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20여 년 후
<28년 후>가 개봉이 되었습니다.
영화 <28일 후>가 지나고 20여 년이 흐른 뒤입니다.
그 사이 <28주 후>가 있기는 했습니다.
이 세 편은 내용은 다 제각각이기는 하나 같은 좀비 세계관을 갖는다는 연결성이 있습니다.
그 옛날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는 좀비 영화의 혁신이었습니다.
눈에 띄게 놀라운 것은 뛰어다니는 좀비의 등장이었습니다.
이후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니는 좀비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집니다.
이 간단한 발상의 혁신이 좀비 영화를 무척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으로 묘사된다는 것입니다.
원래 좀비는 죽었다 살아나는 것에 반해 <28> 시리즈에서는 물리는 즉시 1분 안에 감염이 되고 맙니다.
뛰는 좀비에 걸맞은 전이 속도입니다.
이런 설정들이 하나하나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저로서는
대니 보일의 <28일 후>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좀비가 뛰는 것만으로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으니깐요.
그렇지만
그 후 엄청나게 많은 좀비 영화가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변주가 되어 나왔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조차 좀비 영화가 천만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친숙해졌고,
친숙해지다 못해 식상해졌습니다.
그럼으로
<28년 후>가 나온다는 것에 전혀 흥미가 생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옛정은 남아있었죠.
그렇다고 개봉 즉시 극장을 달려갈 일은 아니었는데,
개봉과 함께 극장을 달려간 이유는 이렇습니다.
며칠 전에 본 <씨너스 : 죄인들>의 역할이 큽니다.
<씨너스 : 죄인들>은 명색이 뱀파이어 영화인데, 정말 새롭고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정말입니다. 그 영화는 미쳤습니다.
너무 흥분되었고, 너무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내용 자체가 새롭기보다는 몇 가지 요소로 충분히 신선한 영화를 만들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28년 후>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개봉 즉시 득달같이 달려가 보았습니다.
본 느낌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롭고 신선하기보다는 다른 면으로 충족이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음, 일테면
<에일리언> 시리즈를 리들리 스콧이 다시 만들었을 때의 느낌이 큽니다.
리들리 스콧이 ‘에일리언’을 가지고 창조주와 창조물의 거대담론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것처럼
대니 보일은 ‘좀비’로 ‘삶과 죽음’을 들여다보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28년 후>는 삼부작?으로 기획된 영화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이 부분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스파이크와 십자가를 쥔 지미, 스파이크의 아빠 제이미. 그리고 알파 좀비의 딸
그리고 닥터 이안.
이렇게 다섯 명이 주요 인물이 될 텐데요,
키는 스파이크와 아빠 제이미의 관계가 될 거 같은데...
이 관계는 적대적 관계로 변할 것 같다는 예상입니다.
<28주 후>에서 그랬던 것처럼요.
<28년 후>는 속편치고는 그간 거론된 적이 없어서인지
유독 20여 년 전의 시간대와 관통된 선이 생긴 것 같아 신기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