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2007)

-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by 레빗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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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미스트는 논란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폐쇄적인 공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여러 인물 군상들의 심리를 적절히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핵심인 '미스트', 즉 안개는 우리 개개인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우리 삶이 진행되어 갈수록 사람들은 어디로 갈지 의지할 곳을 찾고, 그 방향성이 옳든 그르든 앞으로 나아간다.


주인공 데이빗(토마스 제인)을 중심으로 슈퍼마켓 안에서 안개를 맞이하는 여러 사람들은 밖에 있을지 모르는 '어떤 것'을 두려워한다. 슈퍼마켓 안에는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수리공, 캐셔, 관리자, 종교인, 변호사, 군인 등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화이트 칼라로 대변되는 변호사와 블루칼라로 대변되는 데이빗이 서로 대립한다. 이런 대립구도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수시로 대상을 바꿔가며 궁극적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변호사는 데이빗의 의견을 무시하고 묵살한다. 증거를 보려 하지 않고 자기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한다. 이런 변호사의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게 된다. 말 그대로 그는 성공한 화이트칼라이고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당당함은 곧 죽음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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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안갯속에 광기로 치닿는 개인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점점 절망감에 빠져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물체, 곤충들이 슈퍼마켓을 침입하면서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은 새롭게 기댈 누군가를 찾는다. 그 와중에 사이비 종교의 성격을 띠는 중년 아줌마인 카모디 부인이 등장한다. 일종의 정신이상자로 취급받던 카모디 부인의 여러 가지 종말론적인 말들이 사람들에게 일종의 희망으로 다가가게 된다. 이때까지 안갯속으로 나갔던 모든 등장인물들이 처참하게 죽음으로써 안개 속은 죽음이면서 동시에 신의 심판으로 다가온다.


카모디 부인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극단적인 종교인인 카모디 부인(마샤 게이 하든)과 비종교인인 데이빗의 대립이 시작된다. 둘의 대립은 점점 집단 대립 성격으로 바뀌고 극단적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카모디 부인의 말이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미친 소리로 들렸던 종말론의 말들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안개의 힘일 것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를 보면서 느끼는 불안함은 마치 우리 삶의 모습과도 많이도 닮아 있다. 마치 안갯속 슈퍼마켓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20세기 말의 혼란스러운 분위기와도 묘하게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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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술 의식처럼 희생자를 찾아 한 명씩 죽이면서 신의 심판을 기다리는 이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반대론자들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 데이빗은 그를 따르는 무리와 함께 그곳을 벗어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고 어렵게 탈출 하지만, 결국 휘발유가 떨어져 안갯속에 갇히고 만다. 영화는 결말에 충격적인 장면을 보인다. 데이빗의 절망으로 끝이 나는 영화는 결국 안개 같은 우리의 삶을 거울처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를 테면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늘 미래를 알고 싶어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다. 변호사, 의사, 정치인 등의 엘리트 그룹들의 말에 너무나 휘둘리는 일반 시민들은 별로 결정권이 없으며 그들이 조언을 들은 이후 결정한 선택도 맞을지 알 수 없다. 종교인을 믿고 의지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타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을 존중하지도 않는다. 또한 종교지도자들이 내놓는 의견들도 결국은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의 판단일 뿐이다. 그렇다고 좀 더 확실한 주관을 가지고 있는 데이빗과 같은 인물의 선택도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 결국 모든 일은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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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삶은 안개 속에서 결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미래는 안개와 같다. 안갯속에서 살면서 타인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듣지 않으려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인간군상과 너무도 닮아있다. 각자 주관이 뚜렷해지고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에 누구 말을 믿고 따라야 할지 알 수 없다. 영화는 비극이지만 우리의 삶은 좀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장의 결과가 어떠하든 그 다음 단계에서 또 다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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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다. 특히 마샤 게이 하든은 극단적인 종교인을 연기하는데, 정말 보는 사람의 분노를 유발하는 연기를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 토마스 제인은 평범한 블루칼라를 보여주는데, 주관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합리적인 타입의 캐릭터를 잘 연기하고 있다. 이 당시만 해도 잘 나가던 배우였는데, 지금은 좀 안타깝다. 그 외 배우들의 연기와 리액션 등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디자인 면에서 굉장히 훌륭하다. 보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니까. 영화의 전반적인 것을 모두 고려했을 때, 원작보다 더 나은 굉장한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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