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헐크(2008)

-정상적인 삶에 대한 갈구

by 레빗구미



두 번째 영화에서 완전히 재탄생한 헐크

헐크는 마블사로 영화 판권이 넘어가기 전에 한 편이 제작된 적이 있다. 1편은 이안감독이 만든 헐크의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였다. 블럭버스터의 외향을 빌려 브루스 배너 자신의 삶과 과거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을 보여주었다. 헐크 1편에서의 브루스 배너는 자신의 과거를 제대로 기억못하고 괴물로 변하는 자신에 대한 통제력도 전혀 없었다. 영화의 전 과정에서 조금씩 밝혀지는 그의 과거를 비롯해 마지막 아버지와의 싸움을 통해서 일종의 자아 성찰을 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이 담겨있다..


새롭게 리뉴얼한 인크레더블 헐크는 1편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주인공 역할을 하는 배우진들이 전부 교체되었고, 제작사, 감독등의 스탭들도 모두 바뀌었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브루스(에드워드 노튼)의 자아찾는 과정을 보여주기 보다는 자기통제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중반부 까지 브루스는 헐크로 변하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수련법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헐크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한다. 1편과 가장 큰 차이점은 스케일, 빠른 진행의 측면도 있지만 주제의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보여진다. 1편에서 브루스의 자아찾기가 큰 줄기 였다면 2편에서는 자아통제가 큰 줄기가 된다. 무엇보다 1편의 브루스 배너는 영화의 전반에 걸쳐 혼란스러움을 표현하지만, 2편의 브루스 배너는 혼란 속에 있지만,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쓴다. 2편의 브루스 배너가 원작 만화의 배너 박사와 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자아찾는는 줄거리를 가진 영웅 이야기는 많다. 스파이더맨, 수퍼맨, 엑스맨 등 수많은 영웅들이 그들 자신이 누구인지 고뇌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헐크를 영웅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는 사람들을 구하지 않으며 오직 방해받지 않기 위해 싸운다. 헐크로 변한 브루스는 자의식이 거의 없으며 여자친구 베티(리브 타일러)만을 겨우 알아볼 뿐이다. 어쩌면 브루스 배너와 헐크는 다른 등장인물로 봐야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최근 마블의 토르3편에서 헐크와 배너를 서로 다른 인격으로 취급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어쩌면 하나의 몸을 두 개의 인격이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보여지는 브루스와 헐크의 모습은 거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수준으로 연결성이 없다. 1편에서의 헐크는 브루스 자아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숨겨진 과거와도 연결되었고 그의 고뇌와도 맞닿아있었다. 하지만 인크레더블 헐크가 나오면서 그런 점들은 무시되거나 주요 전개에서 제거 되었다.. 헐크는 단지 괴물로 여겨지며 브루스는 그걸 없애고 통제하려 애쓴다. 인크레더블 헐크에는 자아찾는 과정이 없다. 단지 통제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헐크의 재사회화 과정


인크레더블 헐크는 어쩌면 재사회화(resocialization) 과정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브루스는 자신이 화가 나면 헐크로 변하는 것을 알게되고 자신이 위험하다는걸 깨닫고 여기저기 도망다니며 자신을 통제하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결국 치료제 개발이 실패하게 되면서 자신의 필요에 맞추어 헐크가 등장하도록 통제하는 연습을 한다. 이번 헐크의 마지막 장면에서 브루스가 원하는 때 헐크로 변하는 장면을 보면 어느 정도 통제에 성공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렇게 통제 가능한 헐크라면 일반 사람들의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헐크는 숨어서 살지 않아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다른 수퍼히어로 처럼 영웅노릇을 하면서 살아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아를 찾는 동시에 자아를 통제하려고 애쓴다. 나 자신의 능력이 무엇이고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문제 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사회통념적인 도덕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통제하면서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 모두 자기자신의 헐크를 통제하면서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각자의 헐크를 드러내기도 하고 애써 감추려 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누구나 영화처럼 헐크를 안고 살아가며 헐크 또한 자기의 자아다.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또 성장해가면서 그들은 헐크를 통제하고 필요할 때 꺼내쓰는 통제력을 배운다. 마치 영화 헐크처럼, 묘하게도 1편의 헐크와 2편의 헐크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 연결된다. 1편은 자아찾기, 2편은 자아통제. 그렇게 브루스는 자기자신을 찾고 통제하는 방법을 얻었다.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는 숨가쁘게 결론으로 달려간다. 새로운 어보미네이션이라는 빌런을 또다른 헐크로 만들어 긴장감을 유지하고 화끈한 액션장면으로 정신을 빼 놓는다. 그 당시에는 헐크의 다음 영화가 어떤 주제를 다룰 지 굉장히 궁금했었다. 사실 모든 것이 달랐던 1편과 2편은 자아로 연결이 되어서 스토리 상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주제 자체에는 연속성이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음 주제는 무엇으로 삼을지가 궁금했었었다. 하지만, 마블 사는 이 프로젝트를 중단한 상태다. 단 배우를 바꿔 머크 러팔로에게 헐크 역할을 맡겼는데, 그는 부드러운 박사와 헐크의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긴하다. 하지만 헐크 고유의 사유나 고민은 사라진 상태로, 헐크 그 자체의 능력만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는 당분간은 헐크를 기능적으로 쓰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무리 헐크에게 고민을 주어진다고 해도,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의 고민 보다는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배우들은 모두 제 몫을 하고 있다. 에드워드 노튼은 이성적인 브루스 배너와 매우 잘 어울리며, 어보미 네이션을 맡은 팀 로스도 그 역할에 딱 맞았다. 베티를 연기한 리브 타일러는 지적으로 보이지 않는 다는 단점이 있지만, 에드워드 노튼의 브루스와 적절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이제는 이 배우 조합은 볼 수 없지만, 최근 마크 러팔로의 헐크도 배우와는 잘 맞는 편이니 향후에 헐크 단독 영화가 개봉하길 기대한다. 헐크의 단독영화는 사실 만들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보여 줄 수 있는 고민이나, 성장담은 이미 기 제작된 시리즈 들에서 보여줬던 부분이라서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전체 마블 스토리 상 필요한 때가 있다면 다시 제작을 할 것 같다. 자아에 관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 어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