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6년 1월 26일 _ 동감

by 이게바라

인터넷이란 공간에 과거의 내가 나에게 고민을 상담해 왔다.

물론 그는 내가 아니다.

하지만 예전의 나도 그와 같았다.

그가 지금의 나와 같지 않기를 바라는 맘에서 그에게 답멜을 보냈다.


아래 글은 그와 내가 나눈 메일이다.

(그의 허락을 받아 여기에 옮겨놓는다)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손** <th*******217@naver.com>

받는사람 : mo******@hanmail.net

날짜: 2016년 1월 22일 금요일, 14시 53분 13초 +0900

제목: 질문


안녕하세요 며칠 전 연락드렸던 고삼입니다. 어쩌다 보니 단순한 질문이 이렇게 상담급으로 확장되었네요.

저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영화를 만들어본 적은 없고,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도 잘은 모릅니다.

때문에 대학교에 가서 영화 만드는 걸 배우고자 하고, 이에 따라 영화를 배울 수 있는 학교로 지원하려 합니다. 그런데 막상 고삼이 되니까, 만약 대학교에 가지 못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라는 쓸데없는 걱정이 계속해서 듭니다.

(흥미가 없는, 무의미한 대학진학은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를 배울 수 있는 곳 아니면 가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저번 [한겨레 영화제작학교가 좋냐 /나쁘냐]의 질문도, 만약 원하는 대학교, 원하는 학과에 가지 못 했을 경우, 어디서 영화를 배워야 하는지 막막해서 드린 질문인데요.

단순하게, 제가 궁금한 건 이렇습니다.

Q. 대학진학에 실패했을 시에, 영화 만드는 것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귀찮으시겠지만 짧은 답변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의 저는 누군가를 상담할 입장이 아니에요. 본질적으로 손**군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저 같은 길 위에서 조금 더 먼저 출발한 사람이에요)

그지만 성심성의껏 답변드릴게요.

손**군은 대학진학에 실패했을 때, 영화 만드는 것을 배우려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는데요.

먼저 대학진학의 실패하면 어쩌죠?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 드리고 싶어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영화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저 또한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요.

(영화하는 사람들이 가장 리버럴하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중요한 것은 대학을 나오고 안 나오는 게 아닌 거 같아요. 물론 현재까지의 손**군한테는 대학진학이 가장 큰 일인 걸 알아요. 저도 그랬어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시스템에서는 지금껏 학생신분으로 살아온 자의 가치를 대학진학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저는 손**군이 원하는 대학에 가길 바래요.

근데 손**군은 대학진학의 실패했을 때 어디서 영화 만드는 것을 배우냐고 물으셨죠? 영화는 꼭 대학의 영화과에서만 배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거 하나는 확실해요. 물론 대학의 영화과에서도 배울 수 있어요. 그거 또한 확실해요. 그러니 대학을 가도 되고 안 가도 돼요. 무책임한 답변 같지만 실제 그래요.

존경받는 감독의 예만 들어도 알 수 있어요. 타란티노 감독은 비디오점원으로 영화를 배우고. 우디알렌이나 기타노 다케시는 코미디언이었다가 감독이 되었죠.


주제넘은 얘기가 같지만 영화가 왜 좋아요? **님에게 영화가 뭐예요?

저는 그 질문에는 감히 대답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이래요.

영화 속에서는 사람이 등장하잖아요. 초능력자일 수 있고, 바람난 유부녀일 수도, 대학진학에 실패한 재수생일 수도 있죠.

혹은 유부녀가 대학진학에 실패한 재수생과 바람날 수도 있고, 대학진학에 실패한 재수생이 초능력자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 그 무엇은, - 그 무엇이라고 해도 그 무엇은 어떤 성격을 가짐으로 의인화될 수 있을 거예요. 마치 가전체 소설처럼요.

다시 말해 영화는 사람이든 의인화된 물건이든 한 캐릭터를 그리게 되어 있어요. 더 나아가 캐릭터 간의 관계를 보여주게 되죠. 사랑한다든가 미워한다든가, 질투한다든가 말이에요. 그게 왜 흥미로운가 생각해보면 제가,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이리저리 뒤엉켜 말이죠. 너무나도 다양한 관계 속에 말이죠. 그래서 심지어 그 관계를 벗어나도 이야기가 되기도 해요. 로빈슨 크루소처럼 말이에요.

맞나요? 손**군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게 아니라면 물방울이 바위에 똑똑 떨어지는 이미지, 신나게 달리는 카레이싱을 위해 영화를 찍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의미를 찾다 보면 결국 같은 얘기일 거예요.

결국 우리는 우리(사람)한테 가장 큰 관심이 있거든요.

그럼 그것을 꼭 대학에서 배울 수 있나요? 배울 수 있어요. 왜냐하면 대학엔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음으로 안 배울 수가 없겠죠.

그렇다고 해서 대학을 안 간다고 해서 배울 수 없을까요? 물론 아니에요.

그래서 대학은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손**군이 대학을 가기를 권하고 싶어요.


왜냐고요? 손**군이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거는 대학에 가려는 의지가 있는 거니깐 그래요. 그러니 지금은 대학진학만 생각하기로 해요. 실패하면 그때 거기에 맞는 방법을 생각해봐요. (기꺼이 저도 함께 고민해 드릴게요)

손**군 그리 급할 거 없어요. 진심 그래요. 설사 대학에 실패한다고 한들 뭐 어때요? (물론 그로 인해 받는 부모님들의 걱정, 친구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그 경험치가 소중한 자산이 될 거예요)


차분하게 준비해요. 대학진학 준비하면서 공부하느라 애쓰는 친구들 둘러보고요. 좋은 대학에 학생들 입학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는 학교 분위기도 만끽하고요. 거기에 불만이 있다면 차곡차곡 쌓아두세요. 그게 다 영화 만드는 기초공사가 될 테니까요. 지금의 불안(그러니까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음)도 음미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세요. 이 역시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는 토양이 될 테니까요.

좀 주제넘네요. 제가...


답변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안 되었죠 ㅜㅜ 죄송해요)


언제고 당신의 영화를 보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럼 전 이만 제 앞날에 대해 고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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