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목 _ 2021년

by 이게바라

흐림



<기생충>에서 기억나는 교훈,


인생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내 계획은 이랬다.

올해가 가기 전에 영화를 찍는, 혹은 찍고자 준비하고자 했다.

내가 쓴 시나리오가 투자가 되고, 캐스팅이 되어서 영화를 찍게 되는 생각을 나 혼자 해본 거다.

그렇게 내 맘대로 행복회로를 돌려본 거다.


그러므로 더 바빠지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장내시경도 받아본다.

대장내시경도 내시경이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취가 되어 잠이 든다.
주사바늘이 꽂히고 마술처럼 잠이 든다.
(그렇게 맥락 없고 무기력하게 꼬르륵 잠이 드는 그 순간,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취에 깨어나서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이러했다.

“꿈을 많이 꿨어요.”

알지도 모르는 간호사에게, 그것도 뭔가를 정리하고 있는 뒷모습에 대고 사정하듯 되풀이해서 얘기하였다.
"참 꿈을 많이도 꿨어요."
연이어 꿈을 많이 꿨다는 내 말에 간호사는 내 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뭐라고 답변을 해주었다.
무슨 답변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제야 나는 꿈을 많이 꿨다는 얘기를 멈추고 점차 꿈에서 깨어났다.


안락사가 이렇게 잠에 빠져들어 죽는 거라면,
죽을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죽는다면,

사후세계를 믿지 않지만,

죽어서 ‘사후세계’에 간다면 이렇게 말하겠구나.....


살면서 꿈 참 많이도 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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