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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Jan 27. 2019

태어난 동생을 보는 네 살 아이의 마음

-<미래의 미라이>(2018)




두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되고, 두 사람이 원하면 아이를 가지게 된다. 두 사람이 한 마음으로 결정해 만들어진 아이는 10개월의 임신기간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다. 부모에게 그 아이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그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육아의 과정은 쉽지 않다. 아이에겐 필요한 것이 많지만 아직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많은 것을 부모에 의지한다. 그렇게 부모의 도움으로 신생아 시절을 지나 아이가 3살 혹은 4살이 되었을 때,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며 울기도 하고,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좌절하는 것만큼 부모도 좌절한다. 그 시기, ‘미운 3살’이라고 명명되는 아이의 성장기에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한다면 먼저 태어난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동생이 생긴 4살 남자아이의 시선


일본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는 막 여자 동생이 생긴 4살 남자아이의 이야기다. 4살이 되어,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을 하고 자신의 말을 마구 뱉어내는 아이 쿤(목소리:카미시라이시 모카)은 여전히 엄마(목소리:아소 쿠미코)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다. 쿤의 주변에는 육아 때문에 자신의 일을 잠시 쉬었던 엄마와 이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려 하는 아빠(목소리:호시노 겐),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난 미라이가 있다. 영화는 쿤의 시선으로 그 가족들의 일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게 만든다.



부모의 입장에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신생아는 2-3시간에 한 번씩 수유를 해야 하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며, 울면 안고 달래줘야 진정된다. 그 일은 밤에도 쉬지 않고 계속된다. 그래서 영아가 있는 집의 부모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쿤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새로 태어난 미라이에게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고 자주 안고 달래준다. 그리고 제대로 자지 못해 식탁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더 첫째 아이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다. 


첫째 아이인 쿤에게는 그걸 참아낼 인내심이 없다. 자신의 사랑을 새로운 아이, 미라이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쿤은 자신에게 집중되던 사랑을 미라이가 다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생 미라이를 괴롭힌다. 미라이가 잘 때, 얼굴을 꼬집어 깨우거나, 장난감을 동생의 침대에 가득 넣는다. 결국 미라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는 그런 행동을 한 쿤에게 화를 낸다. 쿤까지 울음을 터뜨리면 온 집안은 두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하게 된다. 영화는 둘째 아이가 태어난 이후 집안의 변화된 광경을 세세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동생 미라이에 대한 미움이 가득한 쿤이 만난 미래의 미라이


동생 미라이에 대한 미움이 가득할 때, 쿤은 미래의 미라이(목소리:쿠로키 하루)를 만난다. 여러 번의 시간 여행을 통해 미래의 미라이뿐만 아니라 젊은 증조할아버지, 어린 엄마와 아빠까지 만나게 된다. 영화는 이 장면들을 아름다운 판타지로 보여준다. 그렇게 시간여행을 통해 쿤을 만난 그들은 사랑을 빼앗겨 상심한 쿤과 같이 놀거나 작은 모험을 한다. 그리고 쿤에게 아빠, 엄마, 동생 등 가족들의 다른 모습들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쿤이 미래의 미라이와 만나는 장면은 영화에서 두 번에 걸쳐 보이는 판타지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만나는 그들은 쿤의 태도 변화를 통해 그들의 관계가 처음 만남 이후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엄마의 부탁대로 쿤은 미라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화 중반 쿤은 과거의 엄마를 만나, 엄마의 옛날 집으로 간다. 거기서 엄마와 함께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든다. 장난감을 다 쏟고, 빨래를 다 떨어뜨리고, 과자를 부엌에 늘어놓고 포장을 뜯어먹는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온 외할머니에게 혼나서 우는 엄마를 뒤로한 채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후 쿤은 과거로 돌아가 젊은 증조할아버지를 만나 말과 오토바이를 타며 신나는 모험을 하고 돌아온다. 쿤은 증조할아버지에게 포기하지 않고 멀리 보고 도전하는 모습을 배운다.



엄마 그리고 아빠와 같이 놀고 싶은 쿤


어린 엄마, 그리고 증조할아버지의 과거를 만나서 쿤과 함께 하는 행동들은 사실 현재의 쿤이 자신의 엄마 그리고 아빠와 같이 하고 싶은 것이다. 쿤은 엄마와 장난감을 쏟아 같이 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아빠에게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은 동생 미라이가 태어나면서 누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쿤이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엄마는 미라이에게 젖을 물리러 가고, 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던 아빠는 갑자기 우는 미라이를 달래러 가버린다. 이때 영화는 쿤의 뒷모습과 표정으로 그의 상실감을 담는다. 결국 있는 힘껏 고함을 치는 쿤의 얼굴에서 자신의 부모를 동생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쿤의 엄마와 아빠는 그들대로 그들의 삶에 집중하며 육아를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다. 영화에서 그리는 그들의 모습은 실제 우리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특히나 그들이 미라이에게 쌀쌀맞게 대하는 쿤을 설득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관객을 긴장하게 한다. 사실 그들이 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더 어린 동생 미라이에게 잠시 관심을 가질 뿐이다. 부모로서 그들은 쿤에게 그 사실을 내내 전달하려 노력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오롯이 전달되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쿤을 혼내고 그를 바라보던 엄마는 "우리 소중한 보물"이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눈빛을 던진다. 하지만, 쿤은 그저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다. 우리 부모들은 자기가 모르는 순간에도 계속 아이에게 사랑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4살 아이가 완전히 알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


결국, 아이는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물론 부모가 많은 것을 도와준다. 쿤의 부모도 최선을 다해 쿤을 도와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준다. 하지만 아이가 한 명 더 생김으로써 그 시선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동생이 생긴 아이도 그걸 안다. 섭섭함에 잠시 부모를 미워하고, 동생을 미워할지라도 결국에는 다시 현재 그 자리로 돌아온다. 쿤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멀리 앞을 보며 처음 자전거를 타는 데 성공했을 때, 쿤의 아빠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다. 그 자신도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지만, 혼잣말로 말한다. "아이들은 정말 대단해"


영화는 부모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쿤이 여행했던 미래, 과거라는 판타지는 어쩌면 엄마와 아빠가 언젠가 했던 이야기를 통해 구성된 쿤의 상상 속 세계일지도 모른다. 쿤은 스스로 그것들 속을 여행하며 엄마와 아빠를 이해하고, 동생을 아끼는 아이가 되었는지 모른다. 스스로 성장한 쿤을 바라보는 부모는 그저 감동적일 뿐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나 입장은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있다. 그런 아이를 보는 부모도 스스로 성장했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또한 영화는 현재의 가족이 과거의 많은 작은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과거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아주 작은 어떤 순간 결혼을 결심했던 것처럼 작은 순간들이 모여 현재를 만들었다. 그 작은 순간들은 현재에도 하나하나 만들어져 미래에 영향을 준다. 쿤 앞에 나타난 미래의 미라이는 그런 작은 순간들 때문에 현재, 그리고 미래의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쿤은 그런 작은 순간을 만들기 시작한다. 동생 미라이 앞에서 깔깔대며 같이 장난치고 웃음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미래의 미라이는 현재부터 만들어진다.


감독 호소다 마모루는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에서 이미 한 번 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 작품과 이번 작품의 주제는 이어진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점점 어른에 가까워질수록 놓아주기 두려운 부모의 마음을 <늑대아이>에서 보여줬다면, 동생이 생긴 아이가 느낄 상실감,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대한 것을 이번 <미래의 미라이>에서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음악과 수채화 같은 따뜻한 작화는 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고 감동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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