 말을 붙인다.

“아저씨 요즘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큰일이에요.”

잉? 이게 무슨 얘기지? 난 호기심이 생겨 묻는다.
“찬희가 무슨 일이 있는데?”
“요즘 그렇잖아요, 코로나도 그렇고......”

헉. 얘 봐라. 언젠가는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대단한 이슈가 있다고 해서 들어보니 ‘첵스’라는 시리얼에서 ‘파맛’이 재발매가 되어 화제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얘가 저학년일 때 얘기고 이제 얘도 어엿한 고학년. 얘가 무슨 얘기를 할까? 설마 대통령 후보 이야기?

“그래, 찬희야 무슨 일이 더 있니?”

“아니, 그게.....” 하면서 시작한 찬희의 얘기는 외계어가 되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간신히 이해한 것을 옮겨보면 이렇다. ‘무슨 게임’의 모듈을 삭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누가 삭제하냐고 묻자, 안티팬이란다. 그러면서 찬희는 한탄한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몰라요.”

“찬희야 큰일이니?”

“그럼요, 큰일이죠.” 하면서 찬희는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나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친절한 설명을 그냥 우주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요즘 단톡방에서는 법사위를 국힘당에 넘겨서는 개혁을 할 수 없다거나 법사위는 야당이 맡는 것이 원칙이다, 혹은 법사위를 넘기기로 합의했으면 실행해야 한다는 등 각자 입장을 목소리 높였다. 얘기 듣다 보면 세상 큰일처럼 느껴지는데....

문득 이 일들이 찬희가 말하는 큰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찬희가 말한 세상 큰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찬희에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변화가 어떻고 개혁이 어떻고 소리치는데,
세상은 참 빨리 많이도 변해왔다.

다만 각자 자신의 초침으로 시간을 바라보니 그때그때 다급해서 흥분하는 것일 터이다.

오늘은 초침에서 거리를 두고 무덤덤이 바라보는 법을 찬희를 통해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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