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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Oct 16. 2018

초등 4학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상한 세상

-<펭귄 하이웨이>(2018)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로 먼저 관람하였습니다.

#. 아래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시선


사춘기로 접어드는 초등학교 4-5학년 즘은 호기심이 많은 때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많고 가만히 어떤 일을 관찰하고 연구한다. 성적인 호기심도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인지하지 못한다. 몇몇 친구들과 어울리며 동네 곳곳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온통 연구할 것 투성이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집에 와서는 또다시 머릿속에서 다양한 질문들을 생각해낸다. 동네 전봇대, 비밀의 숲, 바다, 각종 동물들 그리고 죽음, 많은 개념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영화 <펭귄 하이웨이>의 주인공 아오야마(목소리: 키타 카나)는 합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이다. 이 작은 소년은 주변의 온갖 것을 연구 소재로 삼는다. 아오야마는 어떤 연구를 할 때 새로운 노트에 제목을 붙여 연구 노트를 만든다. 치과에서 근무하는 누나(목소리 : 아오이 유우)를 좋아하는 이 소년은 항상 그녀에 대해 연구한다. 주요 연구 주제는 누나의 신체 부위나 얼굴, 그리고 그녀의 생각이다. 그 자신도 왜 자신이 누나의 신체부위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지 알지 못한다. 연구하면 할수록 더욱 알 수 없는 것만 늘어나는 누나의 존재는 그 존재에 대한 미스터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오야마를 더욱 몰두하게 만든다. 그가 몰두하는 것만큼 누나와도 더욱 가까워진다.



갑자기 나타난 펭귄으로 시작된 4학년 아오야마의 연구


어느 날 갑자기 마을에 펭귄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아오야마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아오야마가 펭귄을 관찰하면서 새롭게 만든 연구 노트의 제목은 펭귄 하이웨이다. 펭귄들이 목적지를 찾아 길을 갈 때 줄줄이 한 마리씩 일렬로 걸어가는 길을 펭귄 하이웨이라고 부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펭귄들은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가기 위해 그저 앞사람만 따라 뒤뚱 거리며 나아가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들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그 길과 주변을 유심히 보는 어떤 아이들은 그 길에 대해 연구하고 의심한다. 그런 관찰력과 호기심은 그 아이들을 보다 특별한 존재로 성장시킨다. 아오야마는 그렇게 펭귄의 존재, 즉 아이들의 존재와 그 길을 연구 소재로 삼아 미스터리를 추적해 나간다.


아오야마가 보는 펭귄은 길에서 갑자기 등장하거나 넘어지는 등 정말 우리 주변의 아이들과 닮아있다. 그래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펭귄들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사람들이 곤경에 처할 때 그들을 돕는다. 그 자신이 위험해 처하더라도 순수하게 주변 사람의 어려움을 덜어준다. 마을 사람들은 그 펭귄에 대해 인지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나타난 원인을 찾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 존재를 받아들이고 관찰할 뿐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대할 때 그들을 지켜 주기도 하지만 그저 주변의 존재로 받아들이고 지낸다. 아이들의 튀는 행동이 때때로 어른들의 시선을 끌기도 하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어른들의 관심에서 멀리 있더라도, 주변의 아이들은 비슷한 존재인 친구들에게 관심을 더 가진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연구하고 교류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비슷한 존재인 펭귄들에 더 관심을 먼저 가지는 것도 아오야마와 그 친구들이다. 



펭귄, 동그란 구 그리고 치과 누나, 이건 무엇일까?


아오야마는 친구들과 펭귄 하이웨이를 연구하면서 비밀의 숲을 발견하게 되고 점점 더 큰 수수께끼에 빠지게 된다. 그 의문점은 어떤 동그란 구(球)와 치과 누나로 연결된다. 맑고 동그란 구를 그들은 ‘바다’라고 부른다. 바다는 어떤 미지의 특별한 존재다. 이는 우리가 실제 바다를 볼 때 경험하는 것과 같다. 넓은 수평선, 파란 바다, 맑은 하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경이로움을 가지게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한 구, 즉 바다도 아오야마와 친구들에게 경이로움을 가지게 하고 그것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바다는 위험하기도 하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그 속을 알 수 없고 위험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바다는 보면 볼수록 더욱 알 수 없는 의문을 던져준다. 아이들은 바다에 가보지 못했지만, 비밀의 숲에서 동그란 바다를 만나면서 그에 대해 알아간다. 


치과 누나의 존재도 특별하다. 펭귄을 만들 수 있고 밥을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누나는 아오야마가 정말 좋아하는 동네 누나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섞여 있는 아오야마의 감정은 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누나는 그 마음을 아는 듯, 다정하게 그를 챙겨준다. 이 누나의 존재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이고 끝일 수 있다. 치과 누나를 대하는 아오야마의 태도는 진지하고 또 진지하다. 마치 금방이라도 잃을 것처럼 아오야마는 누나를 극도로 챙기고 걱정한다. 어쩌면 치과 누나의 존재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같이 바다에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고, 아오야마와 같이 앉아 밥을 먹는 장면에서도 누나는 한 번도 밥을 먹은 적이 없다. 그리고 어느 날 아오야마의 동생이 오빠의 침대로 와서 펑펑 울면서 이야기한다. 엄마가 죽었다고, 엄마가 없으면 어찌해야 되냐고. 그러자 아오야마가 대답한다. 미래를 의미하는 거지? 엄마는 안 죽었어. 그리고 죽었다고 해도 괜찮아 누구나 죽는 거야. 동물도, 인간도 다 죽는 거야. 결국 아오야마는 누나에게서 체스도 배우고 죽음과 사라짐에 대해서도 배운다. 그리고 그것을 동생에게도 그대로 해준다. 



이 영화는 결국 아오야마와 우리의 성장기


펭귄, 동그란 구, 치과 누나는 아오야마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해석된다. 그 중심엔 치과 누나가 있다. 그의 이상한 증상이 심각해질수록 동그란 바다는 더욱 커지고, 펭귄을 잡아먹는 괴물은 늘어난다. 아오야마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뛰지만 잡아먹을 듯 커진 바다를 어쩌지 못한다. 그가 죽음 또는 이별을 받아들인 그 순간, 수많은 펭귄은 동그란 구를 깨뜨리고 마을은 평온을 찾는다. 하지만 아오야마의 수수께끼는 다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죽음과 같은 문제를 받아들이고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이별의 시간을 받아들이고 그의 길을 계속 간다.


이별의 시간이다. 우린 각자의 길을 간다. 나는 죽고 너는 산다. 무엇이 더 좋은가는 신만이 안다. (소크라테스)



<펭귄 하이웨이>는 분명 성장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남자아이의 시선에서 그의 눈에 신기하게 보일 여러 가지 주변의 것들을 보여주면서 미지의 존재에 대한 동경심을 잘 묘사하고 있다. 동그란 구가 갑자기 나타난다는 점에서 기존의 영화 <스피어>(1998) 나 <컨택트>(2017)가 떠오르기도 하고, 비밀의 숲에 들어가 연구한다는 점에서 <서던 리치:소멸의 땅>(2018)이 떠오르기도 한다. 언급된 영화들은 어른의 관점에서 신비한 물체나 지역을 탐사하는 SF영화라는 특징이 있다. 반면 <펭귄 하이웨이>는 철저히 아이들의 관점에서 이상한 일들을 해석하고 바라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꽤 특별하게 다가온다. 영화 속 아오야마가 그만의 연구를 계속해 나가듯이, 우리도 결국에는 우리만의 연구를 계속해나가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이별은 덤덤히 받아들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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