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토 _ 2021년

by 이게바라

36.5도



내가 친애하는 도반에게 글을 써서 보냈다.

그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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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생각해보니 **가 자가격리 끝나기 전에 얘기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말을 꺼내봅니다.

얼마 전 **이 돈 되는 영화를 하고자 한다고 하니,

**의 절친인 @@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니가 나이가 드니 이제 철이 든다”

저는 @@씨의 이 말이 틀리지 않지만 맥을 잘 못 짚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왠고 하니,

**의 재능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 재능을 좋아했습니다.
저는 늘 입버릇처럼 제가 아는 지인 중에 **가 가장 시나리오를 잘 쓴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감히 그런 평가를 내린 이유는 그의 시나리오는 늘 뜻밖의 장면, 뜻밖의 대사가 나왔습니다. 그것이 참 그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의 첫 영화 <&&&& ##>을 처음 접한 그 좁은 편집실에서 저는 그만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그랬습니다. 저는 그렇게 **의 재능을 좋아했습니다.

근데 지금 **은 주제 파악을 하겠다며 돈 되는 영화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철이 들겠다고 합니다.
정말 **은 자신의 주제 파악을 한 걸까요?

철이 드는 걸까요?

**은 늘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고는 했습니다.
“다 왔어.”
“우리 삶 나쁘지 않아. 여태 팔자 좋게 잘 살았어.”

입버릇처럼 한 그의 말이 힘겨워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임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뜻밖에 자전거 사고와 자가격리로 인계점을 지나친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제가 진짜 안타까운 점은 돈 되는 영화를 하겠다고 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돈 되는 영화를 하겠다고 소리치면서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취향이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자기의 취향을 끝까지는 지키는 길이 진짜 철이 드는 일 일지도 모릅니다.

이제껏 이 길로 걸어왔으니, 이 길로 가야만 이 길의 끝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그래야만 지금껏 이 길을 걸었던 우리네 삶이 나쁘지 않은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정말 **이 이 악물고 돈 되는 영화를 해내기를 바랍니다.


이도 저도 아닌 어딘가에서 어정쩡하게 서성이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의 재능을 좋아하였기에 이렇게 감히 말해봅니다.

이렇게 시대가 낳은 기현상, 자가격리로 오롯이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참 귀한 거 같기도 합니다. 남은 자가격리 시간을 아껴 쓰기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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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보내면 후회하겠지만,

안 보낼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온몸과 정신을 비집고 뚫고 들어오는 철(시간, 세월)을 흘려보내고, 튕겨내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내 철이 들지 않고 버티는 것이 진짜 철이 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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