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2014)
기업 앞에 한 없이 작아지는 이름, 근로자.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근로자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
영화 카트에서 근로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하고, 그 부당함을 호소하고 자기의 권리를 찾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 근로자의 현실이다.
카트에서 마트의 캐셔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기업으로부터 해고되어, 파견 근로직으로 바뀌게 된다. 정직원을 위해 성실히 일했던 근로자도, 온갖 수모를 겪어가며 생활비를 벌던 근로자도 대부분 갑작스러운 통보에 망연자실해한다. 노동투쟁, 파업이라는 건 사실 대부분의 근로자에게서 멀리 떨어져만 있다. 남의 일인 것 같고, 내겐 오지 않을 일인 것만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 그냥 참거나,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고 빠져나간다. 기업의 대우나 대처가 매우 부당하고, 해당 근로자 모두가 동의하는 경우 노조 파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투쟁을 지속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개인의 삶을 살아가야 하지만, 개인 삶을 일부 포기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곱지 않은 시선도 설득시켜야만 한다. 그게 마트의 캐셔라면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2007년 까르푸의 문제를 영화화
2007년에 까르푸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 카트는 마트의 비정규직 부당 해고 문제를 다루면서 비정규직 vs 정규직, 근로자 vs 기업의 문제를 같이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필요에 따라 필요 없는 근로자를 어떤 이유로 해고를 하고, 이들의 반항심을 누르기 위해 유화책을 써 반항심이 큰 사람을 유혹해 반향을 없애거나, 다른 정규직 근로자를 이용해 더 큰 압박을 하기도 한다. 이 전략은 힘없는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큰 타격을 준다.
이런 부당해고 상황에서 기업의 해결 카드는 늘 비슷했다. 처음엔 유화책을 쓰고, 안되면 타 직원들의 힘으로 누르고, 다른 사람에게 매스컴 등을 통해 해고된 직원들이 기업의 영업이나 실적을 방해한다고 흑색선전을 한다. 그래도 안되면 공권력을 동원해 협박하거나, 유치장에 가둔다. 그리고 다음으로 용역을 동원해 힘으로 누른다. 그리고 그 와중에 법적인 고소고발을 진행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노동자 개개인이 뚫고 나가는 건 엄청나게 힘든 투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영화에서도 잘 보인다. 선희(염정아), 혜미(문정희), 순례(김영애)가 연기하는 세 사람은 이 노동 투쟁의 중심이며 구심점이지만, 그들은 결국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힘에 밀리게 된다. 뒤늦게 합류하는 정규직 동준(김강우) 역시 회사에 횡포에 정규직 직원을 모아 노조위원장을 맡아 파업을 이끌어 가지만, 기업의 계략에 유치장에 가고 만다.
주변 모든 사람과 맞서야 하는 어려운 싸움
해고된 노동자들이 싸워야 하는 건 그 기업뿐만이 아니라, 가족과도 싸워야 하고, 주변 사람 하고도 싸워야 한다. 또한 자신들을 바라보는 세상과도 싸워야 한다. 부당한 대우를 합당한 대우로 받고자 하는 노력의 대가는 너무 크다. 실제로 이마트 직원들은 대부분 복직되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는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카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여자였고, 별 인정받지 못하는 아줌마 또는 취업을 못하는 여자 학생들이었다. 그들이 그런 노력을 통해 힘들게 얻어낸 그 결과는 분명히 사회의 어떤 시스템을 바꾸는데 작은 역할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규직 취업은 어렵고 비정규직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는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의 보편적인 일상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은 늘 강하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데는, 그런 부당한 처사를 어찌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
영화는 이런 노동자의 답답함을 담담히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여성으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겪는 그들의 절망과 어려움이 마음에 와 닿아 가슴 한쪽이 아려오기도 한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정말 그들처럼 연기하여 마음을 파고들고, 가족들의 이야기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무쪼록 모든 노동자가 정규직 대우를 받으며, 미래를 꿈꾸고, 보편적인 일상을 보장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작은 영화가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지만, 영화를 본 개개인의 인식이 바뀌어 근로자가 행복할 수 있는 변화의 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카트. 그 차가운 이름이 더 차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