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화 _ 2026년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by 이게바라

음... 제 소개로 입을 떼야겠네요.

저는 마포구 어딘가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입니다.

현재는 그러하지만 저는 무언가가 되고 싶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한 가지 꿈만 꿨습니다.

(이 꿈은 죽어야 깰 거 같아요. 하하하)


그런데

저는 그 꿈을 꺾었습니다.

작년 한 해 내내 꺾고, 꺾고, 밟고, 밟아 죽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마포구 어딘가에서 작은 술집으로 연명하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저는 제 꿈을 꺾고, 꺾으면서
함께 꿈을 공유하던, 그러니까 그 커다란 꿈이라는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동료, 친구들을 멀리했습니다. 일절 연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놀이터에 벽 너머에서 친구들을 부르고 싶지 않았어요. 저도 놀이터에서 뛰어다니면서 소리치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저는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놀이터 담 밖에서 서성였습니다. 그러던 제가 작년 한 해 결단을 내린 겁니다. 더 이상 놀이터 주변을 서성이지 않기로, 그래서 저는 제 방에 들어와 문을 걸어 잠궜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담이 된 제가 어제는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걔 중에는 족히 수년도 더 된 친구도 있었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바로
이 드라마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며칠 전 새벽녘 ‘넷플’에 들어갔더니, 메인 화면이 이 드라마가 떡하니 있더군요.

뭐지? 이런 원색적인 제목의 드라마는?

무심코 클릭하고 들어가 봤는데~!

작가가 박해영.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의 그 박해영 작가인 겁니다.

그러고 났더니 원색적이라고 느꼈던 제목이 무척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됐고, 묻지도 따지지 않고 드라마를 당장 보기 시작했습니다.

(1화를 보고서야 이 드라마가 2화까지밖에 안 나온 것을 알았습니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저는 제 옛 놀이터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구교환이 분한 황동만 같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던 겁니다.

적어도 이 드라마는 제게 옛 친구들에게 선뜻 전화하게끔 해준,

몇 년간 꿈적도 하지 않은 저를 움직이게끔 한 드라마입니다.

저에게 박해영 작가님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작가님입니다.

2화 마지막에 황동만이 얘기합니다.

“나는 더, 더, 더 무가치해질 거고, 그리고 난 내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릴 거야.”

저는 원래 드라마를 몰아서 보길 좋아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러지 못할 거 같습니다.
박해영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그 빛나는 진실이 무엇인지 곱씹어 어서 빨리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지금 언급하기로 합니다.

아직 첫 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 언급하기로 합니다.

다 보고 나면 몇 자 적을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참고로 저의 무가치함과의 싸움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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