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빗구미 Nov 24. 2018

가족을 떠나왔다가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가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





수하물 노동자 출신의 이민자, 프레디 머큐리와 가족


모든 사람은 언제나 자기편이 되어 줄 가족이 있다.  그들은 늘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자기의 가족이 전염병에 걸리거나, 정신질병이 있거나 나쁜 짓을 해도 보통의 가족은 등을 돌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순간 가족을 떠나 한동안 살더라도 다시 예전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공장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던 이민자 출신이다. 그는 탄자니아 출신으로 국적은 인도였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그는 늘 가족들과 부딪혔고 특히 아버지와 사이가 나빴다. 그는 한 밴드에 보컬로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음악으로 하게 된다. 그가 바로 퀸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의 일생을 차분한 시선으로 하나하나 쫓아간다.


프레디는 존 디콘(조셉 마젤로), 브라이언 메이(귈림 리), 로저 테일러(벤 하디) 등과 퀸을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그는 밴드 초기에 지긋지긋하게 생각했던 집에서 나와 가족을 떠난다. 그때부터 그의 삶은 커다란 성공으로 가득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따라다니게 된다. 프레디는 연인인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에게 반지로 청혼을 하면서 그 반지를 빼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가족을 떠나 진정한 반려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했던 말이었지만 그 이후 프레디 옆에는 점점 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줄어들어간다.



밴드의 결성으로 가족을 떠난 프레디


이는 프레디의 동성애 성향이 영향을 준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디 자신이 큰 성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신만의 길을 찾아 홀로서기를 하고자 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연인 메리에게 동성애 성향을 고백했음에도 평생 옆에 남아달라고 부탁한다. 아마도 평생 믿을 수 있는 존재를 가족처럼 옆에 두고 싶었을 수 있다. 어쩌면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연인 관계의 사랑보다는 가족과의 사랑에 가까울 것이다.


프레디가 처음 밴드를 하겠다고 집을 나설 때, 프레디의 아버지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저 탁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프레디가 동성애자라는 고백을 받은 매리도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저 벽을 바라보며 흐느낀다. 그들 모두 프레디를 걱정하고 사랑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결국 프레디를 떠나게 하고 말았다.


프레디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밴드 멤버를 뒤로 하고 홀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곡을 쓴다. 아마도 그가 가장 외로웠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저 유명한 그와 재미를 보고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주변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다시 가족에게 돌아간다. 그의 밴드 멤버들은 그를 아주 쉽게 다시 받아준다. 그가 에이즈라고 고백한 순간에도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안아준다. 그리고 다시 만난 메리는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며 응원한다. 프레디의 진짜 가족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보면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 그들에게 헌정하는 공연


가족은 별다른 조건 없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대지와도 같다. 프레디와 프레디 아버지가 공연 전 대화를 나눌 때, 프레디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아버지가 원하던 그 삶을 실현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다. 그 말에 결국 아버지는 그를 따뜻하게 포옹한다. 프레디의 아버지로서 그는 어렸을 때부터 프레디의 성향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를 바꾸기 위해 권투도 배우게 하고, 강한 말로도 압박했지만 그를 바꾸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만은 틀리지 않았다. 프레디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건 그가 가진 성적인 취향과는 전혀 관련 없는 것이다. 결국 그를 그렇게 성장시킨 건 그의 가족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히트곡을 간간히 섞어 프레디 머큐리 삶의 굴곡을 효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이 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이는 공연은 후반부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일 것이다. 전반부에서 프레디의 우여곡절을 모두 본 후에 보는 그 공연의 감흥은 생각보다 크다. 그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실제로 그가 가족들에게 남기는 유언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영화적 서사가 다소 헐거움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공연을 보고 나면 굉장한 감정이 마음을 적신다.


결국 이 영화는 프레디가 가족을 떠나 홀로 외로움을 견디다가 다시 가족 모두에게 돌아가는 영화다. 프레디가 그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그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은 그를 추모하게 된다. 그가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은, 퀸의 노래 가사와 음악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전하는 전쟁의 참혹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