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수 _ 2022년

by 이게바라

> 10화 _ 너 무서워



(미정)

여자랑 헤어지고 싶을 때마다 무기로 쓰는 말이지?

같이 살던 여자가 죽었어, 내가 죽게 했어.


미정이 구씨를 쫓아갔더니 구씨는 들개 무리에게 먹을 거를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빨을 드러내는 들개 무리가 구씨를 향해 뛰어오자

미정이 들개 향해 뛰어가며 소리칩니다.


미정

(돌맹이 집어 던지는) 야, 야, 야 이 개새끼들아! 가, 가! 안 가?! 가!

꺼져, 야! 개썅놈의 새끼들!!


미정의 기세에 눌린 들개 무리가 물러섭니다.

앞서가는 구씨 뒤를 나뭇가지를 몽둥이 삼아 든 미정이 따라갑니다.


구씨

(미정을 보며) 넌 상황을 자꾸 크게 만들어. 오늘은 팔뚝 하나 물어뜯기고

내일은 코 깨지고 불행은 그렇게 잘게 잘게 부숴서 맞아야 되는데 자꾸 막아서 크게 만들어. 나나 네가 막을 때마다 무서워. 더 커졌다. 얼마나 큰 게 올까?

(앞서 걷는) 너는 본능 죽여야 돼. 도시로 가서 본능을 무뎌지게 해야 돼. 그래서 개구리 터져 죽은 얘기 같은 거 말고 여자들 수박 겉 핥는 얘기 그런 지겨운 얘기를 정성스럽게 할 줄 알아야 돼. 지겹고 지겹게. 그래서 남자가 지겨워서 죽고 싶게. 본능이 살아있는 여잔 무서워.

(멈춰서 미정 보곤) 너 무서워.

(평상에 벌러덩 눕는) 이런 데서 사는 한 넌 본능을 못 죽여.


이때 창희가 나타나 평상, 구씨 옆에 함께 눕습니다.


창희

씁, 이렇게 다정한 모습은 인증 샷을 남겨 둬야...

(핸드폰 꺼내 몇 장 찍는) 형 우리 같이 별 본 사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진짜, 그러니까 가장 사실적인 캐릭터는 창희입니다.

그래서인지 대사량으로 따지면 구씨의 10배가 넘을 텐데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크게는 못 받은 거 같아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박해영작가는 끊임없이 ‘창희’를 등장시킵니다. 심지어 밭에서 떠도는 들개처리도 창희 몫입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들개 잡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며 하소연을 하네요. 이 얘기를 묵묵히 구씨가 듣고 있습니다.

9화에서 미정은 구씨와의 고민을 현아에게 털어놓으려 찾아갔다가 현아의 연애문제가 더 힘들다는 것을 봤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현아의 고민을 들어줍니다.


미정

이번엔 몇 점이었어?


현아

십.... 오점. 괜찮았어.


미정

어디서 15점씩이나 준 거야.


2화에서 현아 생일날 현아는 100점 짜리 남자를 찾지 않고 적은 점수의 남자라도 그 점수에 만족하고 만난다고 한 적이 있어서 나온 대사입니다.


미정

폭력에 바람에, 다 있는데.


현아

음... 변명에 안 해. 바람 피다 걸렸는데, 어버버버 하다가 바로 잘못했다고 하더라. 아니, 뭐 좀 걸렸다 싶으면 바로 멍청해지는 거 같아. 사고 친 강아지처럼. 야 자기가 잘못해 놓고도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미친놈들이 한둘인 줄 알아? 그래서 염미정. 니 남친은 몇 점?


현아 역으로로 나온 배우는 이천희 배우와 결혼한 전혜진 배우십니다.

이 드라마에서 염씨 삼남매와 구씨를 제외하고는 나오는 분량에 비해 가장 자기 역할이 뚜렷한 캐릭터인데요, 저는 이 전혜진 배우를 잘 모릅니다. 이천희 배우와 결혼한 지도 몰랐고, 그녀가 출연한 다른 드라마도 전혀 본 적이 없는 줄 알았는데.......

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네 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가 생각이 나는 겁니다.

<네 멋대로 해라>는 양동근, 이나영이 주연한 2002년도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전혜진 배우는 공효진의 여동생으로 양동근을 쥐잡듯 잡는 되바라진 여고생으로 나옵니다.

저는 <네 멋대로 해라> 이후 전혜진을 배우를 처음 만나 봅니다.


미정

십오점은 넘었네. 변명은 안 하니까.


현아

음, 그리고? ......그리고 변명은 안 하고?


미정

(웃는) 보면 깜짝 놀랄걸? 서울역에서 주워 왔는 줄 알고.


현아

어마어마하구나?


식사를 끝낸 미정과 현아는 차를 마시러 왔습니다.


미정

내가 무서워? 그 사람이 내가 무섭대.


현아

그 인간 너한테 읽히나 보다. 그냥 기라 그래. 무서울 땐 기는 거야.

자식들이 도망갈 생각부터 하지.


미정

문제가 있긴 있어.


현아

우리가 언제 그런 거 따졌니? 똑같은 인간을 놓고도 사랑하지 못할 만한 이유 천 가지를 대라면 대고 사랑할 만한 이유 천 가지를 대라면 또 대. 염창희 몰라? 정아름 서클 렌즈 낀 것까지도 욕하는 거. 야, 나도 껴. 나를 사랑하는 이유 천 가지에도 서클 렌즈가 들어가고 정아름 미워하는 이유 천 가지에도 서클 렌즈가 들어가. 이유 같은 게 어딨냐? 그냥 좋아하기로 작정하고 미워하기로 작정한 거지.


미정이 창희를 만나러 창희 회사 앞으로 왔습니다.


