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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Apr 28. 2019

마블 영웅 서사 1막의 성공적인 마무리

-<어벤져스:엔드게임>(2019)




이 리뷰에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할까. 누구나 어린 시절에 영웅이 되어 악당을 물리치는 꿈을 꾼다. 그리고 세상 어딘가에 멋진 영웅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그런 대상을 찾는다. 사실 세상에 특별한 영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평범한 한 명의 인간이고 그중에서 특별한 어떤 사건 때문에 영웅으로 우러러지는 사람이 나온다. 그 사람은 정치인, 군인, 소방관, 경찰관, 평범한 시민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나온다. 그들은 매스컴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잠시 특별한 영웅이 되었다가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온다. 그들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꺼져간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영웅을 꿈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수많은 코믹스와 소설을 통해서 영웅들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도 홍길동이나 전우치 같은 고전 영웅이나 태권브이, 우뢰매 같은 현대 영웅 서사가 탄생하여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특히 미국 내에서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웅 코믹스가 수없이 탄생했다. 그 영웅들이 등장하는 코믹스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영웅을 꿈꾸고 우러러보았다. 미국 내에서 굉장히 대중적이었던 이 미국의 영웅들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슈퍼맨> 시리즈가 1978년에 등장한 이래로 여러 반 등장한 영웅 영화는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전 세계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


DC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불을 붙인 영웅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은 마블이 영화 사업에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인기를 높이기 시작한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그런 마블 영웅 서사의 1막을 마무리하는 종장이다.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은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특수한 약물로 초인이 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로봇을 입고 싸우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신화 속 천둥의 신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초인으로 변신하는 헐크(마크 러팔로) 등 비롯한 수많은 영웅들은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졌다. 마블은 그 수많은 캐릭터들에 현실적인 고민을 넣어 초인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많은 관객들은 각자가 선호하는 영웅들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아이언맨>의 첫 영화가 나왔을 때, 토니 스타크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직설적이고 자기중심적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줄 아는 인물에 열광했다. 그리고 이기적이었던 사람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첫 번째 영화인 <퍼스트 어벤져>는 아주 순수하게 이타적이고 선한 행동을 하는 인물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마블 유니버스를 이끌어가는 영웅을 꼽으라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선두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관계와 더불어 주변 인물들과 얽혔던 관계, 그리고 개인사까지 모든 것이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마무리된다.


마블 시리즈, 특히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이 둘 간의 갈등은 심화된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사회의 최상부에 있는 부자다. 반면에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체력도 약했던 브루클린의 소시민이다. 이 둘이 점점 성장해 가는 과정은 그래서 다르다. 토니는 이기주의를 조금은 벗어던지고 이타주의를 지향하게 되고, 스티브는 이타주의를 조금 벗고 이기주의로 고개를 돌린다. 이 둘이 다른 방향을 보기 시작했을 때, 이 둘의 싸움은 격해진다. 마블은 어쩌면 이 둘 간의 관계를 통해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의 중간 어딘가가 관계 해결의 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르겠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들


이 두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각자가 보고 있는 지향점이 있고, 특히나 최근에 등장한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나 캡틴 마블(브리 라슨) 등은 상대적으로 중심적 위치에 있지 못했던 흑인과 여성 중심의 서사로도 좋은 완성도와 흥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은 앞으로 마블 유니버스에서 어떤 사회적 지향점을 오락 영화의 형식으로 계속 이야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테러에 대한 반응도 잘 담겨있다. 뉴욕에서의 전투를 그린 <어벤져스>(2012), 코소 비아에서의 전투를 그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그리고 전 이상주의자와의 우주적 전쟁을 그린 <어벤져스:인피니티워>, 마지막으로 우주의 반이 사라진 이후 악당 타노스(조쉬 브롤린)과의 전쟁을 그린 <어벤져스:엔드게임> 등 모두 큰 전투 과정과 이후의 트라우마를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다.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특히나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그 트라우마를 극도로 받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묘사되는 것처럼 그들이 가진 상실감은 커다란 테러가 자행된 이후, 앞을 향해 그래도 걸어가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소시민들의 행동을 대신 표현한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22편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마무리하는 거대한 영화다. 지난 마블 영화들을 보아왔던 관객이라면 가슴 벅찰 장면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어 많은 정보를 알수록 그 감동은 배가 된다. 관객들이 어떤 점에 감동하고 반응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제작진이 적재적소에 좋아할 만한 요소를 넣어두었다. 드라마, 액션, 코미디 등 원래 마블이 잘했던 장르의 배열이 고르게 되어 있고, 과거의 시리즈들은 한 번에 모두 완결해 버리는 서사적 효과도 포함되어 있다.


마블의 관객들을 위한 완벽한 피날레


물론 완벽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캐릭터의 배치가 조금은 작위적으로 보이는 구석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시리즈를 총괄적으로 마무리하고 캐릭터 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루소 형제의 선택이 탁월했다. 생각보다 느리고 천천히 진행되던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폭발적인 액션과 드라마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는다. 무엇보다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장면 연출이 가능했던 것 같다.



스포일러 때문에 영화의 내용적인 면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마블 시리즈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2년 동안 22편의 영화로 모든 것을 성장시켰다. 출연한 배우들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성공했고, 자신에게 맞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발견해냈다. 또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여 성장해 나갔다. 관객들은 마블 시리즈가 나올 때를 손꼽아 기다리고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 기꺼이 영화관을 찾았다. 이것은 전 세계 영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유치하게만 생각되던 영웅 영화들을 대중화시켰고, 흥행력도 많이 성장했다. 무엇보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모든 면에서 앞서 세웠던 기록들을 깨고 많은 성장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엔드게임> 이후에도 마블 시리즈는 계속된다. 어쩌면 <어벤져스>시리즈 같은 성공적인 만듦새의 영화가 다시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블의 시도와 도전은 계속될 것이고 관객들에게 말하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 보다 진보적인 관점에서 흑인이나, 여성, 아시아인 등이 중심이 된 영화들이 계속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니, 많은 관객들이 그 영화들을 보고 자신의 관점이나 생각을 바꿀 가능성도 높다. 결국 대중성이 높은 상업영화 시리즈가 많은 관객들의 성향에도 영향을 주는 사회적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나올 마블 시리즈가 관객들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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