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빗구미 Oct 21. 2018

닐 암스트롱 모험 뒤편 가족의 얼굴

-<퍼스트맨>(2018)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닐 암스트롱의 모험 이면을 다룬 <퍼스트맨>


1969년 7월 21일 오전 11시 56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이 '고요의 바다'라고 불리는 달의 표면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의 이름은 인류 최초로 달의 표면에 발걸음을 내딛은 사람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제는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배운다. 그리고 그 당시에 찍은 사진과 방송 영상 자료도 인터넷 상에 많이 게시되어 있어 찾아볼 수도 있다. 소련과 우주 개척 경쟁을 하던 미국이 많은 돈을 투자하여 소련보다 먼저 달에 착륙한 역사적 사건을 접하면서 닐 암스트롱의 개인사까지 알기는 어려웠다. 


닐 암스트롱과 그의 가족들은 그 달 탐험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고, 무슨 감정을 가졌을까. 영화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과 그의 팀이 달 탐사를 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가족들의 심리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영화를 연출한 데미안 셔젤 감독은 전작인 <위플래쉬>(2014)와 <라라랜드>(2016) 처럼 매우 디테일한 작업 묘사와 훌륭한 음악으로 한 인물의 심리와 직업적 모험을 훌륭하게 다룬다. 



딸을 잃은 닐 암스트롱과 아내 자넷이 겪는 심리적 갈등


닐 암스트롱은 2살인 딸을 암으로 잃는다. 딸의 장례식에 혼자 방에 앉아 한참을 흐느끼던 그는 다음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해 연구를 계속한다. 그때부터 닐의 달을 향한 모험은 시작되었다. 영화는 그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진지하게 달을 향한 여정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말이 없고 진지하며, 어떤 일을 하더라도 힘든 기색을 내지 않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딸의 장례식에서 혼자 흐느끼던 그는 영화의 말미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으며 감정적인 동요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 자신이 달에 가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뒤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을 만났을 때도 침착하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인물이다. 


영화엔 유독 닐과 그의 부인 자넷 암스트롱(클레어 포이)의 클로즈업 장면이 많다. 두 사람이 식탁에 앉아 대화를 주고받을 때, 그들의 얼굴을 크게 보여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세세히 전달한다. 닐의 감정은 일 할 때와 아내와 대화할 때 여실히 다르게 나타나는데,  일할 때 닐의 모습은 우주로 향하는 비행선이나, 테스트 비행선에서 그가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을 통해 굉장히 사실적이고 이성적인 특성을 보인다. 반면, 아내와 대화할 때 그는 아내에게 특별히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며, 만약 하게 될 경우 굉장히 조심한다. 부드러운 눈빛과 말투로 아내를 안심시키고 자신이 느끼는 불안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은 닐의 부인 자넷이다. 닐이 제미니호를 타고 비행체 도킹 테스트를 할 때, 위기에 빠진 남편의 소식을 궁금해하던 그는, 아폴로 11호가 출발하기 전 남편에게 극도의 불안을 드러낸다. 사실 우주 여행사를 비롯해 위험한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의 가족들은 매 순간이 걱정이고 스트레스 일 것이다. 자신의 가족이 어떤 역사적인 것을 성취하기 전까지 가족들은 그의 안전과 상태에 대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어떤 가족은 그런 가장을 말없이 응원하기도 하지만, 다른 가족은 그 일을 막기 위해 타툼을 벌이기도 한다. 영화 속 자넷은 그 두 가지 가족의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남편 닐이 선택한 그 일을 초기에는 말없이 받아들이고 응원하지만 그가 도전을 하면서 겪는 위험을 옆에서 보면서 서서히 불만이 쌓여가고 결국에는 폭발하고 만다. 하지만 결국에 자넷은 달의 모험을 무사히 마치고 온 남편의 눈을 그저 말없이 가만히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그런 위험을 택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그 모험을 성공하고 왔다는 안도감이 함께 들어 있다. 


큰 모험을 겪는 가장을 바라보는 가족의 감정과 우주 비행에 대한 사실적 묘사 


영화는 이런 가족의 감정적인 부분을 세미하게 전달한다.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이 진행되는 영화는 가족, 동료들과 닐의 감정을 보여주는 한 편, 우주 비행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도 매우 사실적으로 하고 있다. 셔젤 감독의 전작인 <위플래쉬>에서 묘사되었던 직업적 전문성이 <퍼스트맨>에서도 보여지는데, 특히 닐이 비행체를 조정할 때 거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관객이 실제 비행체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 긴장감이 넘친다. 닐과 그의 동료들이 기기를 만지고 관제센터와 무전하는 모습은 마치 실제 비행사들의 대화같이 그려진다. 그런 사실적인 묘사 속에 닐이 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을 통해 그가 얼마나 침착하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 당시 달로 향하는 여정이 얼마나 진지한 일이었고,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인지도 알게 된다.



우리는 이 영화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닐 암스트롱은 달 착륙에 성공하고 위대한 첫 발을 내딛는다. 그렇게 역사에 남는다. 영화는 이 결말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바로 죽은 딸에 대한 슬픔을 극복하는 닐의 모습이다. 장례식 이후 동료들이 비행 사고로 죽고 여러 번의 장례식을 거칠 때, 닐은 슬픔을 애써 억누르고 일에 집중한다. 그는 마침내 달의 표면에 안착했을 때, 딸의 유품을 달로 던지며 딸을 진정으로 보낸다. 그를 억누르고 있던 마음의 짐을 달에서 털어버린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서 하는 딸의 장례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퍼스트맨>이 셔젤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할 때,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같이 전개되는 구성과 드라마에 집중한 이야기, 긴 러닝타임은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을 지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닐의 모험과 그 가족들의 반응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영웅적인 모험 뒤에 숨어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묘사하고 있어 관객의 시선을 끈다. 또한 실감 나는 우주 비행의 묘사는 마치 비행선 안에 같이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훌륭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 속 라이언 고슬링은 절제하는 감정을 가진 캐릭터 연기가 매우 뛰어나며, 아내 역할을 맡은 클레어 포이의 온갖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도 훌륭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 4학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상한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