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림
<the Ward>란 영화를 봤다. 신작은 아니다. 2013년도 영화니깐.
포스터에 누군지 알 수 없는 금발의 여배우가 커다랗게 나온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딱 하다, 오로지 하나.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존 카펜터 감독은 ‘할로윈’ 시리즈의 아버지로 주로 b급 영화를 찍는 감독이다.
그가 만든 영화를 나는 즐겼다. 그의 영화가 가장 영화답다 여겼다.
커트 러셀이 주연한 <빅트러블><LA탈출>은 그저 즐기는 b급 영화였고, <매드니스>는 분위기가 스산한 호러영화였고, 내가 최애하는 <the Thing>은 ‘에이리언’의 우라까이긴 해도 눈 속에 고립된 인간들에게 벌어지는 공포가 매력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영화는 이제 기억을 더듬어야 찾을 수 있는 추억의 영화가 되었다.
그러던 차에 ‘왓차’를 뒤적이다 그가 감독한 영화 <the Ward>를 발견하고 곧바로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에 졸업하고 다시 초등학교를 찾았던 것은 꽤나 긴 시간이 지나서였다. 아마 성인이 되어 투표권이 생겨 선거를 하려고 갔을 때였던 거 같다. 그때 본 초등학교 운동장은 왜 그렇게 조그맣게 변한 것인지 놀랐던 기억,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존 카펜터의 영화가 그랬다. 쪼그라들어 보잘것없는 초등학교 운동장, 바로 그의 영화가 그랬다. 그의 영화를 싸그리 찾아 다시 볼까도 생각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예전의 즐거웠던 놀이동산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다. 아무도 찾지 않아 움직이지도 않는 녹슨 놀이기구를 애써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 ‘영화’가 내게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만 묻어있고, 지금은 녹슬어 움직이지 않는 놀이동산.
그곳에서 나는 예전의 기억에 취해 서성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뜨거운 심장은 식어버린 좀비처럼 허기진 배를 채우려 서성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이 드러븐 기분은 내가 늙어서가 아니다.
늙은 목수의 못질이 무뎌진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