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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gumi Feb 20. 2019

왜 그들은 음모론에 뛰어들었나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2018)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고 있다. 그 많은 정보 가운데는 완전히 검증된 사실도 있고, 검증이 필요한 정보들도 있다. 그것들을 분별하여 취사선택하고, 어떤 정보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 이런 정보 선택은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한 매 순간 발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이론을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각각의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같이 공유하며 발전시키려 한다.


그 과정은 우리가 실제 오프라인 활동을 할 때, 겪는 것과 비슷하다. 세상에 태어나 혼자 지내던 사람들은 점차적으로 자라면서 사회화되고, 주변 사람들과 교류한다. 그러다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나 더 깊은 관계를 만든다. 오프라인에서 주로 말을 이용해 대부분의 정보가 교환되어 관계를 만든다면, 온라인에서는 글, 말, 영상 등 다양한 전달 도구를 통해서 관계를 만든다.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정보들을 더욱 빠르고 견고하게 믿게 된다.  



수많은 정보 속 진실과 거짓


그 정보들 중에는 잘못된 정보들도 많다.  특히 최근에 '가짜 뉴스'라고 부르는 엉터리 정보들은 인터넷의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된다. 그것을 믿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가짜 정보는 굉장히 흥미롭고, 논리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한 번 접하면 관련 콘텐츠들을 추가로 보게 되면서 확산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있는 '플랫어스(Flat Earth)' 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플랫어스 신봉자들을 이끄는 사람은 워싱턴 근처에 사는 마크 서전트다. 그는 3년 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SNS, 인터넷 검색 사이트, 책,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다가 실제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게 되었다. 그가 믿기 시작한 이후부터 스스로 과학적 정보를 반박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글을 적으면서 자신의 이론을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시작했다.


허무맹랑하게 보이지만 진지한 플랫어스 신봉자들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며 마크의 영상을 보기 시작하지만, 영상을 접한 사람 중의 일부는 마크의 말이 믿을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실제로 마크가 설명하는 내용들은 자신만의 논리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현대 과학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들, 즉 플랫어스들은 미국 나사나 과학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이 정부와 손을 잡고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을 숨긴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속의 그들은 과학적 증명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음모론 영역까지 그들의 가설을 확산시킨다. 그들은 그 가설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것을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이야기한다. 즉,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그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여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프랫어스들은 과학자의 실험 결과물이 모두 잘못되었으며, 과학자들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들의 가설을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영화는 그들이 단순히 장난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며, 진짜로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천천히 보여준다.



특히나 플랫어스들에게 잘못된 정보들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튜브라는 영상 플랫폼 덕분이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플랫어스 관련 동영상은 수십만 개이기 때문에 그것을 한 사람이 평생 보더라도 다 볼 수 없는 분량이다. 그런 가짜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그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는데 그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 정보들이 가짜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믿겠어요"


플랫어스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한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유튜브에 다양한 정보들이 업데이트된다. 최근에는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들이 유튜브를 통해 업데이트되고, 그것은 순식간에 다른 SNS 플랫폼을 통해 퍼지게 된다. 수많은 가짜 뉴스가 퍼지고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런 가짜 뉴스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집단은 이제 실제 오프라인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집단은 태극기 부대일 것이다. 그들은 정치에 대한 불만을 공통점 삼아 모이게 되었지만, 소수였던 그들이 점점 시간이 지나며 집단을 형성하고 하나의 정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식적인 힘을 세상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 그 집단이 이렇게 빠르게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 영상의 내용을 보고 그 정보를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 정보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태극기 부대를 떠올리게 하는 플랫어스의 모습


그들이 집단화되고, 공식적인 행사를 할 정도의 세력이 되는 과정은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속 플랫어스들이 공식화되는 과정과 동일하다. 영화는 개개인에 집중하다 영화 후반부 공식행사를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를 마무리하게 되는데, 최대한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온전히 전달하고 있다. 농담 같은 정보를 진짜라고 믿는 그들의 실생활은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사람들이다.  


그럼 우리는 그들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을까.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던진다. 그래도 그들의 주장이 계속되면  짜증을 내고 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주장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그들에게 열려있던 귀를 닫아버리고 관심을 끊어버린다.



실제로 플랫어스를 믿고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 믿은 나머지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외로움을 심하게 느낀 상황에서 교류할 사람을 찾게 된다. 그 상황에서 그들은 원래의 관계 대신 그것을 믿는 사람들끼리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고 교류한다. 그들이 원래의 관계들에서 받지 못하는 존중감과 관심을 서로에게 주며 안도감을 느낀다. 그래서 더욱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증명하려 애쓴다.


그들 스스로가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여러 실험을 하게 되는데, 그때 그 실험들의 대부분은 지구가 둥글다는 결론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실험의 조건이 잘못되었거나, 주변 상황을 탓하며 다시 다른 실험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확신적인 증거를 가지고 와도 그들은 그것의 허점을 만들어내며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어떤 것이 확실히 증명이 되어도 결국 다른 이론을 만들어내어 그 증명을 부정한다. 이는 계속 결코 끊어지지 않는 굉장한 소모전이다. 심지어 유명인의 위치에선 마크 서전트 본인도 다른 플랫어스 신봉자로 부터 음모론적 모함을 당하고 반박하지만 다시 다른 음모를 들고 마크를 괴롭힌다. 플랫어스 내부에서도 개개인을 음모론으로 괴롭히고 확증편향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다. 이는 그들이 얼마나 모순적인 위치에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잘못된 정보를 믿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보를 믿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그들을 더 화나게 하고, 결집하게 한다. 그들과 소통을 끊어버리는 순간, 그것은 결코 바로 잡을 수 없고 그 정보는 점점 확산될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그들도 한 번 만들어진 관계를 쉽게 끊을 수가 없게 된다. 영화는 결국 그들과 함께 토론하고, 같이 연구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언젠가는 그들 스스로 그들이 믿는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일반 사람들은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욕한다. 심지어 태극기 부대 참여자들은 가족과의 관계를 끊으면서까지 그 집회에 참석하고 목소리를 낸다. 그들은 내부에서 퍼지는 그 가짜 뉴스들이 진짜라고 믿고, 자신과 반대되는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믿는다. 최근 그들 중 발언하고 있는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가짜뉴스도 그들은 진짜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빨리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야 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과 태극기 부대 참여자들 간에 이미 엄청난 거리감이 생겼다. 어쩌면 이미 서로 간의 교류가 끊어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영화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들과의 관계를 끊지 않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아예 관계를 끊어버린다면 가짜 뉴스는 점점 더 많아지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수가 늘어나면 아주 강력한 내부 논리가 생기고, 확증편향은 더욱 견고해진다. 결코 그들을 포기해선 안된다. 계속 그들의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유튜브에는 가짜 뉴스를 반박하고 진실이 담긴 정보를 전달하려는 채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정보 소스들을 적극 활용하면서 우리가 스스로 가짜 뉴스를 믿는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영화 속 한 나사 직원이 말하는 내용을 우리 모두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실문제라고 생각되는 건 음모론자 측이 아니에요. 문제는 우리죠. 그들을 무시하지 않기가 힘들거든요. 다들 미쳤다는 이야기 한 번씩은 들어보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그들을 무시해 왔어요. 그들을 만나며 교류하며 멘토가 되어 주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긍정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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