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가 되고 싶었던 로봇의 이야기

-에어리언 커버넌트(2017)

by 레빗구미

에이리언의 추억을 소환하다

리들리 스콧이 만들었던 에이리언 1편은 굉장히 하드고어적인 공포 영화였다. 오래전 그 영화를 처음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공포의 파장은 제임스 카메론의 2편을 보면서 더욱 확고해져 내 기억 속에는 대단한 영화라는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후 데이빗 핀처의 3편이 개봉했을 때, 내가 19세 미만이었기 때문에, 극장에서는 못 보고, 비디오테이프 출시일을 고대하다가 결국 보게 되었는데, 영 별로 였다. 장 피에르 쥬네의 4편은 뭔가 에이리언 같지 않은 요상한 느낌으로 아쉬움을 느꼈었더랬다. 그래도 3편과 4편 모두 좋은 완성도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4편 이후에도,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라는 뭔가 장난스러운 시리즈가 나와서 아쉬움을 달래 주긴 했지만, 그간 사이언스 픽션에서 에이리언만큼 고어적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리들리 스콧이 프로메테우스를 찍는 다고 했을 때, 기대감이 꽤 컸다. 실제로 2012년 프로메테우스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혼자 팝콘을 씹으며 굉장히 빨려 들어가는 듯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고급스러운 사이언스 픽션 무비였다. 그래픽의 고급스러운 질감과 고어 향이 나는 액션 씬,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스토리 라인이 마음에 들었다. 에이리언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배속을 뚫고 나오는 그 무언가가 굉장히 만족스러운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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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드디어 새로운 에이리언 시리즈가 나왔다. 원래는 프로메테우스 2편이었는데, 리들리 스콧은 계획을 변경하여 아예 기존 시리즈와 이어지는 에이리언 프리퀄을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기존에 우리가 익숙하게 많이 보던 모습을 한 에이리언이 실제로 나온다. 그런데 그 비중 자체는 크지는 않다. 영화 중반이 지나고 나서야 그 모습이 드러난다. 과거 1-4편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로봇의 비중이 큰데, 과거에 비해서 더욱 커서 거의 주인공급 활약을 펼친다. 패스밴더의 딱딱한 그 모습이 2개의 인공지능 로봇을 적절히 잘 표현하고 있다. 반면, 여자 주인공은 후반부 활약을 제외하고는 비중이 크지 않다. 왠지 시고니 위버 때문에, 여자 전사의 모습을 시나리오에 어쩔 수 없이 추가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뭔가 기능적으로 소비된다는 느낌이 크다. 그래서 후반부의 활약이 크게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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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에 대한 약한 이야기, but 뛰어난 호러 효과


스토리 상 신 또는 창조주에 대한 내용이 펼쳐지는데, 이는 프로메테우스에서부터 줄곧 이야기되던 논쟁거리다. 로봇인 데이빗이 그 중심에 있으며, 전편의 주인공들은 모두 죽은 걸로 나온다. 인간에 의해 창조된 데이빗은 자신을 만든 인간에게 줄곧 복종해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려는 욕망을 품게 되고, 결국 새로운 형태의 우주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자신의 창조주를 파괴하면서까지 더 강력하게 보이는 악마를 만듦으로써, 자신이 더 뛰어난 창조주라는 것을 보이려 한다. 마치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들의 모습처럼 보이는 데이빗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의 창조물을 끝까지 지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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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가 된 창조물은 결국 새로운 창조물을 만드는데 이는 인간, 즉 근원적인 창조주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야기 전체로 봤을 때 그리스 신화적인 부분이 있다. 신화의 이야기처럼 신의 아들이 다른 생명을 만들고 그 생명이 다시 신과 대립하는 순환 구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에어리언 4편까지 생각해보면 결국 창조주(인간)가 창조물(데이빗)이 만든 새로운 창조물(에어리언)의 아기를 잉태하여 낳고 또 그 아기를 죽이게 되는 이야기다. 물론 4편은 스콧 감독의 의중은 아니겠으나, 전체 에어리언 시리즈를 통틀어 멀찌감치 바라보면 이는 신화적인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커버넌트 속 창조주에 대한 이야기는 중반 이후 에이리언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가 전환되면서 김이 빠지게 된다. 중반 액션 장면 이후에는 특별히 이와 관련하여 전개되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후속 편에서 계속 같은 주제를 다룰 것 같다. 영화 속에서는 패스벤더가 연기하는 두 개의 인공지능 로봇 말고는 특별히 인상에 남는 캐릭터가 없다. 과거 1-4편에서는 리플리라는 캐릭터 말고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이 꽤 있었다. 특히 여자 주인공인 다니엘스(캐서린 윈터스턴)는 강인한 이미지, 큰 키 등이 리플리와 맞아떨어지지만 캐릭터의 성격이 이 영화에 잘 맞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에이리언은 캐릭터 측면에서는 많이 아쉽다.


그래도 과거에 사이언스 픽션 호러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구석이 많다. 한정적인 공간인 우주선에서 쫓고 쫓기는 에이리언과의 사투는 언제 봐도 스릴이 넘치고 매력적이다. 과거 시리즈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꼭 봐야 되는 시리즈. 리들리 스콧이 건강하다면 2편이 다시 나올 것 같은데, 조만간 꼭 2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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