창희

(급하게 나와, 봉투에서 술 꺼내 보이며) 야, 이거 술인데, 이 술 진짜 죽여. 내가 형 빨리 먹이고 싶은데 나 오늘 늦게 끝나 가지고


미정

(술 받아 바로 가는)


창희

형한테 내가 준 거라고 꼭 말해.


창희가 시킨 대로 술을 구씨에게 갖다주는 미정입니다.


미정

오빠가 갖다 주래요.

일부러 핑계 만들어서 온 거 아니고 진짜로 오빠가 갖다주랬어요.


구씨

알어. 문자 왔었어.


저는 ‘문자 왔었어’에서 빵 터졌습니다.

창희 캐릭터 진짜 현실 캐릭터입니다.


미정

할 말 없나?


구씨

(웃으며) 웬일이냐? 지겨운 여자들이 하는 말을 다 하고?


미정

.......


구씨

뭐? 사과해야 되나? 할 말이 있으면 니가 해.

여자들은 꼭 뭐 맡겨 놓은 거 있는 것처럼 툭하면 뭘 달래. 내가 너한테 빚졌냐?


와, 너무 못 되게 말하는가 싶더니만, 곧바로 위로 멘트 나갑니다.


(자작하며) 인생이 그래. 좋다 싶으면 갑자기 뒤통수 후려치고, 뭐 마냥 좋을 줄 알았냐?


미정

병신.


구씨

(보는)


미정

누가 다이아몬드 달래?


구씨

다이아몬드가 더 쉬워. 추앙이 뭐냐? 나 몰라.


미정

들개한테 팔뚝 물어뜯길 각오하는 놈이 그 팔로 여자 안는 건 힘들어?

어금니 꽉 깨물고 고통을 견디는 건 있어 보이고 여자랑 알콩달콩 즐겁게 사는 건 시시한가 보지? 뭐가 더 힘든 건데? 들개한테 팔뚝 물어뜯기고 코 깨지는 거랑 좋아하는 여자 편하게 해주는 거랑 뭐가 더 어려운 건데?

나보고 꿔 간 돈도 못 받아내는 등신 취급 하더니... 지는?


미정이 나가자 웃는 구씨.

이 웃는 모습에서 둘 사이에 추앙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이 느껴집니다.

다음 날 출근길의 미정... 구씨에게 보낸 문자로 추앙의 불씨에 입김을 불어 넣습니다.


(미정)

이름이 뭐든 세상 사람들이 다 욕하는 범죄자여도 외계인이어도 상관없다고 했잖아.

근데 그게 뭐? 난 아직도 당신이 괜찮아요. 그러니까 더 가요. 더 가봐요.

아침 바람이 차졌단 말이에요.


미정의 문자를 보고 구씨가 한 행동이 돌연 백사장을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구씨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는 나중에야 어림잡을 수 있습니다.


구씨

(신문을 들어 읽는) 2분기 수출, 투자 뚝 정부가 5개월 연속 경기 부진 판단을 내렸다. 2005년 3월 정부가 매달 경제 동향을 공식 발표해 온 이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백사장

야, 근데 뭐 하는 거냐?


구씨

내 파트너가 말이 없어서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해. 그래서 내가 말이 좀 느려졌어. 심지어 버벅대. 간만에 왔는데 버벅대면 폼이 안 나잖아.


백사장

(픽 웃는) 아, 씨.


구씨

내가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 열 받아서. 뭐 때문에 열받았나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쇼할 놈으로 보여? 내가 왜 망가진 척 쇼를 해야 되는데? 어? 나 쉬는 거야. 15년을 이런 지하에서 술 취한 인간들 떠드는 소리, 노 래하는 소리. 하, 집에 들어가면 또... 간신히 걸어만 다녔어. 숨만 붙어서. 근데 죽기 전에 네가 나 살려 준 거야. 내 뒤통수 쳐서. 고맙다.


백사장

이제 반말을 막 까네, 이 새끼가.


구씨

그럼 뒤통수친 놈한테 형이라 그럴까?

내가 요즘 싱크대도 만들어야 되고 좀 바빠. 내가 결정 나면 올게. 싱크대가 좋다. 이 세계 접으련다. 아니면 아무래도 이 세계다. 내가 씹어 먹어야 겠다. 둘 중 하난데, 내가 결정 갖고 올 테니까 기다려. 자꾸 알짱대면서 열받게 하면 그땐 나 진짜 이 세계에 내가 말뚝 박는 거니까 조용히 기다리라고. 응?


구씨 여기서 마지막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응?’ 다른 건달들과 다른 레벨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참 멋집니다.

구씨가 방에서 나가자 백사장은 어땠냐면, 숨을 탁 놓습니다. 그만큼 긴장탔다는 것이지요.

구씨 이 바닥에 보통 인물이 아닌 겁니다.

이제 구씨는 미정 앞에 섭니다.

그러니까 구씨는 미정을 제대로 ‘추앙’하기 위해서는 처리해야 할 ‘백사장’이 있었던 겁니다.

다시 만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이쁜데요, 구씨는 트럭 창에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고, 미정은 헐레벌떡 그를 보러 뛰어 왔습니다.


구씨

막히기 전에 얼른 타. 뭐, 그 놈은 퇴근했나? 근 팀장인가 뭔가...

맨날 씨씨거린다는 놈.


둘의 데이트는 소박하게 만두를 먹는 겁니다.

구씨는 미정에게 반찬을 더 갖다주고, 콜라를 떠다 바칩니다.

그 자리에 ‘추앙’이 한가득입니다.

덩달아 추앙받는 이가 있으니 창희입니다.

창희는 구씨의 롤스로이스 차를 받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해변을 걷는 구씨와 미정의 모습이 보이는데, 딱 요렇게 끝나면 좋으련만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야.”

미정이 했던 대사로 10화가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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