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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May 26. 2019

변화된 시대 상이 반영된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2019)





진정한 자기 자신을 남에게 드러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위치에 있던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특히나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는 더 가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여성으로 태어나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경우에 대부분은 상대방에 맞추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대로 자신을 꾸미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런 일들은 수없이 반복되었지만, 사회가 점점 고도화되는 현대에는 더욱 자기 자신을 포장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SNS에 올리는 개인의 스토리와 글, 다양한 모임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꾸며진 나를 대상화하여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정한 대화를 하기 어렵고, 사랑은 점점 옅어지며,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져간다.


자신의 지위를 바꿀 기회를 얻은 알라딘의 이야기


영화 <알라딘>의 알라딘(메나 마수드)은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에 갈등하는 캐릭터다. 가난한 고아 출신이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쳐 파는 좀도둑이지만 기본적인 성향이 선한 인물인 그는 우연히 공주 자스민(나오미 스콧)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랑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가 우연히 왕국의 2인자 자파(마르완 켄자리)의 계략에 빠져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있는 마법 램프를 얻게 되면서 그의 마음에 변화가 나타난다.



초반부에 알라딘이 얼마나 선한 인물인지, 그리고 그 선함 속에 가진 특별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는 그가 지니와 만나는 순간부터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정말 있다면, 대부분은 자신의 부와 권력, 또는 자신에 대한 무언가가 상승하는 것을 꿈꾼다. 자신의 신분상의 아이덴티티까지 바꾸면서 자신의 욕심을 실현하려 한다.


어쩌면 그건 자아실현을 바로 당장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소원이 세 가지이니,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부도 축적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된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위한 소원을 빈다. 알라딘이 보여주는 소원들도 자기 자신을 위한 것들이다. 적어도 두 번째 소원까지는 그렇다. 그가 아이덴티티를 왕자로 바꿔 벌어지는 실수 연발의 상황들은 우리가 실제 삶에서 다른 아이덴티티를 보일 때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자신에 맞지 않아 어색하고, 실수가 계속되며, 거짓말은 더욱 커진다.


관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 알라딘


영화 속에서 유일한 평민인 알라딘은 스크린 앞에 앉은 수많은 관객들을 대변하는 인물일 것이다. 그 외 인물들은 모두 특별한 위치에 있다. 자스민은 공주이고, 지니는 마법의 요정이다, 나머지 왕이나 악당 자파 등은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인물들이다. 특히나 자파는 이미 높은 권력의 위치에 있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낮은 지위이던, 높은 지위이던 자기 자신이 바라던 어떤 것을 얻고자 하는 건 똑같다. 그래서 램프에서 나온 지니(윌 스미스)가 한숨 쉬며 바라보는 인간들은 늘 똑같은 결과로 귀결된다.



알라딘이 점점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가고 있을 때, 자기 자신을 찾고 세상에 소리치는 인물은 다름 아닌 공주 자스민이다. 왕국의 1인자를 지칭하는 술탄을 꿈꾸는 그는 세상의 벽에 막혀있다. 지금까지 왕국의 역사에서 여성이 술탄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저 다른 왕국의 왕자와 결혼해서 정략적으로 이용당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강력하게 드러낸다. 그건 온 세상 여성의 비상이기도 하고, 남성과 똑같은 위치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한 명의 지도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하고 힘이 들어가 있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주체적인 여성 자스민 공주


자스민은 리메이크된 <알라딘>에서 가장 변화한 캐릭터 이기도 하다. 현시대 상황을 반영하듯,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인물인 동시에 자신 만의 권력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저 왕자와의 결혼에 만족하지 않고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지도자의 꿈을 실현한다. 그는 램프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해내며, 스스로의 힘으로 악과 대항하여 싸운다. 그는 사회적 편견과 악을 한 번에 떨치고 일어나는 좋은 여성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스민 뿐만 아니라 지니도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영화 내내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알라딘에게 조언하는 그는 몇 만년 동안 램프에 갇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머를 잃지 않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램프를 문지르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선한 소원과 악한 소원을 받지만, 선악의 구도 없이 그저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영화 <알라딘>에서 주인공 알라딘은 사실 과거에도 너무나 많이 봐왔던 전형적인 갈등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매우 선하고 교과서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영화 속 알라딘에게 느끼는 호감도는 높지 않다. 오히려 유머를 담당하는 램프 요정 지니나 자스민 공주가 영화를 더 빛나게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성실히 담고 있는 인물은 역시 알라딘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이 가진 아이덴티티와 속성을 부정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인물이 겪는 고난으로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비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초반부와 다르게 중반부터는 공주와의 결혼을 위해 자신의 특성을 모두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원래 자신을 선택하게 된다. 그건 누구의 선택도 아니고 알라딘 그 자신의 선택이다.


알라딘의 대척점에 서있는 절대 권력 추종자 자파는 알라딘과 같은 좀도둑 출신이지만 완전히 권력욕에 사로잡혀 오직 자신만을 위한 소원들을 빈다. 마치 현대에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들처럼 이미 높은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회적, 국가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그의 모습은 이 시대의 권력자들의 위선과 탐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 강해지는 인물들


알라딘, 자스민, 지니가 영화 속에서 진정으로 힘을 내는 순간은 모두 진정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세 명의 인물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진정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에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다. 그것 자체가 리메이크된 영화 <알라딘>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자스민을 연기한 나오미 스콧의 매력이 가장 돋보인다. 알라딘의 영화 음악이 대부분 귀에 잘 익지 않고 돋보이지 않지만, 나오미 스콧이 부른 ‘스피치 리스(Speecheless)’ 는 인상적이다. 이 노래는 과거 애니메이션 원작에 없던 노래였는데, 이번에 추가됨으로써 여권의 신장 등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투영한 노래다. 영화 개봉 전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윌 스미스의 지니는 예상 밖으로 자연스럽게 그려져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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