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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Jan 07. 2019

새로운 환경에서도 우정을 지킬 수 있을까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2018)





누구나 하나씩 있는 베스트 프렌드 


누구나 마음을 터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즘은 있다.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르는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이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둘은 서로의 마음속 깊은 것까지 나누며 진정한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많은 시간과 경험을 친구와 오랜 시간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떨어져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 주변 환경이 바뀌거나, 각자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 친구와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심적으로도 멀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등장 캐릭터의 우정이 주변 상황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어떤 고민을 안겨주는지 잘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전편인 <주먹왕 랄프>(2012)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 세계를 가상으로 설정해, 랄프(목소리:존 C. 라일리)와 바넬로피(목소리:사라 실버맨)의 우정을 보여준 영화였다. 



<주먹왕 랄프> 새로운 속편에서 우정을 다시 논하다


랄프는 ‘고쳐줘 펠릭스’라는 게임 속에서 악당 역할을 맡아 건물을 부수고 그에 대한 응징을 당하는 캐릭터였다.  마치 악당 전문 배우처럼 아케이드 게임장이 문을 열면 유저들의 조종에 따라 악당 역할을 계속 반복한다. 그가 미움받는 자신의 역할에서 벗어나고자 ‘슈가 러시’라는 레이싱 게임 속에 방문하게 되고 그 여정 와중에 그 게임의 오류이자 게임 속 왕따인 바넬로피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주먹왕 랄프>는 게임 속에서 외톨이로 머물고 있던 랄프와 바넬로피가 그들의 환경을 직접 변화시켜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모험에 참여하고 서로를 도우면서 랄프와 바넬로피는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다.


후속편인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는 시점을 완전히 현재로 바꾼다.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아케이드 게임 센터에 인터넷 연결로 진행되는 새로운 게임기가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랄프와 바넬로피가 여전히 그 게임 센터 안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일과가 끝나면 자신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같이 해가 뜨는 일출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게 의지 한다.



기발하게 묘사된 인터넷 세상 속에서 하는 두 캐릭터의 모험


어느 순간, 바넬로피의 게임 세상인 ‘슈가 러시’ 게임기의 운전 휠이 고장 나면서 게임기 자체가 게임센터에서 퇴출될 위기에 맞게 된다. 그 이후 랄프와 바넬로피는 인터넷 상점 이베이에서 판매하고 있는 '슈가 러시' 게임기의 운전 휠을 찾고자 인터넷 속으로 들어간다.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간 두 주인공이 영화 초반 서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여전히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시끌벅적하고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인터넷 세상에서 그들은 서로를 의지해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모습들은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도 기본적으로 전편과 마찬가지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으로 접어들면 이들의 우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새로운 세상을 접한 순간부터 우리 개개인들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그런 심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바넬로피다. 바넬로피가 만나게 된 인터넷 레이싱 게임에서는 그가 원했던 새롭고 다양한 모험이 가능하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이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과 대결하기도 하고 수많은 장애물들과 맞닥뜨리며 늘 새로운 모험을 경험할 수 있다. 


영화 속 바넬로피라 캐릭터는 외모가 어린아이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그는 마치 아이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새로운 무엇에 눈을 돌리는 그 시절의 심리적 변화를 캐릭터에 빗대어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쿨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변화와 유지 사이에 갈등하는 두 캐릭터의 우정


바넬로피의 심적 변화는 랄프와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기존 아케이드 게임 세계로 돌아가 이전과 같은 생활을 원하는 랄프는 바넬로피를 이해하지 못하고 세뇌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장 친한 친구와의 사이 또는 부모와 자식의 사이에서 그런 변화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어느 순간 다르게 생각하는 상대방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억지로 상대방을 잡아끌고 다시 데려오려 해도 결국 잘 되지 못한다. 같이 돌아와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한다고 해도 그건 과거와 같지 않다. 상대방의 기대와 꿈을 포기시키고 만들어진 관계는 행복하지 않다.


영화 후반부는 변화를 꿈꾸는 바넬로피와 기존의 생활을 지키려는 랄프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각자의 생각을 통해 긴장감을 높인다. 마치 고전게임에서 새로운 인터넷 게임 세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수많은 유저들이 했을 고민을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결국 최근 게임계의 대세는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고 있지만 고전 게임이 잊혀진 건 아니다. 수많은 고전 게임 실행 에뮬레이터가 존재하고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고전 아케이드 게임센터는 도심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고전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한 버전도 존재한다. 그래서 현재에 수많은 바넬로피들이 새로운 게임과 경험을 꿈꾸지만, 여전히 많은 랄프들이 고전 게임을 즐기고 있다. 두 캐릭터가 떨어져 있지만 그들의 관계는 결코 끊어질 수 없는 우정으로 연결되어 있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일종의 부녀 관계로도 볼 수 있다. 큰 어른의 모습을 한 랄프는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바넬로피를 지키려 최선을 다한다. 바넬로피가 원하는 것을 다 맞춰주려 하고 그가 우울해하면 그것을 달래려 노력한다. 그가 모험을 결심하는 것도 대부분 바넬로피 때문이다. 영화 말미 바넬로피의 선택에 반기를 들고 논쟁을 벌이는 것도 그를 너무나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나온 행동이었다. 



영화 속 훌륭하게 시각화된 인터넷 세상, 뛰어난 상상력


이 영화는 인터넷 세상을 매우 현실적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두 주인공이 인터넷 세상 속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듯 묘사한 장면, 광역 인터넷으로 속도가 바뀔 때 속도감에 대한 묘사 등도 훌륭하지만 전 세계 웹페이지들을 건물이나 쇼핑몰로 표현하고 검색엔진을 캐릭터화 한 부분은 정말 놀랍다. 검색엔진 캐릭터의 행동으로 자동완성 기능을 설명하고, 유저들이 찾은 검색 결과가 나오면 유저를 바로 그 웹페이지로 이동시키는 장면 등은 인터넷의 원리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 세상의 구조와 원리를 이렇게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관객들의 흥미를 끈다.


또한 디즈니 영화 답에 영화 속에는 수많은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모든 공주들이 출연하고 유명한 겨울왕국의 안나와 엘사도 만날 수 있다. 얼마 전 세상과 작별한 스탠 리의 모습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어 많은 관객들이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 훌륭한 속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두 캐릭터의 우정과 기발한 인터넷 세상 속 모습들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다. 


이렇게 흥미로운 시각화와 캐릭터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눈을 사로잡는 전반부에 비해 늘어지는 후반부가 아쉽다. 충분히 감동적인 상황을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긴장감이 그렇게 잘 전달되지 않으며,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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