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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Nov 10. 2018

외부인의 시선으로 악행을 찾다

-<동네사람들>(2018)





낯선이가 찾아올 때 유발되는 경계심 


우리가 매일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외부의 다른 사람이 그 생활에 불쑥 들어올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반대로 내가 다른 환경으로 새롭게 들어가야 한다면 나의 느낌은 어떨까. 사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우리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때, 우리가 새로운 모임에 들어갈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람이 되거나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낯선이에 대한 경계심은 우리의 마음속 깊이 내재되어 있어 일단 새로운 사람이 우리 삶의 바운더리에 들어오게 되면 일단 그 사람을 멀찍이서 한참을 바라본다. 그러다 친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큰 충돌이 생기게 된다.



내부인의 경계심과 외부인의 시선을 담은 또 다른 영화 <동네사람들>


영화 <동네사람들>은 외부의 체육교사 기철(마동석)이 새로운 학교로 부임하면서 그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이미 이런 설정은 많은 영화에서 이야기된 적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이끼>(2010) 일 것이다. 현지의 내부인들은 자신들만의 행태나 행동을 외부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리며 거리를 둔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암묵하고 있는 어떤 나쁜 행동이나 범죄로 그 집단의 분위기는 어떤 무거운 침묵이 돈다. 그것이 외부인에게 파헤쳐지는 순간 그 지역에는 커다란 파장이 일며 큰 소동이 벌어진다. <이끼>는 그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긴박하고 무서운 순간을 스릴 있게 담은 영화였다.


기본적으로 이런 이야기는 이미 많은 영화에서 봐왔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긴장감과 어색함을 같이 느끼면서 그곳에 숨어있는 비밀이나 잘못된 관행이 깨지는 순간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동네사람들>의 설정은 매우 익숙하지만 관객들이 관심 있을 만한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차별화 포인트 배우 '마동석'


이 영화의 차별화 포인트는 배우 마동석 일 것이다. 그가 가진 이미지는 얼굴은 사납지만 성격은 순박하고 몸은 온통 근육질인 남성인데, 주로 액션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강한 힘으로 윽박지르며 악당을 물리치는 이미지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지금까지의 관객들이 마동석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그런 이미지다. 이 명확한 관객의 소망은 배우가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계속 사용하게 만든다. 실제로 마동석은 최근 굉장히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 있으며 그 캐릭터들의 이미지는 대부분 비슷한 이미지다. 올해 너무나 많은 영화가 나오면서 관객들이 이 배우에게 다소 식상함을 느끼는 이 시점에 다시 새로운 영화가 나왔다.


사실 이건 배우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할리우드 배우인 드웨인 존슨이나 빈 디젤 같은 근육질의 스타들도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을 반복해서 맡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같은 이미지로 비슷한 영화들을 만들고 있지만 그들의 영화는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관객이 바라는 건 좋은 연기력이나 독특한 영화가 아니라 적당한 볼거리를 주며 시원한 장면들을 던져주길 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면 한국 관객이 마동석에게 보고 싶어 하는 건 다른 무엇보다 그가 잘할 수 있는 액션일 것이기 때문에 그가 다작을 하는 것은 관객들의 원하는 바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실종된 소녀를 찾는 외부인 두 사람 선생 기철과 학생 유진


<동네사람들> 속의 기철은 과거 마동석이 출연했던 영화들과 거의 똑같다. 힘이 세지만 순박하고 정의롭다. 단지 직업이 선생님이고 학생들과의 관계에 다소 어려움을 느끼면서 그 상황 속에서 코믹한 장면들도 보여준다. 그를 외부인으로 설정하여 특정 도시에서 발행한 학생 실종 사건과 연결시킨다. 이를 연결해주는 사람은 유진(김새론)이다.


유진은 실종된 친구 수연(신세휘)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데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수연을 찾는 사람이다. 다른 선생님이나 마을 사람들은 실종된 학생에게 관심이 없고 경찰조차 실종 건에 적극적이지 않다. 여느 영화처럼 <동네사람들>에서는 외부인과 내부인을 극명하게 갈라놓는 방법으로 미스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그게 효과적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지 못한다. 배우 마동석이 가진 이미지로 인해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이미 힘의 무게추가 심하게 외부인 쪽으로 치우쳐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영화의 초중반은 내용 전개가 많이 늘어진다. 거기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통쾌한 액션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답답한 느낌이 든다.



너무 뻔한 악당과 대결구도


이 영화의 악당은 그 지역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와 연관된 사람들이 지역의 악당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도 이미 우리는 다른 영화들에서 많이 봐왔다. 지역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기태(장광)는 일이 잘못될 때마다 상대방을 구타한다. 자기 밑에 있는 사람이라면 가족이든 부하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이런 힘의 과시가 영화 내내 직설적으로 표현되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후반부의 구타 장면에서는 공포감이 들기보다 실소가 나온다.


기태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몇 번의 반전이 있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아주 쉽게 예측 가능한 것이고 기태와 유진이 겪는 일들을 교차 편집으로 구성한 부분도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져 영화적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다. 특히나 권력자 기태의 아들인 지성(김상엽)이 하는 행동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왜 그런 일을 하는지, 그 일을 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그저 기능적으로 사용되고 만다.


마동석의 액션도 후반부에 있긴 하지만 아주 짧게 보여질 뿐이다. 많은 관객들이 그 짧은 액션 장면을 보고 나면 다소 허탈함을 느낄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동네사람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좀 더 긴장감을 유발했어야 했다. 내부인과 외부인의 대결 속에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좀 더 부각하려 했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영화에서 사라지고 그저 마동석과 내부인의 대결로 단순화되고 만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외부인이 내부인의 지역에 들어오고 나서 느껴지는 이상한 공기는 그런대로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소재 자체가 나빴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단지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그 마을에 끌어들여 그 배우의 특성에 맞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야기가 너무나 예측 가능하고 평면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연기가 돋보이는 건 유진 역의 김새론 일 것이다. 그는 여리여리 하지만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본인보다 힘이 들어간 배우 앞에서도 전혀 기가 밀리지 않는다. 


결국 영화 <동네사람들>에서 외부인은 외부인으로 머무르고 만다. 영화처럼 우리는 살면서 외부인에서 내부인이 되는 데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어쩌면 그저 잠시 외부인으로 머물다 다시 다른 외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일지 모른다. 영화 <동네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장르 영화지만 그 쌉싸름한 결말 자체는 곱씹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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